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봉사 여든까지... 가족과 함께해요 [명품도시, 봉사자가 만든다]
신현실 김포시자원봉사센터장 “자긍심 심고 전문성 키울 것”
자원봉사자는 ‘직업’이 아니다. 한여름 무더위 속 하천 주변을 청소하고, 한겨울 어두운 새벽 길거리 눈을 치우는 건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봉사활동’이다.
그런 봉사자들을 향해 “왜 저러고 있냐”, “이거 하면 돈 얼마 주냐”며 핀잔 주는 시선도 존재한다. 신현실 김포시자원봉사센터장(62)도 직접 겪어본, 봉사 현장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야기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단체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지난해 단체장이 된 신 센터장은 17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자원봉사자 출신’이라는 데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자원봉사자들의 애로사항과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교육과 개선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김포시자원봉사센터에는 12만2천387명의 자원봉사자가 등록(지난해 말 기준)돼 있다. ‘안전 예방’, ‘생활편의 지원’, ‘행정 보조’ 등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단체도 572개나 소속됐다.
이곳에서 지난 한 해 추진한 굵직한 봉사 프로그램만 25개에 달한다.
고촌의 한강 연결고리인 수중보부터 대명항의 바다와 내수면까지 조깅하며 환경정화를 진행하는 ‘엣지 플로깅(edge plogging)’, 취약계층 가구에서 이불을 수거해 세탁 후 배달해주는 ‘사랑의 이불 빨래방’, 청년들이 지역 내 문화예술 자원을 나누며 소통하는 ‘청년, 나빌레라’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올해는 ‘(가칭)자원봉사자 대학 설립’을 중요 안건으로 삼고 힘을 싣는다. 오는 5월 첫 문을 열고 차츰차츰 자원봉사자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해 가겠다는 취지다.
신현실 센터장은 “여타 다른 지역에서 자원봉사대학을 운영 중인 곳이 있지만, ‘자원봉사자를 위한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봉사 대학은 우리 센터가 처음”이라며 “김포시와 함께 1기당 50명을 졸업(수료)시키는 형태로 연간 2기씩 모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센터에서 봉사자들께 인정 보상 해드릴 것이 ‘봉사 실적’ 밖에 없는 현실이다 보니 그들께 졸업장(수료장)을 드리면서 자긍심을 함양하고, 또 차기 봉사자들을 연이어 육성하며 ‘젊은 봉사단’을 만들자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자원봉사자 대학에서의 배움은 ‘자원봉사란 무엇인가’부터 출발한다.
신 센터장은 “저는 봉사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분리해 버리는 것, 그룹홈(Group Home)에 사는 아이들에게 과외를 해주는 것, 독거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는 것 등 봉사활동은 광범위하다. 지역민 누구나 편안한 잠을 주무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모두 봉사활동이므로 일상에서 습관처럼 다가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에서 김포시자원봉사센터는 올해로 3년차를 맞은 ‘가족봉사단’을 한층 강화할 구상도 가지고 있다.
가족봉사단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자녀들에게 봉사 습관을 들이자는 목적을 품었다. 지난해(20가구 ·70명)보다 올해(30가구·115명) 모집 대상을 더 확대하기도 했다.
신 센터장은 “우리 가족봉사단에 고등학생 장애인 자녀를 둔 한 봉사 가족이 있다.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환경 정화 활동을 했는데 그 이후로 아이가 활기차게 밝아져서 ‘언제 또 봉사하러 가느냐’고 졸라댄다며 정식 일원으로 가입하셨다”며 “다른 봉사자분들이 그 가족을 보며 ‘우리의 활력소’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저 역시 그 가족에게 너무 감동해 이 같은 가족봉사단을 한층 더 키워가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극서기와 극한기를 제외한 4~6월, 9~11월 금요일마다 지역 6곳을 순회하던 ‘참! 좋은 사랑의 밥차’ 역시 올해도 어김 없이 가동된다.
신 센터장은 “단순히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식사만 제공하지 않고 이·미용 봉사, 건강 상담, 음악 공연도 함께 이뤄진다”며 "저는 ‘사랑의 밥차’가 아닌 ‘지역의 잔치’라고 생각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는 “각종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누군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봉사자들을 가리키며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저는 그럴 때면 아직 ‘자원봉사’의 개념이, ‘자원봉사자’의 존재가 덜 알려졌구나 싶다”면서 “우리 봉사자들은 모두 훌륭한 일을 하고 있지만 자긍심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경험은 많지 않다. 저는 자원봉사자 모두가 위대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알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민경찬 PD kyungchan6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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