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식 라디오 하차 내몬 선방심의위, 제재 남발 '역대급'

박재령 기자 2024. 2. 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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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2개월 만에 역대 가장 많은 법정제재 7건… 모두 정부 비판 방송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점수에 영향 "심리적 압박 받는다"
"문제 많은 사람" 민원 취지 벗어난 발언들에 위축되는 패널들
전문가 "어투 가지고 문제 삼는 경우까지… 검열 역할 할 수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을 위촉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출범 때부터 '편파구성' 논란이 일었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2개월 만에 역대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의결한 가운데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중징계가 몰리자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견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심의위원들의 거친 언행과 잇따른 중징계에 패널과 방송사들은 선방심의위 심의가 과도하다는 불만을 호소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는 16일 기준 6번 회의를 거쳐 총 7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5건이 '관계자 징계', 2건이 '경고'이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되는 중징계로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법정제재보다 낮은 제재로는 '문제없음', 행정지도 '의견제시', '권고' 등이 있다.

역대 가장 강한 수위의 징계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출범 이후 이번 기수 전까지 선방심의위에서 '관계자 징계'는 두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법정제재 자체도 보통 2~3건에 불과했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선방심의위는 10건 이상의 법정제재가 예상되는데 이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된다. 법정제재를 받으면 주의는 1점, 경고는 2점, 관계자 징계는 4점이 방송평가에서 감점되는데 선거방송심의는 3번 제재 누적부터 감점이 2배로 커진다.

일부 위원들의 특정 패널, 진행자에 대한 비판 강도가 매우 강하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지난달 4차 회의에서 MBC 제작진에 “신장식 진행자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TBS에 있을 때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한 달에 한 건 가까이 지적을 받았다. 왜 이런 사람을 데려온 것이냐. 데려온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뉴스하이킥 등 다른 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봐도 (장성철 소장이) 결코 국민의힘, 정부·여당에 호의적인 멘트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거의 다 야권을 대변하는 평론”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11일자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MBC유튜브 갈무

강한 제재의 수위는 실제 방송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방심의위가 의결한 7건의 법정제재 중 6건을 받으며 집중 타깃이 된 MBC라디오 뉴스하이킥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는 지난 8일을 끝으로 방송에서 하차했다. 신장식 변호사는 “MBC에 더 부담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도 각종 방송에서 '선방심의위에서 요즘 혼나고 있다'고 언급한다.

선방심의위에서 언급된 적이 있는 A패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사에 미안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면 방송사가 곤란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B패널은 “말 꼬투리를 잡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 하면 문제없는 발언도 내가 하면 문제 제기를 한다”며 “사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방송국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심적인 압박을 받는다. 비슷한 발언을 해도 누구는 문제가 안 되고 누구는 문제가 된다. 이런 고무줄 잣대가 객관성을 상실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방송사 진행자는 통화에서 “기본적으로는 하던 대로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던 것도 툭 하면 걸고 넘어지니 꼬투리 잡힐 것 없이 방송하자는 얘기는 한다”며 “우리끼린 이번 선방심의위가 좀 과도해 보인다는 얘기를 한다. 방통심의위는 이전부터 쌓인 관례가 있는데 선방심의위는 언어도 그렇고 더 거칠고 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비판 방송에 몰리는 '중징계'… 민원 취지 벗어난 발언도 '반복'

▲ 지난달 16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갈무리.

문제는 선방심의위 심의가 주로 정부 비판 보도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법정제재가 나온 7건 모두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내용이거나 진행자의 발언, 패널 구성이 정부·여당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민원 취지에서 벗어난 거친 언행이 나오기도 했다. 민원이 제기된 방송뿐 아니라 패널의 성향 자체가 문제이고, 문제 있는 패널을 계속 출연시키는 프로그램, 방송사 구조의 문제라는 식이다. 최철호 위원은 지난 1일 5차 회의에서 “(CBS라디오) 뉴스쇼 프로그램 전체적으로 법정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성철씨가 이날 방송에서 발언한 것 이외에도 편향적인 발언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철호 위원은 지난달 4차 회의에서도 장성철 소장을 놓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당과 같은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포함시켜서 균형이라는 얘기를 하는 게 말이 되나. 지난 대선 때도 계속 이러고 있다”고 말했고 6차 회의에선 “적지 않은 국민들이 MBC가 민주당 하청 방송이냐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CBS에 대해서도 “김준일, 장성철과 같은 사람들은 평론가 타이틀을 놓고 이런 말을 할 수는 있다. 문제는 방송사가 왜 이런 사람들을 쓰냐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제작진의 해명은 민원 취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관련 보도에서 정부 정책을 과도하게 비판했다는 민원에 대해 박범수 MBC 뉴스룸 취재센터장이 “현실적으로 2분 정도의 보도에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후속 보도를 통해서 저희가 계속 취재하고 보도하고 있다. 6개월, 1년의 보도를 통틀어서 봐달라”고 말하자 백선기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우리는 MBC 보도를 종합적으로 보는 기관이 아니다. 올라온 사안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엔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선방심의위 안건에 민원 취지 항목이 삭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보통 방송심의소위원회와 선방심의위 안건엔 방송 내용과 함께 민원 취지가 공개되는데 3차 선방심의위 때 이것이 생략된 채로 안건이 나왔다. 기자들 항의 이후 원상복구됐지만 위원회가 민원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게 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 TV조선 사옥.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는 출범서부터 '편파구성' 논란을 빚었다. 본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협의를 통해 구성되지만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방심의위가 꾸려졌다. 특히 야권 추천 위원들은 방송계 추천 몫을 처음으로 방송 관련 협회가 아닌 TV조선에 준 것을 놓고 TV조선에 위원 추천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TV조선이 추천한 전 TV조선 에디터가 TV조선 선거방송 심의하는 것이 정상인가]

현재 TV조선 추천으로 선방심의위에 참여하고 있는 손형기 위원은 과거 TV조선의 편향 논란에 대해 '언론 흔들기'라고 맞선 바 있다. 2016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의견진술자로 나온 손형기 당시 TV조선 전문위원은 프로그램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사회자가 질문만 던지는 기존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진행방식에서 탈피해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토론을 이끄는 신개념 토크프로그램”이라며 “특정 야당이 표적성이 의심되는 민원을 계속 넣고 있는데 이는 건강한 비판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선방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 선방심의위를 보면 발언의 맥락보다는 단어하고 어투를 가지고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선거방송 심의가 검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위원 구성부터가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편향성이 높을수록 제재 수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심영섭 교수는 “공정성, 객관성 조항 자체가 문제다. 그 조항이 존재하는 한 심의위원들에게 전권을 주는 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재량권을 가지고 방송사에 고통을 줄 수 있다. 공정성, 객관성 조항은 적용할 수 있는 폭이 너무 넓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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