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까지 6개월…당신은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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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캐럴과 주변 사람들은 종말을 맞이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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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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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향해 소행성이 돌진한다.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하늘에 뜬 소행성은 달덩이보다 더 크다. 종말은 예정돼 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는다.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즐기며 살 수 있다고 세상을 달리 본다. 사람들은 하고 싶었던 걸 내키는 대로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세상을 주유한다. 당신이라면 6개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①일상이 더 그리운 중년여성
중년여성 캐럴(목소리 연기 마사 켈리)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 그는 요란하게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 일상의 즐거움이 그립다. 그런 캐럴을 부모와 언니는 이해하지 못한다. 캐럴은 서핑을 하며 생의 마지막을 만끽한다고 말하나 실제로는 집 안에 머물 때가 많다.
캐럴은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듯한 여성을 우연히 발견한다. 몰래 따라가 보니 신천지가 펼쳐져 있다. 사람들이 사무실에 모여 일하고 있다. 무슨 업무인지는 알 수 없다. 캐럴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일에 전념한 후 퇴근하는 삶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바로 입사 지원을 한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캐럴은 곧바로 사원증과 책상을 받는다.
②종말 앞에서 하는 성찰
캐럴과 주변 사람들은 종말을 맞이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캐럴의 부모는 연인과 대형유람선으로 세계여행을 떠난다. 스카이다이빙 등 위험한 야외활동을 즐기는 캐럴의 언니는 더 격한 활동에 전념한다. 어떤 이들은 매일 난잡한 파티에서 새로운 이성을 만난다. 그 와중에도 캐럴과 ‘직장 동료’들은 출근을 해 회사 일에 골몰한다.
직장에서 일상을 되찾고자 하는 캐럴과 동료들이 그렇다고 정상은 아니다. 그들은 삶의 관성에 의해 직장 생활을 성실히 할 뿐이다. 캐럴은 새롭게 출근한 직장에서 예전에는 몰랐던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통성명을 하고 음식을 나누며 수다를 떨며 인간관계를 맺는 시간이 삶의 빛나는 대목들이었음을 말이다.
③찬 웃음에 담긴 따스함
사람들은 지구를 향하는 소행성을 신이 준 축복으로 여긴다. 모두가 함께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줬고 삶을 맘껏 즐길 수 있게 해줬다는 생각에서다. 애니메이션에는 매 회 이런 아이러니가 등장한다. 대형 유람선을 공격하는 해적들은 금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고강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해적질을 했던 그들은 삶의 막바지에 부자들이나 가능한 휴식을 간절히 원한다.
특히 9회는 여러 번 곱씹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캐럴은 서핑에 완벽한 파도를 찾아 전 세계를 떠돌아다닌다. 그의 방황은 서핑을 모르는 사람을 설레게 할 정도로 절실하면서 서정적이다. 원효대사의 깨달음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은 꽤 오래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뷰+포인트
지구 종말이라는 우울한 소재를 차가운 웃음으로 다루면서도 따스함이 의외로 담겨 있다. 모두가 한꺼번에 세상에서 지워질 수 없을지 모르나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정돼 있다. 애니메이션은 죽음을 몇 개월 앞두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날 것이며 누군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지 모른다. 또 누군가는 살아온 대로 하루하루를 살다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한번쯤 죽음을 통해 삶을 반추해 보라고 권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8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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