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항의’ 북한 노동자 2000명, 1월 중국 공장 점거…관리인 맞아 사망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2000명이 지난달 임금 체불 항의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감시 요원을 인질로 잡고 관리직 대표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북한 외교관을 지내다 귀순한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도 지난달 북한 소식통 등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성한 북한 노동자 파업·폭동 관련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을 주장한 바 있다.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산하 무역회사가 파견한 노동자 약 2000명이 지난달 11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 허룽시의 의료 제조·수산물 가공 공장을 점거했다. 장기 임금 체불에 화가 난 이들은 북한에서 파견된 관리직 대표와 감시 요원들을 인질로 잡고 임금을 받을 때까지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북한 당국은 영사와 국가보위성 요원을 동원해 수습하려 했지만 노동자들은 이들의 공장 출입을 막고 시위를 벌였다. 임금 체불 항의시위는 같은 달 14일까지 지속됐고, 이 과정에서 인질로 잡힌 관리직 대표는 노동자들에게 폭행당해 숨졌다.
요미우리는 “북한의 외국 파견 노동자들이 일으킨 첫 대규모 시위”라며 “노예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는 북한 젊은이들의 반골 의식이 표면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중국 지린성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700∼1000위안(약 13만∼19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하는 북한 회사는 중국 회사로부터 1인당 월 약 2500∼2800위안(약 46만∼52만원)을 받는다. 이 가운데 숙박과 식사 비용(월 800위안)과 무역회사 몫(월 1000위안)을 제외하고 나면 노동자는 한달에 700∼1000위안 가량만 손에 넣는다.
하지만 이번에 폭동을 일으킨 노동자를 파견한 북한 무역회사는 코로나19 대책으로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 폐쇄된 2020년 이후 ‘전쟁준비자금’ 명목으로 노동자 몫까지 전액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밀린 임금을 줘 노동자를 달래는 한편 폭동을 주도한 노동자 약 200명을 특정해 이 중 절반은 북한으로 송환했다. 북한 소식통은 “주도 노동자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엄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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