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이 SON답게 행동했을 뿐"... '탁구 사건' 접한 포스테코글루 감독, 오히려 주장 두둔 "손흥민 미소 뒤 승부욕 가득"
이날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울버햄튼전 대비 기자회견에서 "쏘니(손흥민)는 아주 좋은 사람이다. 그가 아시안컵에서 무사히 돌아와 기쁘다. 그는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았다. 목표였던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우리에게 잘 돌아왔다"고 손흥민의 복귀를 기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에 불어닥친 '탁구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영국 '더선'은 최근 손흥민과 이강인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탁구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해 한국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매체에 따르면 저녁 식사 시간에 탁구를 치는 이강인을 손흥민이 꾸짖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자 이강인이 주먹을 날렸고, 손흥민은 피할 겨를도 없이 얼굴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손흥민은 몸싸움 중에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 7일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에서 손가락에 테이핑을 한 채 경기를 뛰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 문제는 대한축구협회(KFA)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제가 아는 것은 없다.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장으로서 손흥민의 역할을 칭찬했다. 그는 "손흥민이 손흥민다운 행동을 했다고 본다. 주장으로서 말이다. 때때로 주장은 논쟁적인 상황에 휘말리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더십이란 단순히 인기가 많거나 모두를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행동을 봤을 때 지적하는 것이다"라며 "가끔 손흥민에게서 이런 모습을 봤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손흥민이 늘 미소짓고 웃는 얼굴이지만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다. 늘 승리를 원하고 팀의 훈련, 경기력 등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제임스 매디슨도 있지만 손흥민은 잘못된 것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갈등을 직접 언급한 이강인은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축구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커졌다. 이강인 측은 사과 하루 뒤인 15일 손흥민에게 주먹질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강인 측 법률대리인 법률사무소 서온의 김가람 변호사는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전했다.
서온 측은 "이강인 선수는 자신이 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구체적인 경위를 말씀드리기보다는 사과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금일자 OOOO(매체) 기사 등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는데 이와 같은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득이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해서는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오현규가 '탁구 사건'의 가담자로 지목되자 이를 반박하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일도 벌어졌다. 오현규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한 누리꾼이 '탁구 재밌게 쳤니?'라는 글을 올리자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욕하는 수준 참 떨어진다"고 직접 댓글을 달았다.
전날 터진 이른바 대표팀 '탁구 사건'에서 오현규가 가담자라고 추정한 누리꾼이 조롱성 댓글을 달자 이를 오현규가 반박한 것이다. 오현규는 이강인과 동갑내기로 대표팀 내 어린 선수에 속한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오현규가 탁구를 친 선수 중 한 명이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전반전 선제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던 토트넘은 후반전 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중반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경기 막판 자로 잰듯한 땅볼 크로스로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도왔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짧은 출전시간에도 어시스트 1개를 비롯해 패스 성공률 92%(11/12), 기회 창출 2회, 큰 기회 창출 1회 등을 기록했다. 평점은 상위권 평점인 7.0을 받았다.
논란의 주인공 손흥민과 이강인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주축 선수로 맹활약했다. 이강인은 대회 조별리그와 4강전까지 본선 전 경기 선발 출전했다. 바레인전 멀티골, 말레이시아전 1골 1도움 등 총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AFC가 선정한 대회 베스트11에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주장 손흥민도 전 경기 풀타임을 뛰며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8강 호주전에서는 후반 막판 페널티킥(PK)을 얻어내 황희찬의 기적같은 동점골을 도왔다. 이어 연장전에서 직접 그림 같은 프리킥을 꽂아 넣으며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16강 사우디아리비아와 8강 호주전까지 2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러 체력 부담이 있었냐는 질문에 "사실 상황을 회피할 좋은 답변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기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기에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너무 큰 대회 준결승이다 보니 조금의 긴장감, 경험 부족이 경기장에서 나온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경기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팀이 준결승 패배로 선수들이 크게 실망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나를 질책하시고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동료들을 챙겼다.
이어 "팬들께서 준결승에서 결승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경기를 보셨을 것이다. 기대감을 못 채워 드려 너무 죄송스럽다. 한국 국민으로서 너무 자랑스럽고, 이런 성원을 받아서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앞으로 팬분들이 나를 더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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