'살인자ㅇ난감' 최우식, 질문이 많은 배우[TF인터뷰]
이탕 역으로 극 전·후반 다른 모습 선보여 호평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창희 감독은 배우 최우식을 두고 '질문이 많은 배우'라고 소개했다. 최우식 또한 이번 작품만큼은 이 수식어를 인정했다. 이탕을 땅에 붙어 있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우식은 또 한 번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최우식은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감독 이창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최우식 분)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 9일 전편 공개된 '살인자ㅇ난감'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원작 '살인자ㅇ난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공개 3일 만에 공개 TOP 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등극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볼리비아, 인도, 카타르,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포함한 총 1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글로벌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에 최우식은 "주변에서 '살인자ㅇ난감'을 잘 봤다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이미지가 바뀌어 좋았다는 호평도 들었다. 나름 뜨거운 반응인 것 같다"고 수줍게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최우식은 극 중 어쩌다 저지른 살인을 시작으로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대학생 이탕을 연기했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살인을 경험한 뒤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후반부의 이탕은 초반 분위기와 180도 달라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살인자ㅇ난감' 제작발표회 당시 최우식은 대본을 받고 "이탕이란 캐릭터를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탕의 어떤 지점이 최우식의 자신감을 이끌었을까. 최우식은 "내 필모그래피 중 스토리텔러나 성장통을 겪는 역할을 한 작품이 많다. 이탕 역시 마찬가지다.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이탕에게 드러나는 감정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최우식'을 떠올렸을 때 어리숙한 모습을 생각하잖아요. 외적으로도 말랐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는 것 같아요. 때문에 제가 나약한 연기를 할 때 다들 색안경을 안 끼고 편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와 잘 맞겠다 싶었죠."
최우식은 이탕을 '평범한 대학생'에 초점을 둬 해석하고자 했다. 그는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대학생이 드라마틱한 사건과 사고에 얽혀 변해가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보는 사람들이 '내게도 저런 일이 생긴다면'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게끔 오바스럽지 않고 보다 더 현실성 있게 담백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서는 후반부 벌크업도 해 인간 병기로 변신, 초반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우식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운동을 하며 체중 증량에 나섰지만 결국 방향을 바꿨다. 그는 "벌크업을 시도했는데 극적인 변화가 없었다. 사람은 잘 안 바뀌더라. 포기할 건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 면으로 보여줘야겠다 싶었다"며 "외적인 변화 대신 심적으로 변화를 많이 주는데 더 포인트르 줬다"고 밝혔다.
"그렇게 안 보이지만 사실 이번 작품에서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어요. 그런데 제가 살이 찌면 얼굴부터 찌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이탕은 걱정과 고민이 많은 얼굴이 돼야 하는데 살이 붙으니까 제가 생각한 얼굴과 안 맞더라고요. 이탕의 분위기와 느낌에 더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해 증량을 멈췄어요."
작품은 긴 내용을 이탕, 장난감, 송촌(이희준 분)의 시각으로 쪼개 서사를 보여준다. 이탕의 시각으로 시작해 송촌의 시각으로 끝이 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송촌의 관점이 나오자 이탕의 서사는 저절로 약해지며 재미 또한 급격히 반감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우식은 "세 인물로 쪼개서 보여준 방식은 오히려 우리 작품의 장점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살인자ㅇ난감'은 이탕의 드라마가 아니다. 이탕의 손을 잡고 작품에 들어왔다가 장난감의 시선으로 이탕을 보고, 송촌의 등장과 함께 시각이 달라지는 스토리라인이다. 때문에 각각의 역할이 있었다. 오히려 내가 욕심을 내서 후반부까지 책임졌다면 드라마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식은 이탕과 같은 '악인 감별' 능력이 생긴다면 자신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인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탕이 죽인 사람 중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저라면 살인 대신 계속 '신고'를 하고 다녔을 것 같아요. 실제로 1년에 1200번이나 신고를 해 불법 주차를 못하게 만든 시민이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저 또한 사건 및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계속 신고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창희 감독은 최우식을 '질문이 많은 배우'라고 표현한 바 있다. 도대체 어떤 것들이 그렇게 궁금했을까. 이에 최우식은 "스스로는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막힐 때 질문을 안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감독님도 그렇고 (이)희준 형도 내게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며 머쓱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이번 작품은 특히나 우려가 컸다. 초반을 담당하는 내가 무너지면 사람들의 몰입을 망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이 원작이 있다고는 하지만 만화적인 요소를 땅에 붙어 있는 인물로 표현해야 하다 보니 고민과 걱정이 더 많았다. 어떤 식으로 구현해 내야 할지 계속해서 물어보고 그림을 그려갔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살인자ㅇ난감'은 후반부 이탕의 살인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엔딩으로 시즌2를 기대하게 했다. 넷플릭스의 많은 작품들이 시즌2를 공개하는 만큼 '살인자ㅇ난감' 또한 시즌2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을 법했다. 그러나 최우식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송촌이 죽은 상태라 그 이후를 생각해 보지는 못했어요. 송촌이 다시 나온다면 변질될 것 같아요. 물론 저희는 즐겁게 찍었지만 그냥 호기심으로 남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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