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변동이…아시게 될 거에요" 김하성 묘한 미소가 힌트, 샌디에이고 역사적 결단 뒷얘기
[스포티비뉴스=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 신원철 기자] 스프링캠프 첫날 흔히 나올 수 있는 질문에 전혀 예상 못 한 답이 나왔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 잠시 만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묘한 미소에 힌트가 숨어 있었다. 샌디에이고가 자신들의 결정을 1년 만에 뒤집는 역사적 결단을 내린 순간, 김하성은 놀라면서도 미소를 띨 수 밖에 없었다.
김하성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스포츠컴플렉스에 위치한 스프링캠프 시설에서 본격적인 2024년 시즌 준비에 나섰다.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와 함께 다른 28개 팀들보다 일주일 가량 먼저, 미국 본토가 아닌 대한민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막전을 치러야 해 스프링캠프 소집일도 이르다. 김하성은 소집 첫날부터 라이브배팅에 나서는 등 평소보다 이른 일정에 적응해야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시 유격수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김하성의 마음을 울렸다. 김하성은 17일 훈련에 앞서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달라진 점이 있나'라는 질문에 "준비를 더 잘 해야할 것 같다"며 "이제 아시게 되겠지만 포지션에 변동 사항이 있어 준비를 잘 해야할 것 같고 그렇다"고 답했다. '매니 마차도의 상태와 관련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멀쩡하더라. 수술한 것 맞냐고 물어봤는데 (상태)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짝 미소를 보였다.
"아시게 될 거다"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한 김하성. 잠시 후 미팅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마이크 실트 감독이 '잰더 보가츠는 어디로 가나'라는 질문을 받고 "클럽하우스에 있을 거다"라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그러면서 "장난이었다. 우리 팀에 변화가 있다. 보가츠가 2루수, 김하성이 유격수로 간다"고 밝혔다. 김하성 유격수 복귀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수비 훈련에서 김하성은 우투좌타 내야수 타일러 웨이드와 유격수 위치에서 타구를 받았다.
보가츠는 지난 2022년 12월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700억 원) 초대형 계약을 맺고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이적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내야는 그야말로 '꽉 찬' 상태였다.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투표 톱3 김하성에 3루수 매니 마차도와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까지 검증된 선수들로 가득해 보가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 결과 김하성이 2루로, 크로넨워스가 1루로 주 포지션을 옮기게 됐다.
샌디에이고와 보가츠 양쪽에 큰 결단이다. 샌디에이고는 이 결정을 거의 1년 만에 번복한 셈이 됐다. 30대에 접어든 보가츠의 나이를 생각하면 포지션 변경은 곧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 결단을 단 1년 만에 내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샌디에이고는 생각보다 더 과감했다. 게다가 보가츠는 프로 데뷔 후 3루수 경험은 있어도 2루수로 출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그렇다. 그런데도 샌디에이고는 유격수 김하성-2루수 보가츠의 안정감이 더 낫다고 봤고, 보가츠는 구단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했다.
실트 감독과 보가츠에 따르면 2루수 전환은 지난해 12월 의논을 시작했다고 한다. 신임 사령탑으로 취임한 실트 감독이 보가츠의 고향인 아루바를 찾아가 담소를 나누다 넌지시 의사를 물었다고.
보가츠는 또 "유격수 포지션으로 계약했지만 나는 야구에 죽고 사는 사람이다. 오늘 아침에 2루수 변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내가 2루수로 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김하성의 수비를 존경한다. (유격수를 놓게 되어)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팀에 더 좋은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정말로 (포지션 변신을)원하지 않았다면 솔직히 그렇다고 말했을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가츠에 따르면 최종 결정은 17일 아침에 내려졌다. 실트 감독이 보가츠와 면담에서 2루수 전환을 통보했다. 보가츠가 받아들였고, 김하성도 유격수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실트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보가츠의 수비력 문제를 짚지 않고 '선수단에 유연성을 더해주는 팀 퍼스트 정신 덕분에'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오후 훈련까지 모두 마친 뒤 "사실 놀랐다. 보가츠가 나에게 양보 아닌 양보를 하게 됐다. 거기에 맞게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가츠도 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나도 모르게 부담이 됐다. 계속 뛰어왔고 가장 편한 포지션인데 갑자기 들으니까 당황한 것도 있었다. 그만큼 팀에서 믿어준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12월부터 보가츠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던 것과 달리 김하성은 자신이 유격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상조차 못 했다고 한다. 그는 "마차도의 팔 상태가 어떤지 몰라서 3루수는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도 계속 포지션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올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다만 유격수에 대한 자신감은 언제나 그렇듯 넘친다. 이제는 골드글러브가 멀기만 한 꿈이 아니라,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목표가 됐다는 말에서 그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김하성은 "한 번 받으니까 또 계속 받고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우리 팀 말고도 (유격수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경쟁을 잘 하면 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골드글러브는)이제 꿈보다 목표로 바뀐 것 같다. 그래서 더 큰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2년 전에는 유격수 골드글러브 점수 '톱3'에 만족해야했지만 올해는 수상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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