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를 리스펙합니다"…유격수로 돌아온 김하성, '3740억' 보가츠도 쿨한 인정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저는 김하성을 리스펙합니다."
2024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이번 시즌 유격수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7일(이하 한국시각)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이번 시즌 잰더 보가츠가 2루수로 자리를 옮기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김하성이 2루수에서 다시 유격수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했다.
유격수 자리는 김하성에게 익숙한 곳이다. 김하성은 2014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지명받았다. 2020시즌까지 7시즌 동안 891경기에 나섰는데, 그중 대부분을 유격수로 출전했다.
이후 김하성은 2020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포스팅을 신청했고 샌디에이고와 4년 최대 3200만 달러(약 427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117경기에 나섰는데, 그중 260이닝을 유격수로 소화했다. 이어 3루수로 165⅔이닝, 2루수로 148이닝을 책임졌다. 2022시즌에는 금지 약물 복용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며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유격수로 1092이닝, 3루수로 171⅓이닝을 지켰고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앞두고 포지션을 변경해야 했다. 샌디에이고가 잰더 보가츠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와 보가츠는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740억 원) 계약에 사인했다. 보가츠가 유격수로 나서면서 김하성은 2루로 이동했다. 이어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김하성은 주로 2루수로 활약했지만, 3루수와 유격수로도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2루수로 2루수로 856⅔이닝, 3루수로 253⅓이닝, 유격수로 153⅓이닝을 책임졌다.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루수 부문 1위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가 차지했지만, 유틸리티 부문 1위에 당당히 김하성이 올랐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이었다.
지난 시즌 2루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하성은 다시 유격수로 돌아간다. 밥 멜빈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떠나면서 새롭게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은 실트 감독은 "잘못 표현하고 싶지 않다. 보가츠는 작년에 샌디에이고에서 정말 좋은 유격수로 뛰었다. 우리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 보면 김하성도 유틸리티 내야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저는 결코 보가츠를 대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유격수로서 김하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고 좋은 팀 동료다"고 말했다.
실트 감독과 보가츠는 지난해부터 포지션 변경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트 감독은 "보가츠의 반응은 '좋다. 우리 팀에 어떤 모습일까?'였다"며 "당연히 그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고 상황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매우 많이 열린 마음을 가졌다. 저는 그를 정말 존중한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ESPN'은 보가츠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보가츠는 "저는 사람들이 팀을 이렇게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특히 수비적으로 김하성을 리스펙한다. 사실 그를 많이 리스펙한다"고 말했다.
보가츠는 2013시즌 빅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는데, 2루수로 뛴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 유격수로 11675⅔이닝, 3루수로 442⅔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샌디에이고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보가츠는 "제가 샌디에이고에 온 유일한 이유는 월드시리즈 우승 때문이다"며 "이런 식으로 우승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저는 3루수로 한 번, 유격수로 한 번 우승했다. 2루수로 우승을 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펀치력있는 유격수로 활약했다. 특히, 키움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0시즌에는 138경기에 나서 163안타 30홈런 109타점 111득점 타율 0.306 OPS 0.92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 117경기 54안타 8홈런 34타점 27득점 타율 0.202 OPS 0.622를 기록하며 적응 기간을 거쳤다. 이어 2022시즌 150경기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타율 0.251 OPS 0.708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지난 시즌에는 152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를 마크하며 '빅리그'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공격력도 인정받은 시즌이었다. 당당히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로 등극했다.
지난 시즌 모든 지표가 좋아진 김하성이 다시 유격수 자리로 돌아온다. KBO리그에서의 펀치력 있는 모습을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줄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다시 2루수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보가츠가 2루수 자리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제 위치로 바꿔야 한다.
'MLB.com'은 "김하성은 시즌이 끝나면 FA가 될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에서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보가츠가 합류하기 전 2022시즌을 유격수로 보냈다. 유격수로서의 가치가 가장 높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실트 감독은 시즌 전에 두 선수를 이전 포지션으로 복귀시킬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보가츠가 봄 내내 2루수로 뛰며 기량을 쌓을 계획이다. 보가츠는 메이저리그에서 2루수로 뛴 적이 없다"고 했다.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 20일, 21일 이틀 동안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서울 시리즈' 맞대결을 치른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북미 이외 지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이자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메이저리그 경기다.
고척돔은 김하성이 키움 유니폼을 입고 7년 동안 누볐던 구장이다. 당시 유격수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운 김하성이 '서울 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유격수 자리를 지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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