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돌아온 ‘원조 노가리 노포’ 을지OB베어 가보니...2시간 만에 만석

최낙원 기자 2024. 2. 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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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직장인들 “응원하는 마음으로 왔다”

지난 16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역 10번 출구 대로변의 한 상가. 투명한 유리창에는 맥주잔을 든 푸른색 곰 캐릭터와 함께 “을지OB베어 comeback(컴백)”이라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날은 41년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원조 노포(老鋪) ‘을지OB베어’가 을지로를 떠난지 2년만에 다시 돌아온 첫 날이었다.

지난 16일 2년만에 을지로로 돌아온 을지OB베어 가게 앞에 손님들이 대기 줄을 서 있다. /최낙원 기자

영업 시작 전부터 매장 앞에는 서류 가방을 든 30~40대 인근 직장인들 10여명이 줄지어 서있었다. 밖으로 나온 매장 직원이 “감사합니다. 을지OB베어 오픈하겠습니다”라며 현수막을 떼자, 손님들은 줄지어 매장 안으로 입장했다. 한 손님은 “고생 많으셨다”며 직원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8시쯤 되자 매장 내 24개 테이블은 만석이 됐다. 80여명의 손님들은 돌아온 을지OB베어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생맥주와 노가리를 주문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 재오픈한 을지OB베어에서 손님들이 맥주와 노가리를 먹고 있다. /최낙원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창희(58)씨는 “15년 전부터 이 곳을 찾았었다”며 “퇴근 후에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다시 문을 연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이날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는 나관희(37)씨는 “을지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 친구들을 통해서 을지OB베어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웠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팔아주려고 왔다”고 했다.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는 “을지OB베어 개업 40주년 행사에서 사회를 봤던 인연이 있다”며 “1대 사장님과 친분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지난 16일 2년만에 을지로로 돌아온 을지OB베어 매장 유리창에 붙어있는 홍보 현수막. /최낙원 기자

1980년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장사를 시작한 을지OB베어는 ‘노가리 골목의 원조’로 불려왔다. OB맥주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랜차이즈 1호점으로 노가리와 생맥주를 함께 파는 ‘노맥’으로 유명해졌고, 이후에 유사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노가리 골목’이 형성됐다.이후 서울시는 2015년 노가리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고, 중소벤처기업부도 2018년 을지OB베어를 ‘백년가게’에 선정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임대 계약 연장을 놓고 을지OB베어 측과 이들이 세든 건물의 소유주 간의 갈등이 시작됐고, 소송전 끝에 지난 2022년 4월 강제집행으로 건물이 철거됐다. 이후 지난해 3월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인근에 ‘을지OB베어 와우’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고 영업해 왔었다.

을지OB베어의 메뉴판. /최낙원 기자

이날 가게 내부에는 강제철거 전 을지로에서 영업할 때 사용한 간판이 걸려 있었고, 벽면 군데군데에는 빨간 벽돌들이 박혀 있었다. 강제집행 당시 현장을 수습해 가져온 ‘OB베어’가 적힌 돌출 간판, 부서진 나무 책상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옛 가게의 추억을 기억하는 손님들을 위해 ‘옛 가게 복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

을지OB베어의 2대 사장인 최수영(69) 대표는 “부득이하게 을지로에서 잠시 떠나게 됐지만 다시 을지로에 자리잡으려 1년 반 이상 장소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현재 가오픈 상태인 을지OB베어는 오는 26~27일쯤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이전처럼 골목 안이 아니라 대로 변에 매장을 열어 아쉬운 점은 있다”면서도 “41년간 을지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손님들과 끈끈한 정을 쌓았는데 다시 한 번 그런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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