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구할 때 ‘호갱’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 [김범수의 소비만상]

김범수 2024. 2. 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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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잘 구매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시계에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머리 속에 남는 질문이다. 첫 시계 구입이나 선물이라면 관계없다. 그냥 백화점이나 시계 상점에 가서 구입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예물시계를 포함한 첫 시계나 선물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거나 중고매물을 구입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두 번째 시계부터 고민이 빠진다. 시계 애호가는 시계 구입을 한 두 차례에서 끝낼 일은 없다. 마음에 드는 시계를 사고, 싫증난 시계를 팔고 수 십차례 반복하다 보면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양품의 시계를 구입하려는 욕구가 커진다.

시계 거래는 항상 리스크를 동반한다. 비싸게 주고 시계를 사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른바 ‘눈탱이’다. 또한 시계 관리 상태, ‘짝퉁’이라고 불리는 가품 리스크도 무시 못한다.

그렇다고 매번 구매할 때 마다 백화점에서 정가 주고 구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감가상각 당하고 중고매물로 내놓기도 어렵다. 시계 애호가가 쓸데없이 알뜰할 수는 있어도, 자선사업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성골’로 시계를 산다…백화점 구입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롤렉스 매장
전통적으로 시계를 구입하는 방법은 백화점 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다소 비싸게 구매할지라도 정가를 지불해, 최상의 상태의 시계를, 애프터서비스(A/S) 보장까지 가능하다. 또한 백화점 시계 매장을 방문할 때 ‘왕 대접’을 받을 정도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성골’ 했다고 칭한다. 신라시대 골품제에서 최상위 계층에서 따온 말이다.

또한 백화점에서 구매한다는 건 100% 정품이라는 점과 애프터서비스까지 보장된다는 신뢰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또한 백화점 역시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가의 시계 브랜드를 유치하는데 혈안이다. 

다만 백화점에서 시계를 구하는 건 항상 달가운 일은 아니다. 가장 먼저 가격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매번 백화점에 가서 정가를 주고 시계를 구입했다가 되팔게되면, 롤렉스(Rolex) 같이 웃돈이 붙는 특정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한다.

또한 백화점 매장의 진입장벽도 무시 못한다. 당장 백화점 시계 매장 앞에 서면 말 그대로 ‘성골’, ‘천룡인’ 들만 입장해야할 것 같은 위압감을 받게된다. 적당히 뻔뻔하고 능글맞으면 거리낌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위축이 될 수 있다.

'오픈런'을 요약하는 한 장의 사진.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아울러 롤렉스 매장의 경우 아예 출입을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지나가다가 편하게 둘러보는 건 이제 불가능해졌다. 어렵사리 예약을 해서 롤렉스 매장에 가도 내가 찾는, 보편적으로 인기가 많은 모델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롤렉스 데이토나, 서브마리너, 데이트저스트 같은 인기 모델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이 오픈하자마자 뛰어가야하는 ‘오픈런’을 몇 번 해도 구하기 어려웠다. 

즉, 백화점에서 시계 구입은 첫 시계를 구입하거나, 선물을 할 때, 정말 돈이 너무나 많아 다른 세계에 사는 ‘천룡인’이 아닌 이상 부담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커지는 시계 중고시장…개인 거래의 ‘리스크’는

두 번째 방법은 개인간 중고거래다. 큰 틀에서보면 2차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계 2차 시장은 은근히 큰 편이다. 시계 자체가 다른 명품에 비해 감가상각이 덜 되는 특징상 투자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간 중고거래를 하게 되면 보통 ‘당근’,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각종 리스크와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시계를 구매하려는 척하다가 들고 튀기, 사소한 트집으로 ‘네고’(가격할인) 당하기 등 온갖 불미스러운 위험에 노출된다.

최악의 경우 가품을 진품인 것 처럼 팔거나, 진품의 부품 일부를 따로 빼돌리는 일도 발생한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이상 시계 내부를 뜯어보면서 부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번개장터의 경우 ‘번개케어’라고 해서 자체적으로 명품시계의 상태 확인과 진품 가품 여부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 

그래서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아는 사람들끼리 시계를 사고 팔기도 한다. 시계 커뮤니티는 온라인 방식도 있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많다. 어느정도 검증되고 한 다리 건너면 연결되는 사람들끼리 시계를 사고 팔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거래 역시 문제점이 있다. 몇몇 친한 사람들끼리 시계를 높은 가격에 사고 팔면서 특정 시계 중고가를 높게 형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식 시장에서 자전거래에 가깝다. 이해관계자들끼리 특정 매물을 의도적으로 사고 팔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것이다.

◆시계 마켓 플랫폼 ‘바이버’에 가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시계 마켓 플랫폼 '바이버' 매장 모습. 바이버 제공
시계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이 같은 2차 시장을 담당하는 플랫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플랫폼은 서울 종로에 주로 위치한 시계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계방은 시계를 위탁보관해 수리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아 구매자에게 전달한다. 시계 점검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 시계방마다 가격이나 사정이 다르고 한 눈에 재고나 시세를 파악할 수 없어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했다.

최근에는 시계 2차 시장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중심의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에 설립된 시계거래 플랫폼 ‘바이버’(Viver)가 있다. 아직 이름은 생소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로 잘 알려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자회사다. 바이버는 단순 시계 매장이 아닌 하나의 ‘마켓 플랫폼’으로 거듭나는게 목표다. 이 때문에 리테일 플랫폼 기업 컬리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던 문제연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바이버의 대표이사로 부임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바이버 매장을 직접 찾았다. 광고나 협찬은 일절 없었다. 호기심에 바이버 측에 양해를 구해 ‘쇼룸’을 찾았다. 바이버 쇼룸에 들어가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엄청난 롤렉스 시계의 물량이었다. 적게 잡아도 100점 이상의 롤렉스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백화점 롤렉스 매장에서도 볼 수 없는 물량이었다.

보유한 시계도 다양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롤렉스 데이토나(Daytona) 신형 모델, 서브마리너 그린 모델 등도 보유하고 있었다. 시계 대부분이 롤렉스이지만 오메가(Omega)나 바쉐론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아랑게운트죄네(A. Lange & Söhne) 등 하이엔드 브랜드도 있었다.

바이버 매장에서 전시 중인 롤렉스 GMT-Master 및 서브마리너 모델 전시 공간. 구형부터 최신형까지 변천 과정을 재현했다. 바이버 제공
시계 애호가로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롤렉스의 인기 모델인 ‘GMT-Master’와 ‘서브마리너’를 색상별, 시대별로 변천사를 전시한 것이다. 시계 내공이 짧아 아직 롤렉스 GMT나 서브마리너 구형을 보지 못했던지라, 구형부터 최신형까지의 전시는 인상이 깊었다.

또한 쇼룸 안쪽에는 자체적으로 시계를 수리하고 관리하는 등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글로벌 시계 브랜드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들을 고용해 자체적으로 시계 관리와 품질을 구현하는 ‘인하우스’ 시스템이다.

시계 중고로 팔거나 사고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바이버에서 거래 가능하다. 중고거래시 수리부터 보증, 사후관리까지 바이버에서 보장한다. 위탁수수료는 당분간 거의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 시계 중고가를 실시간으로 제시해, 구매 희망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계의 중고가 등락율을 증권거래소나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바이버 매장에 위치한 엔지니어룸. 매장에서 판매와 구입 수리와 점검 등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바이버 제공
또한 시계를 당장 구매할 생각이 없더라도 사전 예약만하면 매장 내 시계를 편하게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당장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나왔을 무렵, 일본인 손님 여러명이 들어와 시계를 고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문세환 바이버 지원팀장은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매장을 찾아 시계에 대한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더 나아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고객들도 유치해 시계 2차시장 전문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팀장은 “실물자산이자 투자자산인 시계와 가상자산을 접목해 대체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하는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를 검토중이며 모회사인 두나무와 시너지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버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롤렉스 모델들. 바이버 제공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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