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와 이재명은 특수관계”…커지는 사법 리스크

김현지 기자 2024. 2. 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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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백현동 특혜 로비’ 김인섭 전 대표에 최고 형량 선고
이재명 대표, 선거법·대장동·위증교사 재판 줄줄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백현동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최고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의 '로비 대상'이 성남시였던 만큼,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배제해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김인섭 전 대표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알선 등을 대가로 개발사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등을 도운 공신이다. 재판부 역시 "성남시 공무원들도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등의 특수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위증교사 등 이 대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은 이미 기소된 상태다.

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인섭, '지방 정치인' 친분 이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2월13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인섭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63억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2023년 3월 성남시에 대한 청탁을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서 모두 77억원의 현금과 공사 현장 식당(함바) 사업권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이 가운데 2억5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수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백현동 개발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2010~18년) 진행됐다.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당초 이 대표는 2011년 5월부터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공영개발' 방식을 고수했다. 이를 통한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수하겠다고 했다. 한국식품연구원 등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주거지역 개발을 불허한다고도 공언했다. 대신 대기업 본사나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상황은 김인섭 전 대표의 관여 이후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판결문과 검찰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김 전 대표는 2014년 정진상 전 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내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니 많이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김 전 대표는 2005년 무렵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재명 대표와 친분을 쌓았다. 이 대표의 선거도 여러 차례 지원했다.

김인섭 전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은 2014년 4월~2015년 4월 약 300회에 걸쳐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 성남시는 정바울 대표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요청(2014년 4월~2015년 3월)을 거부하던 상황이었다. 정 전 실장은 2014년 11월 김아무개 성남시 도시계획과 도시계획팀장에게 '김 전 대표를 잘 챙겨줘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김 전 대표도 김 팀장에게 '(성남시장실 등이 있는) 2층에서도 잘해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 전 실장은 2015년 1월에도 김 팀장에게 '백현동 개발업자 측의 요구대로 잘 처리해 주라'고 했다.

성남시는 결국 2015년 3월 해당 부지 용도를 자연·보전 녹지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하기로 했다. 아울러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기부채납 대상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인 옹벽 설치 등 민간업자의 요구대로 승인했다. 이는 국토기본법 등 현행법을 토대로 한 '경기도 종합계획(2012~2020)'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의 규정과 배치됐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의 구체적인 역할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인섭 전 대표가 지방 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관해 여러 차례 적극적인 알선을 했다"고 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에게서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며 "성남시 공무원들도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등의 특수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015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있으니 진상이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주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연합뉴스

부인도 '법카 유용 의혹' 기소…줄 잇는 재판

법원의 백현동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첫 판단 이후 이재명 대표의 재판도 주목받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의 결정에 따라 백현동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입은 손해액만 최소 200억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정바울 대표는 2022년 6월 기준 1356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인섭 전 대표의 로비 대상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었고 성공한 로비였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2022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특경법상 배임 등),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제3자 뇌물),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 강요 혐의(위증교사) 등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주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경기도 불법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도 2월14일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21년 8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배우자 등과의 모임에서 식사비 10만4000원을 배아무개 전 경기도청 사무관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혐의(공직선거법 기부행위 금지 위반)를 받는다. 김씨와 공범 관계인 배 전 사무관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부인하며 허위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배 전 사무관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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