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 '철학+시스템' 있었던 벤투 선임→'무계획+불통'의 클린스만 선임...정몽규 회장의 '말장난', 결과가 입증한다

광화문 = 최병진 기자 2024. 2. 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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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광화문 최병진 기자] “오해가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과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16일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임원 회의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에 대해 논의를 했고 최종적으로 감독을 교체하기로 밝혔다. 지난해 2월 출항을 알린 ‘클린스만호’는 1년 만에 좌초하게 됐다.

정몽규 회장은 ‘지금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돌연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몽규 회장은 “여러 오해가 있다. 벤투 감독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프로세스로 감독 선임을 진행했다. 벤투 감독의 경우에도 1순위와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면서 다른 감독을 후보로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 때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졌고 최종적으로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5명을 선정했다. 후보들을 모두 인터뷰했고 1, 2순위가 면접을 진행한 가운데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말장난’에 불과하다. 감독 후보군을 만들어 좁혀나가는 과정은 전 세계 어느 국가대표팀이나 클럽팀도 진행하는 방법이다. 단 한 명의 감독만을 선택해 접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후보와 접촉해서 논의를 하는 단계를 통해 감독을 선임하게 된다. 벤투 감독 선임과 같은 프로세스가 아닌 ‘일반적인 절차’를 따른 것이다.

두 감독 선임 과정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시스템’의 유무. 벤투 감독 시절에는 철학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감독 선임 과정을 진행했고,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에는 '무계획'과 ‘불통’으로 일관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인 김판곤 감독은 지난 2018년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을 맡았다. 김판곤 위원장은 ‘능동적인 축구’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그에 부합하는 전술적 스타일을 가진 감독들로 후보군을 만들었다. 감독의 ‘이름값’이 아닌 ‘축구 철학’을 최우선으로 설정해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 당시 김판곤 감독/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그 과정에서 위원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했다. 축구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판곤 위원장은 때로는 “접촉했던 감독이 있었으나 감당할 수 있는 몸값이 아니었다”라며 명확하게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감독 선임을 이어나갔고 벤투 감독이 한국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철저한 시스템과 방향성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과정은 어떠한가. 뮐러 위원장은 전문성, 경험, 팀워크, 동기부여, 환경적 요인 등 5가지의 선임 기준을 설정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뼈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감독을 평가하는 일부 요인만 택했다. 어떠한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은 가운데 돌연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등장했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대한축구협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김판곤 위원장과 달리 내부적인, 외부적인 소통도 없었다. 뮐러 위원장과 황보관 기술본부장이 강화위원회를 소집해 클린스만 감독과의 협상을 ‘통보’했고 이에 위원들이 분노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뮐러 위원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유에 대해 단 하나의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못했다. 그저 “한국에 관심이 많고 동기부여가 뛰어나다”는 말로 회피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은 선임 과정부터 대한축구협회의 시스템과 철학이 완벽하게 붕괴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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