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자인데 “트럼프가 낫다”…억만장자들이 베팅한 까닭 [지식人 지식in]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4. 2. 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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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슈워츠만·루벤스타인 3인방
모두 트럼프 승리에 베팅
민주당 지지자 다이먼
“트럼프 경제 잘 성장시켜”
중도 지향 루벤스타인
“오늘 투표하면 트럼프 승리”

제이미 다이먼, 스티븐 슈워츠만,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이들은 미국 자본시장의 실력자들입니다. 월가의 황제, 제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정치 현안과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는 한국 금융계 리더들과 달리 이들은 선거와 관련해 견해를 거침없이 밝히기도 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합니다. 이들 미국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가 최근 속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를 예견하거나, “트럼프가 되는 게 낫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 주목됩니다. 이들 중에는 오랜 민주당 지지자도 있는데도 말이죠.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왜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 것일까요.

월가 제왕 다이먼 “트럼프 경제 잘 성장시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월가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사실상 트럼프 공개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민주당의 원색적인 비난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되레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민주당원들이 (트럼프의 대표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대해 말할 때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열성지지자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은 것이죠. 또 다이먼 CEO는 이에 대해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트럼프와 동일시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이먼은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했습니다. “솔직히 트럼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관해선 어느정도 옳았고,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일부 맞았다. 트럼프는 경제를 아주 잘 성장시켰고, 무역세제 개혁도 성공했다”면서 말이죠. 다이먼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對中) 정책에 대해서도 “그가 일견 옳았다. 그는 이런 중요한 문제에서 일부 올바른 결정을 내렸고, 그래서 사람들이 그에게 투표를 한 것”이라며 호평을 했습니다.

다이먼은 민주당 측에 정치후원을 해 온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2012년 인터뷰에선 “나는 거의 민주당원”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죠. 그랬던 다이먼이 트럼프를 추켜세우자 상당한 반향이 있었던 것입니다.

트럼프, 미워도 다시한번…슈워츠만 “바이든 규제 잘못”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은 다이먼과 달리 오랜 공화당 지지자였습니다. 2016년,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공개 지지했고, 억만장자 답게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 트럼프 후원 슈퍼팩, 공화당 후원 슈퍼팩 등에 약 3720만 달러를 기부한 큰 손이었습니다. 그는 낮은 세율과 작은 정부 같은 공화당 정책의 근간에 대한 신념도 여러차례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인 전략정책포럼 의장을 맡아 트럼프의 자문역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2020년 선거 결과에 트럼프가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당시 그는 “이제는 (선거에서 승리한) 바이든을 도와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죠.

슈워츠만은 “공화당에 새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발언과 함께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과 관련해 일절 역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슈워츠만이 바이든을 지지할리는 만무합니다. 결국 트럼프와 바이든의 양자대결이 확정되면 그는 결국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라는 인물 보단 공화당의 정책과 가치를 지지하는 기조를 유지하겠죠.

실제로 슈워츠만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여러차례 쓴소리를 내놨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정책으로 기업 환경이 악화됐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기업 규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죠. 이런 변화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전보다 훨씬 복잡하게 됐어요.”

중도주의자 루벤스타인…“오늘 선거하면 트럼프 승리”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
비교적 정파색이 뚜렷한 다이먼, 슈워츠만과 달리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공개적으로 정치적 성향이나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루벤슈타인은 미국의 여러 대통령 및 정치인들과 활발히 교류하지만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발언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중도 성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태인들이 대체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또한 민주당 쪽에 다소 가깝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그는 젊은 시절 민주당 출신인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국내정책 부고문이라는 직함으로 정부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11월 추수감사절 땐 바이든 대통령에게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을 휴가지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2019년 내놓은 그의 첫 번째 저서 ‘미국 이야기: 역사학 대가들과의 대화(The American Story: Interviews with Master Historians)’에서 그가 여러 역사학자들을 인터뷰하며 존 애덤스, 토머스 재퍼슨, 알렉산더 해밀턴,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건국의 아버지들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헌법을 중시하는 보수주의 성향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루벤슈타인은 지지보다는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조심스러운 발언을 내놓고 있는데요, 트럼프의 승리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오늘 당장 대선이 치러진다면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그 근거로 “지난 2번의 대선에서 미국 50개 주중 45개 주는 같은 선택을 했고, 오직 5개 주만 선택을 달리 했다”며 “트럼프는 현재 이들 5개주에서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경제는 트럼프...쩐의 전쟁서도 승리할까
이들 억만장자 3인방이 모두 트럼프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거나 승리를 전망하는 것은 결국 경제에선 “그래도 트럼프가 낫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월가 거대펀드들은 바이든 정부 내내 계속된 인플레이션 때문에 투자금 확보가 쉽지 않았고, 금융비용 또한 큰 폭으로 치솟으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성소수자·난민·이민자·마약 이슈 등에서 지나치게 관용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의 전통적 가치가 훼손되고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고 느끼는 점도 이들이 바이든을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로 보입니다. 이들은 정파를 떠나 기본적으로 어느정도는 전통주의자들이기 때문이죠. 현재는 바이든이 선거자금 모금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지만, 선거가 본격화되면 월가의 자금이 트럼프 쪽으로 몰리며 쩐의 전쟁에서도 트럼프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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