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10년 베테랑, 왜 스플릿 계약 선택했나…다시 생존 경쟁 시작이다

최민우 기자 2024. 2. 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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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최지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최지만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최지만(33)이 메이저리그 생존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최지만의 에이전시이 GSM은 17일 “최지만이 뉴욕 메츠와 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계약 조건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스플릿 계약으로, 개막전 로스터 진입 시 퍼포먼스 보너스 포함 1년 총액 350만 달러(약 47억원)이다.

최지만의 행선지가 드디어 정해졌다. 최지만은 지난 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2023년을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피츠버그는 최지만이 더그아웃 리더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최지만도 “내가 선참급에 속한다. 라커룸도 넓은 곳을 사용한다. 팀이 나에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 지 알고 있다”며 베테랑으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지만은 왼쪽 아킬레스건을 다쳐 3개월 가까이 이탈했다. 복귀 후 홈런 4개를 때려내며 장타력을 자랑한 최지만은 시즌 도중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 됐다. 왼손 거포가 필요했던 샌디에이고가 최지만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16경기에서 타율 0.065(31타수 2안타) 출루율 0.268 장타율 0.097을 기록했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최지만은 이적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빠르게 새 팀을 정하지 못했다. 원하는 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메츠를 포함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워싱턴 내셔널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모두 6개 구단이 최지만 영입을 고려했다.

▲ 최지만.
▲최지만.
▲ 최지만.

최지만은 계약 규모보다 출전 기회가 더 중요했다. 스플릿 계약을 맺은 이유에 대해서 GSM 측은 “최지만이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다수의 구단이 건강한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는 조건으로 스플릿 계약을 원했다. 최지만은 현재 건강하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자신감도 있다. 그래서 스플릿 계약을 수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플릿 계약은 선수와 구단이 협상할 때 메이저리그 신분일 때와 마이너리그 신분일 때 조건을 따로 두는 계약을 의미한다. 선수가 경쟁력을 입증해야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최지만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스플릿 계약을 수용한 것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오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GSM은 “최지만도 최근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주릭슨 프로파와 유사한 규모(1년 1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오퍼가 있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건강한 모습만 보여주면 개막전 로스터 진입이 가능하기에 스플릿 계약을 수용했다. 최지만에게 가장 적극적이고 향후 메이저리그 플레잉타임 등을 고려해 뉴욕 메츠와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최지만은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어 했다. GSM은 “일본프로야구 3개 구단에서도 최지만에게 관심을 보여 오퍼가 있었다. 하지만 최지만은 ‘아직 일본에서 뛸 때가 아니다’고 판단했고,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다시 생존 경쟁에 들어가는 최지만이다. 건강함만 입증한다면, 최지만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지만은 커리어 내내 숱한 역경을 견뎌왔다. 매번 부상에 시름했다. 허리와 골반, 팔꿈치 등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최지만은 “수술을 받은 뒤에는 근육의 신경이 온전치 못하다. 허리 나이가 70대 수준이라고 들었다. 야구를 하기 위해 더 많이 운동해야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더 크게 키웠다”고 했다.

▲ 최지만
▲최지만.

부상 악령에 시달리면서도 1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맺은 최지만은 오랜 시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6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탬파베이 레이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을 돌며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어왔다. 최지만의 빅리그 통산 성적은 525경기 67홈런 238타점 190득점 타율 0.234 출루율 0.338 장타율 0.426 OPS(출루율+장타율) 0.764다.

탬파베이 시절에는 최지만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2019년에는 127경기에서 19홈런 63타점 54득점 타율 0.261(410타수 107안타) 출루율 0.363 장타율 0.459 OPS 0.822를 기록.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코로나19로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최지만은 42경기 3홈런 16타점 28득점 타율 0.230 출루율 0.331 장타율 0.410 OPS 0.741을 기록했다. 최지만의 활약이 더해진 탬파베이는 40승 20패 승률 0.667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에 올랐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최지만은 18경기 2홈런 4타점 8득점 타율 0.250(40타수 10안타) 출루율 0.412 장타율 0.425 OPS 0.837를 기록. 탬파베이를 월드시리즈 무대에 세웠다. 최지만은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한국 야구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특히 주목을 받았던 건 최지만의 유연성이었다. 정상급 1루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최지만은 어떤 타구가 날아 와도 다 받아냈다. 다리를 쭉 찢어 포구해내는 모습을 연출했고, 미국 현지 중계진은 “최지만은 탬파베이의 요가 강사다”, “최지만이 놀라운 스트레칭을 보여줬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최지만.
▲최지만. ⓒ피츠버그 파이리츠 SNS
▲ 스티븐 코헨 뉴욕 메츠 구단주. ⓒ연합뉴스/AP

마이너리그까지 포함하면 메츠는 최지만의 9번째 팀이다. 빅리그 데뷔 전 최지만은 시애틀 매리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최지만이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메츠는 최지만의 7번째 메이저리그 소속팀이 된다.

최지만은 메츠와 계약하기 전까지 미국 애리조나 LG 트윈스 스프링캠프에서 개인 운동을 진행했다. 17일 메츠 구단 지정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메츠 소속이 된 최지만. 오는 26일 메츠 야수진들과 함께 스프링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최지만은 이보다 일찍 메츠 선수단에 합류해 적응에 나설 예정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최지만이 적극성을 보인 것. 밀워키 시절 인연이 있는 데이비드 스턴스 야구운영부문 사장도 메츠 소속이고, 탬파베이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투수 브룩스 레일리 등도 메츠에 있다. GSM은 “스턴슨 사장과 레일리가 있기 때문에 최지만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고 했다.

▲ 최지만 ⓒ스포티비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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