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지진 공포...일본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김경민의 도쿄 혼네]
새해 첫날부터 7.6 강진, 방송국 "도망쳐!"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은 교훈으로, 피해 최소화
'어쩔 수 없잖아' 지진은 삶의 일부니까
일본에 사는 한 언제든 대피하고 훈련해야 토요일의>
【도쿄=김경민 특파원】 2024년 1월 1일 오후 4시 10분. 새해 첫날 오후에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났는데요. 일본 혼슈의 중부 지역인 이시카와현 인근에서 시작된 규모 7.6의 강진으로, 현재까지 24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기상청은 약 4시간 동안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고, 쓰나미는 동해 쪽의 광범한 지역에 도달했습니다. 제가 사는 도쿄의 고층 맨션에서도 1분 남짓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큰 지진이었어요. 특히 이번 '노토반도 지진'은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이어서 한국에서도 지진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지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지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 방송국의 지진 속보였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 일본 기상청은 노토반도에 최대 5m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NHK방송 화면에는 곧 장 '쓰나미! 도망쳐!'라는 자막이 큰 글씨로 떴습니다. 경고 자막은 '쓰나미! 피난!' 'Evacuate!(대피하라)' 등이 계속 번갈아가며 전파됐습니다.
차분하게 속보를 전하던 여성 아나운서는 오후 4시13분 쓰나미 경보가 내려진 이후로는 더욱 크고, 다급하게 "쓰나미 경보입니다! 즉시 도망치세요!" "지금 당장 집을 떠나서 높은 곳으로 가십시오!" "멈추지 말고 바다에서 떨어진 곳으로 대피하십시오!"라고 소리쳤습니다. 보수적인 일본 방송에서 재난 경보 문구를 '도망쳐!'라고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2011년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당시 1만800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는데요. 일본 방송국들은 '긴급 상황에 대한 전달을 현실감 있게 했더라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경보 초기부터 '도망쳐!'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 덕분인지 이번 지진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런 방송국의 역할이 컸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입니다.
우리도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과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 이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특히 경주 지진은 관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1978년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습니다. 지진을 모르고 살았던 우리도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주요 대지진 사례>(feat. 일본 기상청)
1923년 간토 대지진(시즈오카현 아타미시) 규모 7.9
1933년 쇼와 산리쿠 지진(산리쿠 연안) 규모 8.1
1944년 도난카이 지진(쿠마노나다 연안) 규모 7.9
1946년 난카이 지진(고치현) 규모 8.0
1952년 도카치 오키 지진(홋카이도 앗케시쵸) 규모 8.2
1983년 일본해중부지진(아키타현 미네하마무라) 규모 7.7
1993년 홋카이도 남서쪽 해안지진(홋카이도 오쿠시리시마) 규모 7.8
2003년 도카치 오키 지진(홋카이도 에리모초 모모히토하마) 규모 8.0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와테현 미야코시) 규모 9.0
일본이 이번에는 다소 다급한 반응을 보였지만 일반적으로 지진을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지진에 대해 '시가타나이(仕方が無い)'라고 말합니다. 시가타나이는 '하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지진을 통제할 수 없는 삶의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는 것을 아시나요. 지진을 수용하는 일본인들의 자세가 잘 드러난 작품인데요.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는 이 작품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파괴로부터 사람들의 치유하는 과정을 다루고, 기억의 중요성과 연대감을 강조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일본인들은 규모 4 이하 정도의 지진에는 그리 놀라지도 않습니다. 한번은 대형 마트에서 규모 4 정도의 지진을 느끼고 허둥댔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 당황했고 일본인들은 태연하게 장을 보고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언제든지 대지진에 대비해 대피할 준비는 해두고 있습니다. 집에는 항상 우비와 손전등,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 담요와 수건, 몇년간 보관이 가능한 식수 등을 구비해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유치원에 입학하면 줄서기와 지진 대피 요령을 배웁니다.
일본인으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지진, 쓰나미, 태풍, 화산에 대한 대피 요령을 배우고 훈련합니다. 평소에는 침착하지만, 일단 대지진이라는 '스위치'가 켜지면 일사불란하게 대피 모드로 행동하는 게 일본인입니다.
일본은 태평양의 화환(Pacific Ring of Fire) 즉, '불의 고리'에 위치한 섬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죠.
일본은 태평양 주변의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을 일컫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포함된 국가입니다.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고리 모양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칠레 서쪽, 미국 서쪽, 알류샨 열도, 쿠릴 열도, 일본 열도, 타이완, 말레이 제도, 뉴질랜드 등이 환태평양 조산대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른바 지구의 판구조론에서는 판의 경계에서 지각 변동이 활발하다고 하는데 환태평양 조산대는 바로 그런 판의 경계들이 모여 이루어진 곳입니다.
모든 지진의 90%와 대지진의 81%가 환태평양 조산대의 지진대에서 발생한다고 하네요. 현재 환태평양 조산대에는 세계 활화산의 절반이 넘는 283개 정도의 활화산도 분포하고 있다니 불의 고리라고 불릴만 합니다.
일본은 무려 4개의 판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쩌면 지진과 화산 재난은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과 매우 가깝지만 이런 지리적 리스크를 피해간 한국의 위치 선정은 가히 천운이 아닐까요.
그럼 '지진 전문국가'인 일본에서 알려주는 지진 대피 요령에 대해 알아볼까요? (feat.일본 총리실)
▲실내에 있을 때
예를 들어, 큰 가구에서 머리를 피하고 튼튼한 책상 아래에 숨으십시오. 서두르지 마세요.
요리나 난방을 위해 불을 사용하는 경우 그 자리에서 불을 끌 수 있을 때 불을 끄고, 불의 근원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억지로 불을 끄지 마십시오.
문을 열고 탈출로를 확보하십시오.
▲인원이 많은 시설에 있을 때
서두르지 말고 시설 직원 및 직원의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종업원이나 다른 사람의 지시가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머리를 보호하고 흔들릴 경우에 대비하여 안전한 자세를 취하십시오.
매달린 조명 등에서 대피하십시오.
출구나 계단으로 서두르지 마세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가장 가까운 층에 정차하고 즉시 하차하십시오.
▲야외에 있을 때
무너진 블록 벽과 뒤집힌 자판기를 조심하고 비켜주세요.
건물 벽이 무너지거나, 간판 및 유리창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십시오.
▲산이나 절벽 근처에 있을 때
낙석이나 산사태에 주의하고 가능한 한 해당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있을 때
스트랩과 난간을 단단히 잡으십시오.
▲자동차 운전 중일 때
급하게 조향하거나 급제동하지 않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십시오.
비상등을 켜서 주변 차량에 경고하고 도로 왼쪽에 정차하십시오.
▲대도시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선 안전한지 확인하십시오. 여진에 의해 물건이 떨어지거나 화재가 발생할 위험도 있으므로 안전한 장소를 찾아 정차하고 불필요하게 움직이지 마십시오.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는 단체 낙상의 위험도 있습니다. 역 주변에서 가능한 한 많은 인파를 피하십시오.
발생 후 약 3일 동안 혼란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응하십시오.
▲쓰나미가 발생하면
쓰나미는 상상 이상의 장소에서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찾아옵니다.
가능한 한 빨리 해안을 떠나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대피하십시오.
쓰나미 경보 및 주의보가 해제되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피해 지역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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