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24세 한화 영건 김진욱 (칼럼)
- 최연소 1군 선수로 등록, 2018년 당시 신선한 바람 일으켜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2016년 5월 8일의 목동구장은 우승으로 향하려는 청춘들의 함성으로 상당히 활기찼다.
당시 황금사자기 32강전에서 만난 유신고와 인천고는 그래서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전력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에이스 김민과 리드오프 홍현빈(이상 KT)을 보유한 유신고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간 앞서 있다고는 하지만, 고교야구에서는 어떠한 변수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이성열 당시 감독은 16강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깜짝 카드를 선발로 꺼내 들었다. 김진욱(한화)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민과 동기생이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김진욱은 이 날 경기에서 5이닝 2실점투를 선보였다. 경기 역시 유신고가 3-2로 앞서고 있어 이대로만 간다면 김진욱이 승리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컨디션도 상당히 좋아 이성열 감독은 6회에도 김진욱을 내보냈다. 그런데 그 순간!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김진욱이 동료 야수와 부딪혀 그대로 그라운드에 뒤통수가 가격된 것이다. 잠시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김진욱은 힘을 내어 일어나면서 투구 속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성열 감독은 즉각 김진욱을 교체했고, 아쉬움 속에 그는 더그아웃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더그아웃 바로 앞에서 다시 쓰러진 것이었다. 이에 유신고 선수단은 일순간 당황한 듯 멍하니 그라운드를 응시할 뿐이었다. 당시 더그아웃에서 김진욱의 상태를 지켜본 필자는 병원 후송이 필요하다는 현장 응급구조사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선수들에게 "뭐해! 빨리 같이 진욱이 구급차까지 후송하도록 도와야지!"라고 큰 소리를 낸 바 있다. 그제야 선수들도 정신을 차린 듯, 쓰러진 동료를 구급차까지 인도한 다음, 다시 경기에 임했다.
결국 당시 32강전은 불의의 사고로 후송된 김진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리드를 지키자는 선수단의 마음이 통했는지 유신고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김진욱 본인이 경기를 꼭 끝까지 보고 싶다며 후송 이후 다시 목동구장을 찾은 것이었다. "이놈아! 왜 벌써 왔어?"라는 필자의 나무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제가 선발로 나선 경기는 끝까지 보고 싶어서요. 이제 괜찮답니다."라며 별것 아니라는 오히려 웃음까지 선보인 바 있다.
그것이 고등학교 2학년 당시의 김진욱의 모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고교 3학년 당시에는 147km의 구속까지 선보인 김진욱은 비록 최하위 순번이었지만, 한화 이글스에 10라운드 지명을 받으면서 프로 입문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8 시즌 시작 이후 4월에 1군 로스터에 등록, 당시 최연소 선수로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빠른 2000년 생이라 만으로 18세밖에 안 되어 여린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구속도 150km로 늘이면서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 자리잡을 만했다.
다만,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부상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2020 시즌, 22경기에 나서며 3승 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64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기에 군 복무만 잘 마치면 복귀에는 이상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당시 기록이 1군에서의 마지막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군 소집해제 이후 다시 팀으로 복귀하여 보류선수 명단에도 포함된 김진욱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의 모습을 야구장에서 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그가 스스로 구단에 퇴단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 것. 팔꿈치 통증이 지속되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던 셈이었다. 본인의 SNS를 통해서도 은퇴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했던 그는 결국 KBO를 통하여 임의 탈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야구와 잠시 떨어지게 됐다.
다만, 한화는 김진욱이 다시 돌아올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의탈퇴 선수는 공시 1년 뒤 KBO 총재에게 복귀 신청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받으면 복귀할 수 있다. 1년 뒤 김진욱의 마음에 변화가 있다면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뇌진탕 부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다시 일어났던 김진욱. 그래서 고교 시절 내내 "정말 몸 괜찮아?"를 몇 번이나 물어봤던 이가 바로 김진욱이었다.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이제 공 열심히 던진 그가 지금은 힘든 상황에서 잠시 쉬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더욱 아깝지만, 내심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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