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퇴근 후 업무 연락 = 벌금 5백만 원' 한국 도입되면?
근로자가 신고하면 벌금 최대 5백만 원
"학부모 연락받는 교사들 자유로워질 것"
호주 세계 워라밸 4위, 年1,707시간 근로
워라밸 32위, 年1,901시간 일하는 한국은?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리는 시간이죠. '앉아서 세계 속으로' 박수정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박수정,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직장인들이 굉장히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네요.
◆ 박수정> 주말이나 휴일 같은 때 회사 상사에게서 일 연락을 받는 상황 있잖아요.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 호주의 상원 의회에서 퇴근 후에 회사에서 업무 연락이 왔을 경우에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전화를 거절해도 되는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안이 통과됐다고 합니다. 하원에서 최종 승인만 남은 상태이긴 한데 아마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하거든요.
그냥 연락하지 마시라고 권고만 하는 수준의 법이 아니고요. 고용주는 매우 긴급한 일이 아닌 이상 유급 근무시간 외에는 업무와 관련된 부당한 연락을 근로자에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실제로 근로자들에게 업무시간 외에 답장을 강요하는 고용주가 있다면 바로 신고를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공정근로위원회라는 곳에 신고하면 해당 기업이 최대 50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게 된다고 해요.
◇ 채선아> 강제성이 있네요. 이거.
◆ 박수정> 근무 시간이 아닐 때 일하는 걸 그림자 노동이라고 표현한대요. 그 그림자 노동을 없애겠다, 근절하겠다는 취지라고 하는데 호주 총리가 이 법안에 관해서 설명하면서 24시간 내내 급여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24시간 내내 답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이 근로자들을 과로라는 재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고 합니다.
◇ 채선아> 이게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법안이긴 한데 또 근로자 입장에서는 되게 박수가 나오는 법안이거든요. 근데 과로 얘기를 하는 거 보니까 호주도 근무시간이 상당한가 봐요.
◆ 박수정> 과로를 재앙으로까지 표현하길래 어느 정도인지 보려고 OECD 자료를 좀 찾아봤거든요.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작년 통계를 보면, 연평균 근로 시간이 호주는 1,707시간이에요. 그래서 OECD 평균인 1,752시간보다는 적습니다. 유럽의 프랑스나 독일이나 EU 평균과 비교했을 때는 더 높은 수준이긴 한데 한국은 1,901시간이에요. 우리나라보다 근로 시간이 높은 나라가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 콜롬비아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가장 높은 순으로 했을 때 5위입니다.
◇ 채선아> 그러니까 호주는 우리보다 한 200시간가량 적게 일하는데도 과로는 재앙이다. 이렇게 보고, 법을 만들었다는 거잖아요.
◆ 조석영> 우리나라도 이거 도입하자는 얘기를 몇 년 전부터 했는데 작년에 나온 조사에서 아직도 직장인 60% 정도는 퇴근 후에 연락받는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 박수정> 유럽에서는 비슷한 취지의 법이 이미 2017년에 통과가 됐고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이런 나라들에서도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벌금이 내려지는 규제가 시행되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 조석영> 지금 ***님이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면 세수 부족을 조금 해결할 수 있다고 의견 주셨어요.
◇ 채선아> 벌금을 내는 기업이 엄청나게 많아지겠다는 말씀인 것 같네요.
◆ 박수정> 기업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죠. 뉴욕타임스 취재에 따르면 호주 기업가 단체들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호주 기업인들의 단체인 호주 비즈니스 협의회에서는 성명서를 냈다고 하는데요. 기업에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키고 결과적으로는 기업이 비용 손실을 보게 되면서 일자리와 기회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요. 이 법안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성공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생산성과 일자리 성장 이런 것인데 그걸 개선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인기를 얻기 위해서 이런 법을 만들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고 합니다.
◆ 조석영> 그런데 회사를 계속 다녀야 되는 입장에서 이걸 선뜻 신고할 사람이 있을까요?
◆ 박수정> 본인이 직접 신고해야 하니까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요. 또 한편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어요. 이미 호주 정도면 충분히 근로복지가 좋은 나라라는 거죠. 호주가 워라밸 지수에서 떨어지는 나라가 아니거든요. 실제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을 워라밸 기준으로 매년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가 있어요. 네덜란드의 인사 전문 회사인데 여기서 매기는 워라밸 그러니까 워크 라이프 밸런스, 삶과 일의 균형에 대한 랭킹을 보시면 호주가 4위예요.
◇ 채선아> 상위권이네요.
◆ 박수정> 점수로는 100점 만점 중에 73.71점인데 이 안에 들어가는 항목들을 보시면, 연차는 며칠을 주냐, 근로 시간은 몇 시간이냐, 최저시급은 얼마냐, 보험 제도나 직장 내 평등 지수는 어떤가 이런 것들을 점수화한 거예요. 호주가 사실 지금 4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에는 이미 좋은 환경이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는 거죠.
◆ 조석영> 우리나라가 몇 위인지 궁금합니다.
◆ 박수정> 우리나라는 32위를 기록하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생각했을 때는 좀 굴욕적인 숫자라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100점 만점에 52.45점을 받았는데요. 가장 우리가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이 '직장 내의 평등 지수'인데요. 54점이에요. 이게 거의 다른 중동 국가들을 좀 웃도는 수준이고요.
어쨌든 뭐 이런저런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곧 시행이 될 걸로 보이는데요. 가디언에서는 '이 새로운 법안은 고용주들과 직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냈는데 이 기사가 좀 재미있었던 건 직군과 산업에 따라 이 법이 좀 다르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하면서 여러 직군 중에서도 특히 교사들에게 큰 영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왜냐면 호주에서도 우리나라와 좀 비슷하게 퇴근 후에 학부모들에게 오는 연락에 시달리는 공교육 교사들이 그만두는 일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았대요. 그래서 그 교사들이 모여서 공립학교 교사들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연락하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그런 법안에 투표하기도 했고요. 근데 이런 법이 시행돼서 이제 교사들이 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호주 얘기로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상황도 많이 떠오르네요.
◆ 박수정>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꼭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그런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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