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와 이재명은 특수관계”…커지는 사법 리스크
이재명 대표, 선거법·대장동·위증교사 재판 줄줄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백현동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최고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의 '로비 대상'이 성남시였던 만큼,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배제해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김인섭 전 대표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알선 등을 대가로 개발사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등을 도운 공신이다. 재판부 역시 "성남시 공무원들도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등의 특수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위증교사 등 이 대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은 이미 기소된 상태다.
"김인섭, '지방 정치인' 친분 이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2월13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인섭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63억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2023년 3월 성남시에 대한 청탁을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서 모두 77억원의 현금과 공사 현장 식당(함바) 사업권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이 가운데 2억5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수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백현동 개발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2010~18년) 진행됐다.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당초 이 대표는 2011년 5월부터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공영개발' 방식을 고수했다. 이를 통한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수하겠다고 했다. 한국식품연구원 등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주거지역 개발을 불허한다고도 공언했다. 대신 대기업 본사나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상황은 김인섭 전 대표의 관여 이후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판결문과 검찰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김 전 대표는 2014년 정진상 전 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내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니 많이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김 전 대표는 2005년 무렵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재명 대표와 친분을 쌓았다. 이 대표의 선거도 여러 차례 지원했다.
김인섭 전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은 2014년 4월~2015년 4월 약 300회에 걸쳐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 성남시는 정바울 대표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요청(2014년 4월~2015년 3월)을 거부하던 상황이었다. 정 전 실장은 2014년 11월 김아무개 성남시 도시계획과 도시계획팀장에게 '김 전 대표를 잘 챙겨줘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김 전 대표도 김 팀장에게 '(성남시장실 등이 있는) 2층에서도 잘해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 전 실장은 2015년 1월에도 김 팀장에게 '백현동 개발업자 측의 요구대로 잘 처리해 주라'고 했다.
성남시는 결국 2015년 3월 해당 부지 용도를 자연·보전 녹지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하기로 했다. 아울러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기부채납 대상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인 옹벽 설치 등 민간업자의 요구대로 승인했다. 이는 국토기본법 등 현행법을 토대로 한 '경기도 종합계획(2012~2020)'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의 규정과 배치됐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의 구체적인 역할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인섭 전 대표가 지방 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관해 여러 차례 적극적인 알선을 했다"고 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에게서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며 "성남시 공무원들도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등의 특수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015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있으니 진상이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주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부인도 '법카 유용 의혹' 기소…줄 잇는 재판
법원의 백현동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첫 판단 이후 이재명 대표의 재판도 주목받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의 결정에 따라 백현동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입은 손해액만 최소 200억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정바울 대표는 2022년 6월 기준 1356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인섭 전 대표의 로비 대상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었고 성공한 로비였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2022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특경법상 배임 등),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제3자 뇌물),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 강요 혐의(위증교사) 등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주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경기도 불법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도 2월14일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21년 8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배우자 등과의 모임에서 식사비 10만4000원을 배아무개 전 경기도청 사무관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혐의(공직선거법 기부행위 금지 위반)를 받는다. 김씨와 공범 관계인 배 전 사무관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부인하며 허위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배 전 사무관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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