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금싸라기’에 100층 랜드마크 세워질까…안그래도 비싼 집값 ‘금값’ 되겠네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2. 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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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21]
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발표
국제업무존은 최대 용적률 1700% 허용
세계 최초 45층 건물 잇는 스카이트레일
전체 녹지 합치면 용지면적 50만㎡ 수준
‘공유교통·UAM·자율주행’ 첨단교통 도입
총 사업비 51조원 넘어…10년 전과 다를까
서울 용산정비창 용지 전경. [매경DB]
서울 용산역에 가면 뒤편으로 넓은 땅이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용산정비창 용지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진 서울 철도차량 정비창이 있었지만 이전하며 빈 땅이 됐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곳을 서울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고도 합니다. 서울 3대 도심인 광화문, 여의도, 강남 사이 딱 가운데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용지 면적도 약 50만㎡로 상당히 넓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심 개발지하면 떠오르는 일본 도쿄의 롯본기 힐스보다 4.5배, 미국 뉴욕의 허드슨야드보다 4.4배나 큽니다.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땅이 비어있다 한 번에 개발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뭅니다. 이곳 발전이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그래서 이번 주제는 용산정비창 개발로 잡았습니다. 최근 용산정비창 용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내용의 계획안이 다시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약 10년만의 재추진 입니다. 핵심은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 도시’를 만드는 겁니다. 과거에 좌초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용적률 1700% 허용...100층 랜드마크 빌딩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방향을 4가지로 제시했습니다. ①융·복합 국제업무도시 ②동행감성도시 ③입체보행 녹지도시 ④스마트 에코도시 입니다.

융·복합 국제업무도시는 일자리와 주거, 놀이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도시 속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전체 땅을 4개 구역, 20개 블록으로 나눴습니다. 가장 중심부에 있는 구역 이름은 ‘국제업무존(8만 8557㎡)’입니다.

국제업무존은 총 4개 블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용도지역이 중심상업지역으로 확 오른 게 눈길을 끕니다. 상한 용적률이 1000%로 높아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최대 용적률을 1700%까지 허용해 줄 계획입니다. 물론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을 제시하거나,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만들 때 얘기입니다.

높이 제한은 아예 없앴습니다. 100층 안팎의 초고층 개발을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랜드마크가 될 이 건물에는 프라임급 오피스와 전시·컨벤션(MICE)시설, 호텔, 광역환승센터를 조성하도록 했습니다. 건물 최상층에는 서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시설과 복합놀이 공간도 만듭니다. 저층부에는 콘서트홀과 아트뮤지엄, 문화도서관을 배치합니다.

업무복합존에 들어설 스카이트레일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국제업무존 바로 뒤편 구역은 ‘업무복합존(10만 4905㎡)’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총 10개 블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곳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업이 입주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특이한 공간도 마련됩니다. 바로 스카이 트레일입니다. 구역 안에 건물들 45층 부근을 1.1km에 걸쳐 쭉 잇겠다는 구상입니다. 공중 이동을 편하게 하고 서울 시내 파노라믹 조망을 제공하는 차원입니다. 최상층 전망시설이나 스카이 트레일은 일반 시민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게 목표입니다. 동행감성도시를 만들겠단 전략이죠.

‘업무지원존(9만 5239㎡)’은 업무복합존 보다 뒤에 있는 구역입니다. 총 5개 블록으로 구성됐습니다. 이 구역은 국제업무존과 업무복합존의 배후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업무시설 보다는 주거·교육·문화시설이 들어선다는 뜻입니다. 주거시설은 일단 아파트 3500가구와 오피스텔 2500실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국제업무지구란 이름에 걸맞게 외국인 체류 지원센터도 만들 예정입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용도지역 계획 [사진출처=서울시]
중심부인 국제업무존에서 업무복합존, 업무지원존으로 갈수록 건물은 차츰 낮아집니다. 업무복합존은 60층 안팎, 업무지원존은 40층 안팎의 건물이 세워지는 셈입니다. 두 구역의 용도도 일반상업지역으로 중심상업지역보단 한 단계 낮습니다. 그래도 전체 사업지구의 평균 용적률은 900% 수준으로 오릅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용적률이 800%임을 고려하면 차원이 다른 초고층 고밀개발이 이뤄지는 겁니다.
지상·지하·공중에 50만㎡ 대규모 녹지 공간
또 다른 목표는 자연 친화적인 도시를 만드는 겁니다. 입체보행 녹지도시 전략인데요. 지상은 물론 지하와 공중 공간에까지 녹지를 입체적으로 넣는 게 핵심입니다. 계획된 녹지를 모두 합하면 전체 용지 면적 약 50만㎡에 맞먹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는 축구장 24개 규모이기도 합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그린스퀘어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가장 주목되는 건 일명 ‘그린 스퀘어’입니다. 용산역에는 지상철이 다니는데요. 이 철로 상부를 인공데크로 덮고 8만㎡에 달하는 대규모 공중 공원과 야외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 공원은 용산공원과 주변 한강을 이어주는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린 커브’는 폭 40m, 길이 1km에 이르는 U자 모양 순환형 녹지입니다. 국제업무지구 안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공원인 셈입니다. 그린 커브와 주변 시가지는 ‘그린 코리더’라 불리는 선형 녹지로 연결합니다.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전자상가, 성촌공원, 서부이촌동 주거지역을 그린 코리더가 잇는 구조입니다.

그린스퀘어, 그린커브, 그린코리더 위치도 [사진출처=서울시]
스마트 에코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도 신경을 씁니다. 현재 용산역에는 7개 철도 노선이 지납니다. 지하철 1호선 경인·경원선, 4호선, 경의중앙선, 호남선, 장항선, 경춘선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GTX-B노선, 공항철도 등 앞으로 4개 노선이 더 생기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을 현재 57%에서 70%까지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내연기관차량 운행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친환경 교통수단도 도입합니다. 공유교통, 자율주행셔틀, 도심항공교통(UAM) 등 말입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보급해 교통수단에서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계획입니다.

건축물에서도 탄소배출을 최소화 합니다. 지금은 건물 단위로만 친환경 인증을 받고 있는데요. 서울시는 건물을 넘어 지역 단위로 친환경 인증을 받는 최초 사례를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해보겠단 입장입니다. 2050년에는 제로에너지건축 1등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 [사진출처=서울시]
51조원 넘는 막대한 사업비...과거와 다른 점은?
이 같은 계획이 언제쯤 실현될까요. 일단 내년 상반기 안에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고, 하반기에는 기반시설 공사에 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내년부터는 20개 블록으로 나뉜 땅을 민간에 공급하는 절차도 이뤄집니다. 2028년 도로나 공원 같은 기반시설 정리가 끝나면 2029년부터는 토지 블록별로 건축 공사가 실시됩니다. 아무리 빨라도 2030년에나 건물이 세워지고 입주가 시작되는 겁니다.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사업비입니다. 예상 사업비가 무려 51조 1000억원에 달합니다. 사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2010년 한차례 추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자금이 부족해지며 3년만인 2013년에 무산됐습니다. 당시 사업비가 31조원으로 추산됐는데요. 이번 사업비는 그때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금액입니다. 물론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요.

2010년과 2024년 개발 사업 비교표 [사진출처=서울시]
서울시는 사업을 재추진하는 만큼 과거에 걸림돌이 됐던 부분들을 다듬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테면 서부이촌동은 사업 용지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과거 서부이촌동 아파트 보상 문제가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사업방식도 달라졌습니다. 2010년에는 민간 주도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했습니다. 롯데관광, 삼성물산 등 30개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드림허브PFV를 설립해 사업을 이끌어갔죠. 드림허브PFV가 기반시설과 건축물을 한 번에 개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을 일괄 개발하려다 보니 역부족이었고 3년 만에 좌초됐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공공과 민간의 단계적 시행으로 사업이 추진됩니다. 먼저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약 16조원을 투입해 기반시설을 구축합니다. 이후 민간이 20개 블록으로 나뉜 토지를 각각 분양 받아 개발에 들어갑니다. 이 투자비용이 약 35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오랜 기간 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란 점을 고려해 단계적 개발이 가능하게끔 격자형 도로망과 방사형 토지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녹지 공간이 대폭 늘어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과거에 비해 녹지 면적이 대폭 늘어난 것도 다른 점입니다. 한 건축학과 교수는 “조감도 속에 녹지가 가득한 공간이 예쁘긴 하다”면서도 “녹지 공간을 가꾸는 데는 비용이 상당히 들어갈 텐데 어떻게 관리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서울시는 체계적인 운영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앞으로 조례를 개정해나갈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교통 대책이 미흡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UAM과 자율주행을 활용한다고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당장은 용산에서 드론 하나 띄우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인근에 있어 안보·보안 이슈를 해결해야 합니다. 공사비 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낀 민간 기업들이 과연 100층 안팎의 건물을 짓겠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런 우려 사항을 잘 반영해 2013년과 같은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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