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인천 박승호 "분한 마음에 조기 복귀…30경기 목표"
하루 웨이트 3번…"조성환 감독님으로부터 '내려 놓아야 한다'는 조언 들어"
(창원=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월드컵에서 다친 뒤 안 될 거란 말이 있었어요. 분한 마음이 들었죠. 덕분에 빨리 복귀했네요."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발목 골절로 조기 귀국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박승호(21)가 기적처럼 빠르게 경기에 복귀한 비결은 오기였다.
박승호는 16일 경남 창원 크라운호텔에서 열린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에서 "U-20 월드컵에서 발목을 다쳐 몸도 아프고 마음도 힘들었지만, 딱 100일 만에 복귀했다"고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했다.
박승호는 지난해 5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 김은중호의 일원으로 출전해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온두라스를 상대로 추격골을 넣었으나 직후 오른쪽 발목이 부러져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가기까지 5∼6개월 정도 소요될 걸로 예상됐다.
부상 뒤 선수로서 더 이상 기량을 꽃피우지 못할 거라는 일각의 우려에 분함을 느꼈다는 박승호는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여주자'는 마음을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 재활에만 몰두했다.
감격스러운 월드컵 출전, 부상으로 인한 3개월 넘는 공백, 복귀 뒤 K리그 데뷔골과 라운드 최우수선수(MVP)까지. 박승호의 2023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같았다.
박승호는 그 과정에서 월드컵 무대 득점자라는 자신감과 함께 단단한 멘털을 얻었다.
배준호(스토크 시티)가 '김은중호 U-20 대표팀' 멤버 중 가장 먼저 해외로 진출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럽다. 나도 나가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친 뒤 "악에 받쳐서 더욱 열심히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동기부여로 삼는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리그 9경기 1골을 기록했던 박승호는 2024시즌 목표로 '30경기 이상 출전, 공격포인트 10개 이상'을 내걸었다.
박승호는 "지난 시즌엔 신인이었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 나에 대해 잘 몰랐을 테지만, K리그 2년 차를 맞는 올 시즌엔 나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을 것"이라며 "상대가 나를 아는 만큼 더 잘 준비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에르난데스가 전북으로 이적하며 생긴 빈자리가 박승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 조성환 인천 감독은 "풍부한 미드필드 자원으로 운영의 묘를 발휘해 보겠다. 박승호, 송시우, 김보섭 등 멀티 자원도 있고, 개인 능력으로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팀 패턴으로 골을 넣겠다"며 박승호를 중용할 계획을 밝혔다.
박승호 역시 경기 출전 욕심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이에 인천 코칭스태프가 의욕적인 박승호에게 '운동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코치진에 정확히 어떤 말이 돌았는지는 모른다며 멋쩍게 웃은 박승호는 "아침, 오후, 저녁 하루 세 차례씩 웨이트를 하는데, 하필 웨이트 장이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이 자주 다니시는 곳 앞에 위치한 바람에 항상 감독님이 보신다"며 "팀 훈련에 웨이트까지 하면 컨디션에 오히려 지장이 갈까 봐 걱정하신 것 같다"고 머쓱해했다.
그의 의욕 과다를 걱정한 조 감독으로부터 애정 어린 조언도 들었다고 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고, 작지만 기본적인 패스와 슈팅 등을 하나하나 차례로 신경쓰다 보면 더욱 경기가 잘 풀린다는 게 조 감독의 메시지였다고 한다.
박승호는 "잘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커 보이긴 했나 보다"라며 웃은 뒤 "조금씩 내려놓다 보니작년처럼 좋은 장면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U-20 월드컵을 이끌었던 김은중 감독이 2024시즌을 앞두고 수원FC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이젠 스승을 적장으로 만나게 됐다.
마침 인천은 개막전부터 수원FC와 격돌한다.
박승호는 "지난해 말에 U-20 멤버들이 모여 회식 자리를 가졌는데, 김 감독님이 빨리 복귀해서 다행이라고 말씀해주셨다"며 "경기장에서 상대 팀 감독님으로 뵌다면 싱숭생숭할 것 같다"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내 "프로는 프로다. 냉정하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월드컵 때와는 또 다른, 한 단계 성장한 내 모습을 감독님께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은 박승호는 "그래도 (골을 넣는다면) 세리머니는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행복한 고민을 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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