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상상력"…'프랑스가 사랑한 만화가' 故 김정기 회고전
[앵커]
밑그림 없이 한 번에 그림을 그려내는 이른바 '라이브 드로잉'으로 잘 알려진 고(故) 김정기 작가의 회고전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고 김정기 작가는 해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 만화 축제에 초청될 정도로 프랑스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데요,
회고전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기자]
밑그림도 없이 새하얀 종이 위에 붓펜으로 망설임 없이 획을 긋습니다.
생생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인물들은 금세 군중으로 확장합니다.
2022년 10월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국하려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김정기 작가의 생전 작품 활동 모습입니다.
밑그림 없이 한 번에 그려내는, 이른바 '라이브 드로잉'의 대가로 알려지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작가.
고인을 추모하는 회고전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10m 길이의 '이어진 세상'과 '호랑이' 시리즈 등 대표작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알랑 테스타르 / 전시회 관람객 : 작품이 완전히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전체 안에서 각 부분에는 정밀성이 있습니다. 모든 부분이 세밀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완전히 뒤섞입니다.]
[피에르 라믹 / 전시회 관람객 : 정말 좋은 발견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화의 세계(분야)에 관심이 있든 없든 매우 특별한 전시입니다.]
2001년 만화가 활동을 시작한 고 김정기 작가는 국내보다는 해외 활동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습니다.
특히 2012년 스트라스부르 유럽 만화 축제를 시작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만화 축제인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 매년 초청되면서 프랑스와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정교하게 묘사하는 그림 실력은 물론이고 모든 작품 대상을 기억했다가 그려내는 기법으로 대중은 물론 평단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뤽 자카몽 / 프랑스 유명 만화가 : 작품 속에 풍부한 상상력과 능란한 재능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대목입니다. 김정기 작가는 어떻게 그린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하는 만화가에 속합니다. 경이로운 부분이 있어요.]
특히 고인의 세계 무대 진출에 첫 발판이 돼준 프랑스에서 추모 열기가 더 뜨거운 상황.
작가의 첫 개인전이 열렸던 만화·일러스트 전문 갤러리도 작품 판매를 중단하고 대중 공개 특별 추모전을 열었습니다.
[올리비에 수이에 / 다니엘 마헨 갤러리 관장 : 전시 첫날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김정기를 보기 위해 왔습니다. 한 번도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요. (김정기 작가의) 드로잉은 굉장했습니다. 제게 큰 충격이었어요. 이 갤러리 관장을 22년째 맡고 있지만,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프랑스를 포함해 전 세계 사람들이 김정기 작가를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새하얀 백지 앞에서 누구보다도 자유로웠던 고 김정기 작가.
한국과 프랑스 문화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한국 만화를 알리는 상징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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