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니었다, 난 누구 여긴 어디?…한국인 바글바글, 간판은 일본어인 ‘이곳’ [한중일 톺아보기]
◆ 한일 문화 해빙 ◆
일식당 이나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이야 예전에도 흔했지만, 최근 들어 음식 스타일 부터 매장 인테리어, 간판 표기까지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곳들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한글을 병기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면, 최근에는 한글 표기가 거의 알아볼 수 없게 작게 표기돼 있거나 아예 일어로만 된 간판들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일본에서 해당 소식에 주목하는 건 지난 2019년 일본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돼 3~4년전까지 유행하던 ‘노재팬’ 운동이 어느덧 온데간데 사라지고, 이처럼 현지풍 가게들이 유행중인데 대해 ‘격세지감’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식 중국음식점 ‘지유켄’ 이라는 곳은 가게명과 간판 등 외부부터 실내까지 일본식 중국음식점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은 물론,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도 일본어로 내고 있습니다. 지유켄 옆에 있는 ‘로바타카미’라는 이자카야도 마찬가지 입니다.
해당 가게들이 있는 골목에는 유사한 식당들과 일어 간판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곳을 찾는 이들은 마치 일본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까지만 해도 을지로 3가 주변에 일본풍 가게는 드물었고, 일본어도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해 병기하는 곳이 몇개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을지로 3가 이외에 용산구 용리단길, 종로구 대학로 등지에서도 일본어로만 된 간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등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매체는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으로 외국어를 쓰더라도 외래어 표기법 등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한글도 병기해야하나, 잘 지켜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도 소개했습니다.
현재 국내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상 위반 신고 대상은 ‘면적이 5㎡ 이상이거나 건물 4층 이상 층에 표시하는 것’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결국 ‘면적이 5㎡ 미만이거나 건물 4층이 아닌’ 층의 간판은 위반 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시정요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국내거주 외국인 비율이 늘면서 을지로뿐 아니라 이태원, 이촌, 동대문, 대림동 등지서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에 태국어, 베트남어 간판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위반시 뚜렷한 처벌 조항이 있지는 않고, 단속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쇄소 밀집 골목으로 유명한 을지로 3가는 종이 수요감소로 2010년대 들어 폐업하는 곳들이 잇따랐습니다. 그러던중 폐업 점포자리에 젊은층을 겨냥한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서면서 ‘힙지로’라는 별칭이 붙을정도로 주목 받았지만, 이곳 역시 펜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죠. 주말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지만 여전히 평일에는 펜데믹 이전만 못한 느낌입니다.
이곳 포함 일본어 간판을 사용하는 가게들이 늘었다곤 하나, 주인들 대부분은 한국인 입니다. 이와사키씨는 이점을 거론하며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드물다보니 본고장의 맛을 느끼고자 자신의 가게를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도쿄내 ‘한류의 성지’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 등 한류가 최근까지 유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근래 유사하게 일본 현지 느낌의 식당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엔데믹 이후 엔저효과에 따른 일본 여행 붐, 그리고 일본산 위스키와 맥주 등 제품에 대해 높아진 선호도가 국내에서 일본식 식당이 늘어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아무 생각없이 일본 문화를 추종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해당 현상을 두고 문화교류로 볼 것인가 단순 모방으로 볼 것인가도 논쟁거리 입니다.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 시민은 “과거사 문제도 문제지만, 일본에서는 일제강점기때 일본이 한반도에 엄청난 혜택을 주었고 피해를 본 건 오히려 일본이었다는 주장이 횡행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말했습니다.
병기 없이 외래어로만 된 간판을 쓰는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도 신오쿠보 주변 가게들의 간판에 한글 등 외래어 표기가 많긴 하지만 일본어도 병기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는 겁니다.
뉴스위크는 오는 2027년 대선때 정권 향배에 따라 노재팬 운동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이 매체는 “대선 유세가 시작될 2026년 하반기 이후 어떻게 될지 예측 불허” 라며 “최근 문을 연 가게들이 몇채나 남아 있게 될지 모른다. 지금 유행하는 일본 붐도 일시 현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노골적 비하 코멘트들이 최다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나라 국민은 몇 %의 목소리 큰 선동꾼과 이에 영합하는 90% 이상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지금은 소재가 없어 선동하는 이들이 조용하나, 이 몇 %에 미끼를 던지면 미친듯이 영합할 거다. 연못에 있는 잉어에 식빵 한 조각 떨어뜨린 광경을 상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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