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아내 “러시아의 끔찍한 정권 물리쳐야”
1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급사(急死)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8)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48)는 남편 사망 소식을 독일 뮌헨에서 들었다. 나발니의 부당한 투옥에 항의하고 러시아 정보를 위해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던 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직후 자녀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현장을 떠나려 했다고 한다. 독살 시도와 오랜 감옥살이를 한 남편을 조용하게 애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바로 고쳐먹고 원래 하려했던 연설문을 고쳤다. 남편이 연설을 바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발니는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남편의 사망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나는 푸틴과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 푸틴의 친구들, 정부가 우리나라, 내 가족, 내 남편에게 한 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싶다”며 “전세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악을 물리치고, 지금 러시아에 있는 끔찍한 정권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은 2분 남짓이었지만 맨 앞줄에 앉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뒤편에 앉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청중을 사로잡았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뚜렷한 고통이 새겨진 얼굴로 놀라운 침착함을 유지한 채 분명하고 차분하게 말했다고 한다.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감동의 기립 박수를 쳤고,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은 나발나야가 무대를 떠날 때 직접 그를 찾아 응원을 보냈다.
푸틴 정권의 억압을 받으면서도 나발니, 나발나야 부부는 굳건한 사랑을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지난 14일 마지막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이 또한 그의 아내를 향한 사랑 표현이었다. 그가 사망하기 불과 이틀 전이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올린 글에서 그는 “우리가 푸른 눈보라와 수천㎞ 거리로 인해 떨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이 매 순간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썼다. 나발니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교도소에서 자신을 면회하는 변호사를 통해서 올린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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