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나발니 의문사에 푸틴 침묵..유럽·미국서 추모 집회
러시아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47)가 16일(현지시간) 시베리아 감옥에서 돌연 사망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반(反)푸틴 진영의 핵심 인물이었던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러시아 내에서도 정부 비판론이 나오는 등 대선에 미칠 여파가 주목됩니다.
러시아 언론은 이날 크렘린궁이 푸틴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고 신속하게 보도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관련 언급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서방은 대체로 나발니 사망을 의문사로 규정하며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나발니는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하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역시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방이 푸틴 대통령을 정조준하자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니의 타살 의혹설 등에 대해 "완전히 광기"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장 직접 나서기보다 국내외 상황을 좀 더 관망하면서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 언론에서는 나발니의 죽음으로 러시아 야권이 큰 타격을 입고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더 단단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발니의 죽음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실질적으로 남아있던 푸틴의 마지막 정적이 제거됐다"며 "그의 죽음이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공고하게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나발니 죽음은 주로 국외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야권과 진보적 반전 활동가들에게 엄청난 타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대선은 다음 달 15∼17일 치러지는데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나발니의 급사가 대선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 내 야권 인사들과 나발니 지지자들은 그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나발니의 측근이자 나발니가 설립한 '나발니본부' 대표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한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나발니가 죽었다'가 아니라 '푸틴이 그를 죽였다'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죽음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검찰은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라는 요청이 온라인에서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불법 시위에 참여하지 말 것을 경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추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르고, "러시아가 살인을 저지른다"고 외치면서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서는 경찰 추산 500∼600명이 러시아 대사관 앞에 나발니의 사진과 꽃을 놓고 촛불을 켠 채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정치인이었던 나발니를 추모했습니다.
군중은 국제형사재판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했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푸틴을 헤이그로", "살인자를 잡아넣어라"라고 외쳤습니다.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도 100여 명이 '푸틴은 전범'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열었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내 러시아 대사관 앞에도 100여 명이 모였고 스위스 취리히 기차역과 제네바 유엔 건물 앞에도 각각 300여 명과 100여 명이 모여 나발니를 추모했습니다.
이 밖에 파리, 로마,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헤이그, 리스본 등 유럽 전역에서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미국에서도 충격을 받은 러시아인들이 모여 추모 집회를 가졌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망명 중인 반정부 운동가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전 하원의원이자 반정부 활동가인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SNS에서 "정말 악몽이다. 알렉세이의 죽음은 살인이며 푸틴이 조직한 것"이라며 "알렉세이가 '자연적' 원인으로 사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감옥에서의 중독과 추가적인 고문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의 유명 작가 보리스 아쿠닌은 AFP 통신에 "나발니는 죽었고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며 "그는 결국 푸틴 대통령을 묻어버릴 것이다. 살해된 나발니는 살아있는 나발니보다 독재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혀 온 러시아 야권 지도자 나발니는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16일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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