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버스 만들던 이 기술, 반도체 ‘나노세계’ 넘본다[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4]

글·사진(댈러스)=허진 기자 2024. 2. 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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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 반도체 설계 영역 확장 행보
AI로 칩 수요 폭증→버추얼트윈 매력도↑
케이던스와 통합 강화, 삼성도 앞서 협력
韓 기업 장비 생산·보수에 기술 도입 활발
반도체 생산 무인·자동화 트렌드 속 확산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개최된 다쏘시스템의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4’에 참가한 참관객들이 행사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경제]

버추얼트윈 기반 설계 플랫폼 기업 다쏘시스템이 올해 연례행사에서 내세운 강조줌 중 하나는 반도체 설계 영역이다. 이 회사는 앞서 파트너십을 이어왔던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기업 케이던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자사 버추얼트윈 플랫폼과 반도체 설계 부문간 통합성을 강화했다. 다쏘시스템은 인공지능(AI) 붐으로 산업계 전반에 첨단 칩을 빠르게 생산해야 할 필요성 높아짐에 따라 버추얼트윈 기술이 반도체 산업에 스며드는 속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앙 파올로 바씨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웍스 부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자사 연례 행사 ‘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4’가 열리는 미국 댈러스에서 가진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반도체 산업 속에 버추얼트윈 플랫폼이 더욱 깊숙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직접회로의 복잡도가 지수함수적으로 높아지는 동시에 인공지능 열풍이 반도체 수요를 높이며 현재 반도체 업계는 정밀도와 속도라는 두 측면을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버추얼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 기능 등이 이러한 상충되는 두 측면을 충족하고 제조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앙 파올로 바씨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웍스 부사장이 자사 서비스 3D익스프리언스웍스의 개선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가 설명한 시뮬레이션이란 설계 절차상 제품을 디자인하는 모델링 단계 이후 이어지는 순서로, 디자인한 설계도가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지 검증하는 단계다. 예컨대 생수병을 디자인했다면 이 디자인 속에서 물이 흐르는 역학 구조는 어떤지, 물이 흘러나오는 속도는 얼마나 빠를지, 물이 전부 나올 때까지 속도가 균일할 지 등을 살핀다. 실제 시제품을 제작해보지 않아도 제품의 동작 등을 예측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 공정의 복잡도가 전에 없이 높아지면서 신속한 설계와 검증을 위해 버추얼트윈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케이던스와 협력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3D 집적회로(IC) 개발을 위해 이들의 솔루션을 활용하기로 했다.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패키징하는 이 공법이 요구되는 이 기술은 향후 AI, 고성능컴퓨팅(HPC) 등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핵심적인 기술로 꼽힌다. 반도체를 평면으로 배치하는 전통적인 구조보다 복잡하고 새로운 방식이 요구되는 만큼 설계, 분석, 열 및 전력 관련 플로우가 복잡하지만, 버추얼트윈 기술을 통해 이 과정의 시간, 비용 등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다쏘시스템도 이번 행사에서 회사 케이던스와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양사 협력은 지난 2022년부터 이어졌지만 이번 발표로 양사는 협력 범위를 넓히게 된다. 회로, 전자기판(PCB) 설계에 초점이 맞춰진 케이던스의 솔루션과 폭넓은 제품 설계를 지원하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의 통합성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을 설계하는 기업들은 제품의 뇌로 작용할 반도체와 이외 부분들을 하나의 버추얼트윈 솔루션을 통해 설계할 수 있어 제품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이 12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여린 다쏘시스템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반도체 설계 영역에 앞서 버추얼트윈 기술을 활발히 적용해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다쏘시스템의 ‘솔리드웍스’를 활용해오고 있는 고려반도체가 대표적이다. 고려반도체는 솔루션 도입으로 기존 2D 중심의 설계 방식을 3D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프로젝트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되며 외주화했던 진동 분석 작업을 내재화하고 시간도 40% 절감했다. 국내 장비 기업들이 버추얼트윈 기술을 도입하면서 이들 장비를 사용하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도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유지보수에 장비 제작에 쓰인 버추얼트윈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계 분야 트렌드 중 하나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단계가 점차 통합되고 있다는 것인데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이 두 단계간 유기적 결합을 한층 가속화해줄 것으로 보인다”며 “예컨대 AI가 모델링 단계에서부터 시뮬레이션 단계의 변수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안을 미리 한다거나 해서 전체 설계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도 다른 산업 못지 않은 무인화,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 속에 버추얼트윈에 대한 도입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댈러스)=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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