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 보이는 버티컬 마우스, 왜 쓰는 걸까? [IT 잡학다식]
얼마 전 지인이 마우스를 새로 구매했습니다. 마우스하면 납작한 형태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지인이 구입한 마우스는 조금 달랐습니다. 마우스가 산봉우리처럼 위로 솟은 형태였어요. 쥐는 방법도 달랐고요. 버티컬 마우스라고 하더군요. 주변을 보니 이렇게 생긴 마우스를 사용하는 분들이 몇몇 있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불편해 보이는 버티컬 마우스는 왜 쓰는 걸까요?
버티컬 마우스, 생김새부터 다르다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마우스는 크기나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한 손에 잡히는 크기에 좌우 버튼과 휠이 나란히 수평으로 배치돼 있죠. 굳이 형태를 구분하자면 대칭형과 비대칭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대칭형은 마우스 휠을 중심으로 좌우 생김새가 똑같은 제품을 뜻해요. 비대칭형은 좌우 모양이 다르고요. 그러나 잡는 방법을 보면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요.
버티컬 마우스는 일반적인 마우스와 생김새부터 다릅니다. 버티컬(Vertical, 수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우스가 위로 솟아올라 있어요. 기울어져 있다는 표현이 더 잘 맞겠네요. 버티컬 마우스는 45~60도가량 비스듬하게 경사진 형태예요. 그래서 쥐는 방법도 다릅니다. 마치 악수를 하듯 마우스를 잡아야 해요.
이질적인 생김새 때문이었을까요. 버티컬 마우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일찍이 등장했지만, 상용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버티컬 마우스는 잭 로(Jack Lo)라는 미국 발명가가 1994년 처음 구상했는데요. 아무도 이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마이크로소프트마저 그의 아이디어를 거부했다고 알려졌죠. 결국 잭 로는 에볼루언트(Evoluent)라는 기업을 직접 만들었고 2002년에는 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릅니다.
버티컬 마우스가 독특하게 생긴 이유
일반 마우스를 볼까요. 제품을 쥐면 손목이 옆으로 꺾이게 됩니다. 필연적으로 근육, 관절, 인대 등에 자극을 주게 되죠. 특히 마우스 사용 시 바닥에 꼭 닿게 되는 손목 정중앙 부위에는 정중신경이 위치하는데요. 이는 팔부터 손가락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신경이에요. 마우스를 매일 같이 장시간 사용하다 보면 손목은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마우스를 오래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죠. 컴퓨터 앞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하는 이들이라면 아마 손목 터널 증후군(수근관 증후군)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이는 정중신경에 오랜 시간 압박이 가해지면 생기는 증상이에요. 터널 증후군에 걸리면 꽤 괴롭습니다. 손목과 손가락 끝이 저리고, 통증이 늘 따라다니거든요.
이제 버티컬 마우스를 봅시다. 손에 힘을 뺀 채 자연스럽게 컴퓨터 책상 앞에 올려보세요. 어떤 모양인가요. 손목이 수직에 가까운 형태일 겁니다. 엄지손가락이 적어도 45도가량 기울어져 있을 거고요. 버티컬 마우스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손목 형태를 유지하도록 고안된 제품이에요. 덕분에 손목에 부담이 덜 가, 각종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죠.
참고로 버티컬 마우스는 인체공학 키보드와 함께 짝을 이루곤 하는데요. 버티컬 마우스와 마찬가지로 인체공학 키보드도 자연스러운 손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독특하게 생겼어요. 보통 키보드 중앙 부위가 살짝 솟아있고, 키 배열이 안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죠. 또 손목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받침대와 키보드 본체가 한 몸인 경우가 많습니다.
버티컬 마우스, 단점은?
버티컬 마우스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쥐는 형태가 완전히 다르기에 적응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직접 제품을 만져보면 바로 체감될 거예요. 일반 마우스는 버튼을 누를 때 수직 방향으로 힘을 가하죠. 버티컬 마우스는 수평 방향으로 힘을 줘야 해, 처음에는 꽤 불편합니다.
일반적인 마우스는 크기와 높이를 줄인 휴대용 제품이 많은데요. 버티컬 마우스는 위로 솟아오른 형태라 휴대가 쉽지 않아요. 전체적인 크기를 줄일 순 있어도, 높이까지 낮추긴 어렵거든요. 높이를 줄이면 새끼 손가락이 바닥에 밀착돼 불편해질 겁니다. 아무래도 쓰는 사람만 쓰는 마우스다 보니, 왼손잡이용 제품이 많이 없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가격대도 높게 형성된 편입니다. 일반 마우스는 저렴한 사무용을 1~2만원 선에 구할 수 있는데요. 버티컬 마우스의 경우 저렴한 제품이 2~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어요. 괜찮은 브랜드 제품을 구하려면 못해도 5만원 이상은 생각해야 합니다. 고급 제품은 10만원이 넘어가죠. 이것저것 따져봐도 사무용 마우스치고는 몸값이 꽤 비싼 축에 속합니다.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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