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살해 협박에… 방검복 입고 출근한 교사

불성실 수업태도 지적에 불만
“가족까지 죽이겠다” 위험수위
학교측은 예방조처 제대로 안해

학생들의 살해 협박에 방검복을 입고 출근했다는 A 교사. 전북교사노조 제공.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지속적인 살해 협박에 피해 교사가 ‘방검복’을 입고 출근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사노조는 교육당국에 교사에 대한 강화된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전북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전북 지역 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A 교사는 2022년부터 2년여간 제자들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이들은 불성실한 수업태도 등을 지적하는 A 교사에게 불만을 품어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다수의 학생들 앞에서 “(A 교사를)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가족까지 찢어 죽인다. 미성년자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니 괜찮다” 등의 발언까지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일시적인 조롱 정도로 여겼던 A 교사였지만, 이같은 협박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이후에 “칼로 목을 찌르면 한 번에 간다. 촉법이라 괜찮다” 등의 구체적인 방식까지 거론되면서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으나 학생들이 사과 의사를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출석 정지’ 권고 조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일부 가해 학생과 보호자가 교보위 처분에 불복, 행정심판까지 제기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A 교사는 병원으로부터 6개월 이상의 휴직을 권고한다는 진단서를 받아 특별휴가 및 병가를 학교 측에 신청했으나, 즉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학교 측으로부터 분리 조치 등 2차 가해 예방을 위한 조치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A 교사는 지난해 9월 약 일주일간 아내가 사다준 방검복을 입고 학교에 출근했다. 그는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날이면 안전하다는 인증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냈다. A 교사는 현재 가해 학생 2명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북교사노조는 성명을 통해 “해당 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며 6개월 이상의 병가를 권고하는 정신과 진단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그런데 학교장은 사안에 관련된 학생들의 분리 조치 및 교사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 학생 측이 2년 전에 있었던 훈육 과정을 근거로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신고 내용이 대부분 허위 사실에 기초한 것으로 보아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촉구했다.

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