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 나 맞혀도 돼” 추신수가 보는 숲, 레전드 품격과 간절한 마지막 단어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센터에서 전지훈련을 이어 가고 있는 SSG 투수들은 15일(한국시간)에도 불펜피칭을 진행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대만 2차 캠프를 앞두고 누구를 떨어뜨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나올 정도로 마운드에서 초박빙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저마다 신중하게 공을 던졌고, 코칭스태프도 그만큼 신중하게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15일 불펜피칭에서 이숭용 SSG 감독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는 시속 150㎞ 중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서상준이었다.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힘 있는 공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그와 별개로 거친 면과 제구 이슈는 아직 있다. 이 감독은 “공이 우타자 몸쪽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투구판을 밟는 것을 1루 쪽으로 수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아예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공을 받는 포수의 위치였다.
우타자 몸쪽으로 공이 새는 경향이 있으니 아예 타깃을 좌타자 쪽으로 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실전에서 적용한다기보다는 투구 밸런스와 감각을 찾는 차원에서의 연습이었다. 이 감독의 지시대로 포수는 보통의 홈플레이트 뒤가 아닌, 아예 좌타자 배터박스 뒤에 앉았다. 그런데 이날 서상준의 불펜피칭 파트너는 좌타자인 추신수였다. 포수가 자신의 뒤에 앉아 있기에 자칫 공에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당시 몸에 맞는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표적인 타자였지만, 실전이 아닌 불펜피칭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올해가 현역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42살의 선수였다. 대선배가 타석 가까이 붙자 서상준도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칫 몸에 맞을까 걱정하는 듯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묵묵하게 타석에 들어섰다. 그래도 서상준이 걱정하는 눈치를 보이자 “괜찮아, 자신있게 던져. 나 맞혀도 돼”라고 오히려 쩌렁쩌렁 독려했다.
좌타자 몸쪽으로 들어가는 공이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추신수는 끝까지 그 자리에 서 서상준의 훈련 파트너로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때로는 “좋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하면서 어린 선수의 기를 살렸다. 조금씩 자신감을 찾은 서상준은 이날 위력적인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며 이숭용 감독과 배영수 투수코치의 칭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렇게 서상준의 불펜피칭이 끝나자 추신수도 조용히 다음 훈련 프로그램을 위해 이동했다. 이숭용 감독도 베테랑의 품격이 흐뭇한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기억될 추신수는 2024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도 고려했지만 1년 더 뛰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대신 은퇴를 예고하는 방식을 택했다. 놀랍게도 이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올 시즌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활약한다. 이것저것 신경을 쓸 일이 많은 주장이고 추신수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정중하게 고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팀을 위해 필요하다”는 부름에 흔쾌히 응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철저히 ‘팀’이라는 ‘숲’을 보고 움직인다. 주장이 된 뒤 선수단 규율을 정비하고, ‘원팀’의 정신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에게는 “하루에 하나씩 뭐든지 물어봐라”며 거리감을 좁히는 데 앞장선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말로만 움직이는 리더도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추신수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부터 시작한다. 새벽 5시쯤이 되면 이미 후배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팀을 하나로 묶는 과정의 중심에 섰다.
캠프 중반에는 자비 180만 원을 들여 선수단과 선수단을 돕는 모든 이들에게 멕시칸 특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후배들이 “나도 고참이 되면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다. 경기장 안과 시즌 구상에서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숭용 감독의 2번 타순 제안 등 자신을 둘러싼 시즌 구상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선수지만 자신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모든 게 팀 위주다.
사실 개인적인 경력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정이 든 후배들과 우승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서다. 트로피와 유독 인연이 없던 추신수는 2022년 SSG의 통합우승에 기여하며 한을 풀었다. 그 감격을 다시 맛볼 수 있는 현역 인생 마지막 기회다. 추신수는 15일 열린 선수단 회식에서도 “우승이라는 목표가 없다면 굳이 여기까지 와서 힘들게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시 그 간절한 단어를 건배사로 제안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2024년 모든 시계가 ‘팀 우승’에 맞춰져 있다. 레전드의 품격과 리더십이 이제 마지막 한 단어를 오롯이 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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