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랑캐] 개혁신당 등장으로 윤 정부 심판 어려워지나

김규원 기자 2024. 2. 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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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오랑캐]출현하기도 유지되기도 어려운 한국의 제3당, 개혁신당은 제3당이 되나… 개혁신당이 2024 총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들
2024년 2월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개혁신당 제1차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금태섭 최고위원,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 공동대표, 이준석 공동대표, 조응천, 김종민 최고위원.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제22대 총선거를 두 달 앞둔 2024년 2월9일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국민의힘 탈당파, 정의당 탈당파 등이 주축이 된 통합 ‘개혁신당’이 출범했다. 새로운 제3당의 출현이 유력시되고 있다. 과연 개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총선 뒤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이 될 수 있을까? 적대적인 양당 사이에서 연합정치의 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치학자들과 각 정당의 정치인들에게 물어봤다.

 1. 개혁신당은 제3당이 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개혁신당이 제3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회의 3당은 정의당(6석)이지만, 최근 정의당 지지율이 2020년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얻은 9.7%를 많이 밑돌고 있다. 개혁신당 통합 이후 첫 여론조사인 2월13일 <제이티비시>(JTBC)의 조사 결과를 보면, 4월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개혁신당에 8%의 시민이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녹색정의당(2%)을 크게 앞섰고 국민의힘(30%), 더불어민주당(29%) 다음이다.

2. 개혁신당은 몇 석이나 차지할까?

2024년 2월13일 이낙연 공동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 30석은 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양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도 “다다익선이다. 당연히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30~50석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솔직히 지역구는 쉽지 않고 비례에서 5석 내외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양당의 지역구 탈락자 가운데 좋은 후보들이 온다면 지역구에서 5석 이상도 가능하다. 비례에선 10석 정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냉정히 보면, 30석은 물론이고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을 얻기도 쉽지 않다. 개혁신당 후보들이 거대 양당 후보들을 제치고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비례대표를 10석 이상 차지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예를 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가 도입된 2020년 총선에서 9.7%의 정당 지지를 얻은 정의당은 5석을 받았다. 병립형으로 치른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27%를 얻은 국민의당은 13석을 받았다. 현재의 왜곡된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에서 10석 이상 가져가려면 20% 이상 정당 지지를 얻어야 한다.

21대 국회의 제3당인 녹색정의당은 개혁신당의 통합으로 이번 총선에서 제3당 경쟁을 벌이게 됐다. 2024년 2월15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회의에서 김준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 윤석열 정부 심판, 물 건너가나?

개혁신당 등장은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이번 총선의 의제를 약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개혁신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심판도 주요 의제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다시 180석을 얻는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를 심판할 수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적대적 공생 관계다. 제대로 된 정당이 30석 이상 얻어야 윤석열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정치학)는 “심판은 기본적으로 집권정부에 대한 판단이다. 지금 먹고사는 문제가 아주 안 좋은데,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 개혁신당이 나와도 기본 지형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관후 교수는 “선거 구도가 국민의힘에 유리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고 있고, 개혁신당의 양당 심판론도 강해질 수 있다. 선거 구도에 새 흐름이 생겼다”고 말했다.

더욱이 개혁신당 후보들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개혁신당의 주요 구성원인 이낙연·김종민·이원욱·조응천·금태섭·양향자·양정숙 등이 모두 민주당 의원 출신이고, 박원석·류호정 등은 정의당 의원 출신이다. 따라서 이들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경우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도권이나 충청 등 변동투표(스윙보트) 지역에선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4.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신당에 이익이 될까?

연동형 비례제와 관련해 개혁신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각각 위성정당과 연합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겨냥한 발표였다. 그러나 개혁신당은 실질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 지역구에서 정당 지지율을 넘어서는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 다른 소수 정당과 마찬가지로 개혁신당에는 기회가 된다. 특히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 중도층, 무당파층을 노리기 때문에 비례대표 선거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무당파층 비율은 여론조사에 따라 10~20% 수준으로 나타난다. 2월13일 <제이티비시>(JTBC)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8%의 정당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개혁신당이 노리는 무당파층은 17%로 나타났다.

5. 개혁신당은 총선 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이준석 공동대표는 “제3당의 존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까지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30석 이상 얻으면 다음 선거에선 더 큰 바람이 불 것이다. 소선거구제와 위성정당을 바꾸는 정치·선거 개혁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혁신당의 지속 여부가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고 예측했다. 문우진 아주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하면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구성원들이 개혁적인 것도 아니고, 당의 이념이나 지역 기반도 분명하지 않다. 의석을 얻지 못하면 이준석 세력 외에는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준일 수석에디터는 “총선이 끝난 뒤 원래 당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해볼 것이다. 특히 이낙연 공동대표의 경우 이재명 대표와 감정적 문제가 있어 대선 출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원내교섭단체이자 3당의 지위에 오른 정당은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이었다. 총선거 직후인 2016년 4월14일 오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자들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6. 다른 정당들은 개혁신당을 어떻게 보나?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개혁신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선 일부 의석을 얻을 수 있고, 지역구에선 민주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심판 분위기를 민주당이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이 잘한다면 개혁신당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개혁신당이 나오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이 강화될 것이다. 우리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 등 혁신에 나서고 있다.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개혁신당이 우리보다 지지율이 높은데, 개혁신당이 나와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시민들을 실망시켜서 지지가 빠진 것이다. 그들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7. 제3당은 한국 정치에서 왜 성공하지 못했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원내교섭단체인 제3당의 등장은 1988년 총선에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제3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제4당)이 처음이었다. 이 총선에선 각 지역에 기반을 둔 무려 4개의 원내교섭단체가 등장했고, 여소야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2년 뒤인 1990년 두 당은 민주정의당과 통합해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이 3개 정당의 통합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보수(민자당계)-진보(민주당계)의 양당제 구조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원내교섭단체였던 제3당은 그 뒤로도 몇 차례 등장했다. 1992년 총선에선 정주영의 통일민주당, 1996년 총선에선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제3당으로 활동했다. 그 뒤 네 번의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제3당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20년 만에 원내교섭단체인 제3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민주화 이후 많은 정당이 국회에 진출했지만, 양당을 제외하고 2회 이상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자민련 계열(신민주공화당·자유선진당) 정당이 유일하다. 자민련계는 1988·1996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고, 2000·2004·2008·2012년에도 국회에 진출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진 못했지만, 민주노동당 계열(통합진보당·정의당) 정당도 2004년 이후 모든 총선에서 국회에 진출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국회에서 제3당은 출현하기도, 유지되기도 매우 어렵다. 그 이유로, 첫째는 한 지역구에서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통상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지나치게 적은 비례대표 의석 때문이다. 현재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으로 전체 의석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다. 47석으로는 소선거구제로 왜곡된 정당들의 의석 비율을 보정하기가 어렵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참고 문헌:

김소정·윤종빈, ‘한국 유권자의 제3정당 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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