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 키워줘'…유튜버 집에 유기한 무책임한 구독자

연락받고 갔더니…고양이 2마리·돈·편지 등 놓여있어
구독자 '사기를 당해 외국에 가야만 하는 상황' 전해

[서울=뉴시스] 한 유튜브 구독자가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유튜버에게 고양이 두 마리를 유기하고 갔다. (사진= 유튜브 '산골짜기동물칭구' 채널 캡처) 2024.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 구독자가 유튜버의 집 주소를 찾아내 자신의 반려 고양이들을 유기한 사실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13일 여러 마리의 고양이와 일상을 담는 유튜버 '산골짜기동물칭구'는 '구독자님이 고양이들을 골목에 두고 가셨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버가 '골목에 고양이가 있다'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골목에는 솜이불로 둘러싸인 케이지와 고양이 물품들이 함께 놓여있었다. 솜이불 2장과 담요를 걷어내니 두 개의 케이지가 있었다. 1개의 케이지당 고양이 한 마리씩 총 두 마리가 있었다. 또 케이지 아래에는 패딩도 깔려 있었다.

유튜버는 "오늘 고양이 두 마리를 누군가 맡기고 가셨다. 나는 집주소 공개를 잘 안해서 광고나 협찬에도 다른 주소를 알린다"며 "그런데 그 주소로 어느 분이 고양이 두 마리를 두고 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고양이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상당히 많이 받아왔고, 이렇게 누군가 자신에게 유기하는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튜버는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고 암담함까지 느꼈다"며 "하지만 고양이를 두고 가는 분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슬펐을지가 짐작돼 나도 마음이 안 좋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영상에 올리진 않지만) 나는 내가 키우는 고양이들 외에도 많은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산골에서 동물병원을 오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반려동물만 책임지고 싶다는 것이다. 구독자 15만명의 '산골짜기동물칭구'는 유기된 고양이 두 마리를 자신이 돌보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구독자가 케이지 앞에 붙여 놓은 장문의 편지였다. 그는 "(유기한 구독자가) 부디 상황이 괜찮아져서 한국에 돌아온다면,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가시길 부탁한다"고 부탁했다.

구독자는 고양이들을 유기한 곳에 돈과 편지도 두고 갔다. 유튜버가 해당 편지 내용을 영상에서 공개했다.

이 구독자는 "사업을 하던 중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외국에 가야만 하게 됐다. 개인 사정상 주변에도 부탁할 곳이 없어 몇 년 전 유튜브로 알게 된 산골짜기동물친구들님이 생각났다. 다 큰 고양이를 2마리씩이나 맡기게 돼 사과드린다. 저는 욕하시되 저희 고양이들은 불쌍히 여겨 비바람 피할 작을 안식처와 굶어 죽지 않도록만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한 유튜브 구독자가 유튜버에게 고양이 두 마리를 유기하면서 고양이들의 정보가 담긴 쪽지를 남겼다. (사진= 유튜브 '산골짜기동물칭구' 채널 캡처) 2024.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고양이들의 나이와 성격 및 특성이 담긴 정보들로 포스트잇을 꽉 채웠다. 구독자 15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산골짜기동물칭구'는 유기된 고양이들의 지내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유기한 구독자에게 고양이들이)이곳에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구독자면서 어떻게 유기하냐. 편지는 구구절절하지만 못됐다", "유기하는 인간들 환멸 나고 소름 돋는다", "나한테 6년 키운 고양이 입양한 사람도 일본으로 유학간다고 했는데 몇 개월 뒤에 프로필 사진 보니 결혼사진 올라와 있더라"고 분노했다.

영상은 현재 19만여회의 조회수와 2400여개의 댓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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