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병역·방송법… 거대 양당 빈틈 파고들며 공약 차별화 [심층기획-제3지대 공약 분석]
병역 확보·군 가산점 논쟁 차단 취지
‘지하철 공짜 폐지’로 지자체 부채 해결
노인회는 “노인 학대” 반발… 논란 예고
서울아파트값 이하 재산 상속세 면제
소득세 점진적 인상 등 들고 나오기도
거대양당 “관심끌기용 공약” 평가절하
일각 “지속 어려운 제도 타개 해법 담겨”
“소련의 고연령층 무임승차 제도를 본떠 만든 이 제도는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개혁신당,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이용 혜택 폐지 공약 발표)
3지대 공약들은 일견 발칙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지속이 어려운 제도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해법이 담겼다. 예컨대, 여성 병역의 경우 전통적 성역할을 바꾸는 ‘성평등’ 차원의 주제면서도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 문제가 담겨 있다. 고령층 지하철 무상이용 폐지는 인구 고령화와 낙후된 사회 기반 시설 문제를 품고 있다. ‘상속세 현실화’ 공약도 임금근로자 대부분의 고용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고민과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의 고민을 덜어주자는 차원의 접근이다. 고성장 시대에 설계된 재분배 정책을 현실에 맞게 고쳐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방송법은 공영방송에 정치권 입김을 줄이자는 내용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야당일 때는 적극 처리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막상 정권을 잡으면 논의를 꺼리는 법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한을 여야 정당에 7대 6으로 부여, 야당 동의 없이 사장 선임을 불가능하게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끝내 처리하지 않았다. 180석을 얻은 21대 국회에서도 처리를 미루다 2022년 대선에서 진 뒤에야 처리를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야당 시절에는 방송법 처리를 요구했지만 정권을 잡은 뒤에는 논의를 이어가지 않았다.
상속세 조정 요구는 그동안 재계에서 제기돼 왔다. ‘절대다수 서민의 표’가 필요한 양당으로선 수용이 쉽지 않은 요구다. 현 정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가 각각 ‘논의를 해 봄 직하다’ 수준으로 말했을 뿐이지, 구체적인 논의로 발전하진 않았다. 국민의힘은 상속세 개편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에 선을 그었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선거를 앞둔 졸속 공약”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3지대 정당은 징벌적 세금 형태가 아닌 ‘계층 간 타협에 기초한 선진국형 증세’라며 상속세 개편 공약을 내놓았다. 새로운선택은 ‘서울 아파트 가격 이하 재산 상속·증여세 면제’ 공약을 밝혔다. 대신 각종 공제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 소득세를 점진적으로 높이자고 했다. 소액 주주 권리 확대와 기업 지배 투명화 개혁을 전제로 기업 지분 상속 증여 최고 세율도 50%에서 25%로 낮추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근로장려세제 등 ‘마이너스 소득세’를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새로운선택 주장대로 세제가 개편되면 기존 소득세 면세자 일부는 세금을 내게 되고, 중산층 이상 계층의 경우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으로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데 쓰자는 제안이다.
개혁신당의 경우 과점주주 상속세율을 60%에서 50%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과점주주가 상속 절차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상속세 절감을 위해 주가 상승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조정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이상의 상속세 조정 등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 병역 논쟁은 주로 진보 정당이나 여성계에서 이뤄졌다. 고통 분담의 문제가 아닌 전통적 성역할을 바꾸자는 차원에서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민주당에서는 일부 여성 의원이 개별적으로 주장한 바 있지만, 공약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반면 이번 총선을 앞두고 3지대에서는 여성 병역과 관련된 공약이 나왔다.
개혁신당은 여성 경찰과 해양경찰, 소방, 교정 직렬 신규 공무원 희망자에게 병역 의무화 공약을 내놨다. 신속한 입법과 생활관 개선을 통해 이르면 2030년부터 여성의 병사 근무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혁신당의 경우 성역할보다는 병역자원 확보와 군 경력 가산에 따른 불평등 논쟁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하철 무상이용 혜택 폐지는 개혁신당 공약 중 가장 찬반양론이 첨예하다. 당장 대한노인회는 ‘노인학대’라고 반박했다. 개혁신당은 미래세대의 세금으로 해결해야 할 도시철도 운영기관 부채를 해결하고, 지하철 비용을 대는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덜어주자는 접근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무임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이 없고, 철도 공기관 부채는 나날이 쌓이고 있으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추가 부담 우려도 적잖다.
한편 개혁신당은 국가가 기업에 준법 의무, 납세의무 외에 준조세 성격의 요구나 비자발적 기여를 요구하지 못하게 하는 ‘떡볶이 방지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총수들이 윤 대통령과 부산에서 떡볶이 등 분식을 함께 먹은 것을 직접 겨냥한 공약이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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