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외야수 김민석'의 하루…"복도 걸어갈 때도 송구 자세 해봐요" [오!쎈 괌]
[OSEN=괌(미국), 조형래 기자] “농담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농담 아닌 진심이었다. 롯데 2년차 외야수 김민석(20)은 진정한 외야수로 거듭나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부담을 주려고 하지 않지만 스스로 부담을 짊어지고 성장통의 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김민석은 지난해 입단과 함께 외야수로 전향했고 외야수로 1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했다. 타격에서 아쉬운 지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고졸 1년차 신인으로 100안타를 때려내면서 ‘리틀 이정후’라는 칭호에 다가서는 기록을 만들었다. 129경기 타율 2할5푼5리(400타수 102안타) 3홈런 39타점 53득점 OPS .652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첫 풀타임 시즌이었기 때문에 체력 저하, 많은 삼진 등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처음 외야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1군 주전이 됐다. 외야 전향 1년차에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했다. 경기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경험치를 얻었고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단점과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송구에서 아쉬움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김민석은 송구에 대한 약점을 확실하게 인지했고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했다. 코칭스태프는 김민석의 송구 개선을 위해 수비 훈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얼리 워크와 엑스트라 훈련은 매일 이어졌다.
스프링캠프에서 김민석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아침을 먹고 야구장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오후 3시까지 얼리 워크와 엑스트라 훈련을 한다.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라면서 자신의 하루를 소개했다.
김민석은 수비 훈련 과정에 대해 “타구 판단 포구 훈련 반, 송구 훈련 반 이렇게 훈련을 진행한다. 공에 회전을 많이 줘서 멀리 던지게끔 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던지는 자세는 상관 없이 멀리 던지기 위해 매일 훈련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일 나아지기 위해 숙소 복도를 걸어갈 때도 머릿 속에는 온통 송구 생각 뿐이다. 그는 “작년부터 계속 신경쓰고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는 부분이다”라면서 “농담처럼 들리시겠지만 복도 지나갈 때도 송구 자세를 취하면서 걷는다. 원래는 걸어가면서 스윙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송구 자세를 잊어버리면 안되니께 계속 몸에 익숙해지게끔 연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안 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다가서지 않고 내가 지금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라면서 “그래도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처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김민호 수비코치는 “수비 쪽에 많은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공격 쪽에 더 재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수비 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부족하지만 능력치는 갖고 있다. 그 능력치를 발휘해서 잘하느냐가 문제다”라면서 “자기가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 아는 선수다. 연습을 많이 하더라”라며 기특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태형 감독 역시도 지금까지 훈련 과정과 청백전을 지켜보면서 “(김)민석이 송구가 많이 좋아졌다.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라고 평가를 내렸다.
현재 김태형 감독의 구상대로면 김민석은 좌익수다. 지난해 봤었던 중견수 자리는 외국인 선수 빅터 레이예스를 생각 중이다. 추후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외야수 김민석’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의욕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생소한 좌익수 포지션이지만 적응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그는 “타구가 중견수보다는 많이 휘어져 온다. 그런 부분을 잘 적응해야 하는데 지금 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송구 거리가 아무래도 중견수나 우익수보다는 짧기 때문에 잘 맞는 것 같다. 타구 판단이 조금 어렵지만 송구 거리가 짧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저를 좌익수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줬고 성과도 있었기에 김태형 감독도 믿음을 주고 있다. 김 감독은 윤동희와 김민석을 찝어서 “지난해 훈련할 때는 내가 보지 못했지만 (윤)동희하고 (김)민석이는 올해 좀 더 잘할 것 같다. 지난해 시즌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다”라면서 1년의 경험이 스텝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감독님께서 저에게 직접적으로 말씀을 해주시지는 않는다. 코치님에게 전달을 받는다. 감독님께서 ‘타이밍과 공보는 시선들이 많이 좋아졌다. 이대로 유지하면 되겠다’고 코치님 통해서 말씀을 해주셨다. 코치님도 칭찬을 받았고 저도 칭찬을 받았다”라고 웃었다.
스스로도 이제는 책임감을 갖고 타석에 임하려고 한다. 그는 “책임감이 커졌다. 매일 1출루를 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안타를 못 치는 날도 분명히 생길 것이기 때문에 볼넷도 상관 없다”라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강백호(KT)와 함께 훈련을 하게 됐다. 모교인 휘문고에서 개인 기술을 하다가 휘문고가 전지훈련을 떠나자 인연이 있던 부천중에서 잠시나마 훈련을 했다. 이때 조언을 구했다. 김민석은 “(강)백호 형은 1일 1출루를 목표로 잡는다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타율도 올라가고 삼진도 줄고 OPS도 올라간다고 했다. 저도 그렇게 1일 1출루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보내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올 시즌 각오를 다졌다.
이러한 김민석의 각오는 청백전에서 4타수 4안타(2홈런) 2타점의 결과로 이어졌다. 진정한 외야수, 진정한 수위타자로 거듭나려는 김민석의 땀방울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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