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진에 속는 이유 중 한 가지…크기가 가늠 되지 않기 때문 [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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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알을 발견했다는 뉴스입니다.
정식 드론을 날려보기 전에 개념을 좀 알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만약, 저 위의 공룡 알을 찍으면서 우리가 크기를 알고 있는 계란을 옆에 두고 찍는다면 공룡 알이 얼마나 신기한 크기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겁니다.
100년 전 신문에 실린 '박사가 공룡 알을 들고 있는 사진'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역할도 하지만 공룡 알의 크기를 가늠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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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사진을 통해 오늘의 사진을 생각해보는 [백년사진]입니다. 1924년 2월 13일자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공룡알을 발견했다는 뉴스입니다. 원문을 먼저 옮겨 보겠습니다.
一千萬年前의恐龍의卵 ◇『뉴욕』박물관아세아탐험대일행이 몽고『꼬비』사막에서 25개 발견 세상에는 이상스럽게도 일천만년 전의 공룡(恐龍)의 알을 발견하엿다. 미국 뉴욕주 뉴욕 시에 있는 박물관(博物館)에서 온 제3차 아세아 탐험대(第三次亞細亞探險隊)『앤주로』박사일행이 몽고(蒙古)『꼬비』사막에서 오주일동안 모래가 탈듯한 더운날 더위를 무릅스고 탐험하야 공룡의 뼈와 공룡의알 을 발견하엿는데 이 알은 일천만년 전에 공룡이나아 논 것으로 기리가팔촌이요 둘레가칠촌이요 껍질이 두푼인데 원래 나은지가 일천만년이나 된 알이라 알 속은 모다 골고 그속이 전부 돌이 되엿스나 껍질은 새로나은 것가치 고읍다 한다. 일천만년이 지내도록 이럿케 껍질이 성한 리유는 고흔 모래 속에 일천만년동안 잇다가 모래가 다 날나간 후에 드러난 듯하다하며 알 속이 돌이 된리유는 알껍질터진 틈으로 물이 드러가서 화석(化石)이 된것이라한다 그런데 엇더케 일천만년이 된줄알앗느냐하면 그 엽헤잇는 공룡의 뼈를 해부하야 본즉 일천만년전에 그곳에서 살든공룡의 뼈이며 이곳저곳에 뭇친 공룡의 알을 차차 파내이어 스물다섯개가 나왓다한다. 이번에『앤주로』박사가 어든 공룡의 뼈와알을 합하면 륙십여개인데 공룡의 대가리가 칠십오개이요 공룡의 골속이 십사개이요 알이 이십오개이라하며 이럿케 일천만년이나된 공룡의 알을 엇기는 세계에 처음 잇는일이라한다 (사진: 땅에서 파내인 공룡의알). |
▶ 미국 뉴욕시의 박물관이 몽고 고비 사막을 5주 동안 뒤져 1000만 년 전 지구에 살던 공룡의 알 25개를 발견했다는 뉴스입니다. 알 하나의 길이가 8촌이고 둘레가 7촌이라고 하니 길이가 26센티미터에 둘레는 23센티미터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 고비 사막 현장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서 우리는 알의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26센티미터라는 설명을 들어야 비로소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요즘 핫하다는 중국 이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드론을 하나 샀습니다. 정식 드론을 날려보기 전에 개념을 좀 알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전문가용 드론의 1/100 가격에 수십 종류의 제품들이 사이트에서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화려한 외관 뿐만 아니라 비행 모습도 아주 부드러운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큰 기대를 안하고 그 중 중간 정도 가격의 드론을 주문해서 언박싱했습니다.
▶ 사진기자인 저도 이커머스의 광고 사진과 영상에서 본질을 정확하게 꽤 뚫지는 못했습니다. 저의 손에 도착한 드론은 완구 수준이었습니다. 본체 배터리를 충전하고 조종기에 알카 배터리를 넣은 후 하늘로 띄우니 정상 작동했습니다. 드론을 띄우려면 사전에 비행 및 촬영 신고를 해야한다기에 걱정을 좀 했었는데 기우였습니다. 소음도 아주 미세한 장난감이 하늘을 날고 있다고 해서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왜소한 외모에 처음 저를 현혹시켰던 광고 영상을 다시 보았습니다. 아, 저의 머릿속 기대와 실제 차이가 이렇게 컸던 이유는 광고 영상 속에 조종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면 밖에서 조종기로 드론을 날리고, 화려한 조명을 쏴서 비행 모습을 촬영하니 그럴 듯하게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구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고민하느라 큰 에너지를 쓰지 않았고, 한달 동안 잘 연습할 수 있었으니까요.
▶ 신문에 실리는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들은 대체로 물건을 찍을 때 기준이 될만한 뭔가를 포함시켜 사진 찍습니다. 100원짜리 동전, 담배 라이터, 모나미 볼펜, 신용카드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정확하게 크기를 알고 있는 것을 같이 놓고 사진을 찍으면 뉴스가 되는 물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저 위의 공룡 알을 찍으면서 우리가 크기를 알고 있는 계란을 옆에 두고 찍는다면 공룡 알이 얼마나 신기한 크기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겁니다.
▶피사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사람을 등장시키는 겁니다. 몸의 크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손의 크기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건의 크기를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100년 전 신문에 실린 ‘박사가 공룡 알을 들고 있는 사진’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역할도 하지만 공룡 알의 크기를 가늠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것은 이미지보다는 숫자입니다. 재원을 꼼꼼히 살핀다면 머릿속 기대와 실제가 일치할 겁니다. 하지만 그 재원은 화려한 이미지 뒤쪽에 아주 자그마한 글씨로 숨겨져 있습니다. 다시 들어간 사이트에서 결국 눈에 잘 안 띈다는 걸 알고 빠져나왔습니다.
▶오늘은 사진에 사람이나 일상에서 익숙한 물건이 들어가면 크기를 가늠하기 좋다는 생각에 100년 전 발견된 공룡 알 사진을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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