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먹고 해리포터 읽고... 北 유튜버는 왜 다 여성일까
선전 뉴스 요약→1인 브이로그 전환
"이미지 개선·'정상 국가' 증명 의도"
여성·아동 유튜버로 '인권 신장' 강조
영상 공유·후원은 국보법 위반 여지도
지난해 계정이 폐쇄됐던 북한 유튜버 '유미'가 '올리비아 나타샤(Olivia Natasha)'로 돌아왔다. 새 계정에서 유미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식탁에 오른 킹크랩과 새우장 등을 영어로 소개한다. 유미는 발레와 승마를 하는 영상도 올렸다. 인스턴트 커피인 개성고려홍삼커피를 소개하고, 평양 옥류관 냉면도 알려준다.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북한의 새로운 체제 선전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일방적인 뉴스 영상에서 탈피해 여성과 어린이를 앞세워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영상을 활용한다. 북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인권 개선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유튜버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봤다.
브이로그·숏폼으로…"목적은 여전히 체제 선전"
북한의 1인 브이로그(일상을 찍은 영상) 선전 영상은 2019년 10월 시작됐다. 유튜브 채널 'New DPRK'와 중국 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 올라온 "북한 소녀가 알려주는 햄버거 먹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시초로 꼽힌다. 한 여성이 패스트푸드 업체를 방문해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영상이다. 노골적으로 북한 선전 영상을 송출하던 채널 'Echo of Truth'에도 비슷한 시기 1인 방송이 올라왔다.
이 같은 변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3월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군대회에서 기존 선전 방식에서 벗어난 참신한 전략을 주문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북한 선전 영상들이 개인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대체됐다.
초반에는 유튜버가 촬영자와 동행해 제품이나 장소 등을 설명하는 교양 방송에 가까웠다. 이후에는 유튜버가 셀카봉 등을 이용해 직접 촬영에 나섰다. 최근엔 유튜브 쇼츠, 틱톡을 닮은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도 제작한다. 빨리 감기, 슬로 모션 등 편집 효과도 추가됐다. 내용 면에서도 정권 찬양보다 쇼핑과 여행 등 일상 소개가 많다.
형식과 내용은 변했지만, 의도는 과거와 같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외국 시청자들에게 옛날식 선전이 통하지 않기에 형식만 바꾼 것"이라며 "북한이 독재 국가가 아닌 '정상 국가'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내포됐다"고 짚었다.
북한 유튜버 10명 중 9명이 여성
북한은 여성과 어린이를 주요 유튜버로 내세우는 전략도 구사한다. 현재 활동 중인주요 북한 유튜버 10명 중 1명을 제외한 9명이 젊은 여성이다. 여성 9명 중 2명은 17세 미만이다.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초등학생 '송아'와 유치원생 때부터 브이로그를 찍은 '리수진'이 대표적이다. 송아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를 읽고, 워터파크와 놀이동산을 자유롭게 다닌다.
전문가들은 여성과 어린이를 유튜버로 내세워 ①친밀감을 키우고 ②북한 인권 신장을 드러내려는 효과를 노린다고 보고 있다. 광고 모델처럼 유튜버도 여성, 어린이일 때 시청자의 경계심이 줄어든다. 아동 유튜버의 경우 '성장 서사'를 부여할 수 있고, 진실성도 강조할 수 있다. 초등학생 유튜버 '송아', '리수진'은 브이로그에서 아기 때 사진을 보여주고 부모님을 출연시켜 '진짜'임을 강조한다.
또 북한이 자발적국가검토(VNR) 보고서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의 89%가 수학 부문 최소숙달기준을 달성했다고 밝힌 2021년쯤 아동 유튜버에서는 '수학 동아리 활동'이 소개되기도 했다. 하승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 교수는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기존의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노약자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 됐다'는 선전 목적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좋아요'·'후원' 조심…"의미 없는 차단 풀어야"
국내에서 북한 유튜브를 시청하면 처벌 대상일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간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채널 '유미', '송아', 'New DPRK' 등을 차단해왔다. 다른 경로로 북한 유튜브를 시청해도 처벌받진 않는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반국가단체와 그 구성원을 찬양·선전하거나 사회질서 혼란 조성을 위해 만든 표현물)로 입증되면 유의해야 한다. 해당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후원하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 제7조와 제9조는 반국가단체나 그 지령을 받은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하거나 이들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자를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실제 2012년 트위터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공유한 20대 남성이 기소됐다. 김운용 다솔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리트윗, 좋아요만으로도 영상 내용에 동조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어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북한 영상물 제한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 교수는 "외국 영상 플랫폼이나 VPN 우회 등의 방법으로 북한 영상을 접하기 쉬워 차단은 실효성이 없다"며 "국민들이 북한 영상에 대한 비판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 센터장은 "일괄 차단은 기본적으로 정보 접근권 침해"라며 "공론장에서 영상을 함께 해석하고, 토론하면서 객관적 시각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62310140002669)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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