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단짝 뺏길라”...‘왕따’ 안되려는 국가들의 치열한 구애[★★글로벌]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4. 2.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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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쿠바 수교에 대통령실 “북한 타격 불가피”
北 즉각 견제...“日 결단하면 기시다 방북 가능”
지난 한 주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 키워드 중 하나는 ‘수교’입니다. 특히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화제를 모았는데요. 북한과 ‘형제의 나라’라고 할 만큼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던 쿠바가 한국과 손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갑작스럽게’ 말이죠.

‘외교 단짝’을 한국에 빠앗길 위기에 처한 북한은 바로 그날 일본에 구애의 손길을 뻗었습니다. 일본은 한참 전부터 북한에 만나자는 외교 사인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죠.

중국이 자금력을 앞세운 ‘금전 외교’로 부자친구처럼 돈을 뿌려가며 수교를 맺고 있다는 것은 유명합니다. 오는 5월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가 취임하는데요. 중국은 취임 전 혼란을 주기 위해 돈을 싸들고 다니면서 대만 수교국 끊어내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방해로 수교국이 반토막난 대만은 첨단농업 기술 전수를 앞세운 ‘과일외교’로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와 수교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국제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한 각 나라의 몸부림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과테말라 “대만 관계 유지하며 中과 무역할 것”
中 외교부 “국익 부합 바른 결단 내려라” 압박
중국 당정 대표단 초대 연회서 연설하는 김여정
한국은 지난 14일 1959년 이후 외교관계가 단절됐던 쿠바와 전격 수교했습니다. 양국 유엔 대표부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죠.

공산주의 국가로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려 온 쿠바는 한국과 공식 수교 관계를 맺은 적이 없던 나라입니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가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에 되면서 북한은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을 입게 될 전망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번 수교는 과거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북한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형제국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 사실을 발표한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본이 전향적인 결단을 내린다면 북일관계가 급진전할 수 있다”며 새 친구 사귀기에 나섰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작금의 북일 관계 현상을 대담하게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합니다.

그리고는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줍니다.

수교국 12개 남은 대만, 첨단 농업기술 앞세워
남태평양 피지에 ‘과일외교’ 펼치며 수교 노력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 EPA 연합뉴스
대만은 ‘친구(수교국) 지키기’와 ‘새 친구 사귀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반격이 만만치 않아요.

지난 5일 과테말라를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졌는데요. 이날 과테말라의 카를로스 마리로 마르티네스 외무장관은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공식적인 무역 관계 수립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15일 취임한 과테말라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오랜 경제난과 사회불안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밝혀왔기 때문이죠.

중국은 바로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하라고 촉구합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과테말라 새 정부는 역사적 대세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조속히 과테말라 국가와 인민의 근본적·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 올바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해온 것과 똑같은 패턴입니다. 물밑에서는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겠죠. 앞서 지난 2021년 니카라과, 지난해 온두라스, 지난달 15일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까지 많은 대만 수교국들이 중국이 내민 손을 잡으며 대만하고는 ‘절교’했습니다.

이제 대만 수교국은 12개국만 남았습니다. 과테말라를 비롯해 파라과이, 교황청,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마셜군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이에요.

지금 대만은 새 수교국으로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를 점찍고 공을 들이고 있어요. 스마트팜 건설과 가동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지인의 소득을 늘리는 ‘과일외교’를 펼치는 중이라고 합니다.

대만 외교부는 오는 5월 피지 수도 수바에 3헥타르(약 30㎢) 규모의 스마트팜이 신규 건설을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수년간 지속해온 과일외교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글로벌 친구맺기’ 전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리오넬 아인기미 나우루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국교 복원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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