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윤의 작심한달] “설날 이후가 진짜 새해”… 작심삼일하며 같이 뛸까요

이채윤 2024. 2. 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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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아 건강위해 시작한 달리기
매번 질 뻔한 ‘자신과의 싸움’
달리기는 고진감래… 쓰지만 달콤해
외향인에게 추천·관절 아프면 조심해야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무언가 큰일을 이루겠다고 마음먹지만, 연말이 되면 어떤 다짐을 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지곤 합니다.

‘작심삼일’의 사전적 의미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삼일’에 그치는 ‘작심’을 자꾸만 계속해 작심 일주일, 작심 한 달, 작심 일 년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굳지 못한 결심’은 느슨한 채로 이어져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일삼는 이채윤 기자가 여러 취미를 찾아 한 달 동안 체험해 봅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해 작심한달을 한다면 ‘내 일’이 ‘내일’이 될 거란 기대로 말입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삶의 재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생생한 경험담을 전합니다.

1. 새해엔 새로운 마음으로 ‘달리기’ 준비, 땅

새해를 맞을 때마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해질 내 모습을 꿈꿨지만, 운동하겠다는 결심은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이번 새해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수많은 운동 가운데서 ‘달리기’를 택한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였다.

달리기는 체지방 감소·심폐기능 향상뿐만 아니라 근지구력을 향상할 수 있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해가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갔기에 달리기를 하면서 건강해지고 싶었다.

게다가 달리기는 운동용품 준비와 강습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또 달리는 이들의 멋진 모습을 동경해 왔기에, 그들처럼 열정적으로 달려보고 싶었다.

▲ 지난해 10월 14일 경포해변 중앙광장에서 열린 2023 경포마라톤대회에서 3000여명의 선수들이 함차게 출발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달리기’를 선택했지만, 막상 처음 달렸던 날 단 1㎞도, 5분도 뛸 수 없었다. 무작정 뛰다 곧 지쳐버렸다. 달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훈련법을 알려주는 ‘런데이’ 앱을 이용했다.

‘런데이’ 외에도 레벨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키 런 클럽’, 추천 코스를 안내하는 ‘스트라바’ 등 달리기를 위한 앱들이 많으니, 개인의 기호에 따라 앱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런데이의 달리기 초심자를 위한 프로그램인 ‘30분 달리기 도전’을 활용, 4주 코스까지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여러 겹의 얇은 옷, 땀 흡수가 잘 되는 운동복, 쿠션이 있는 신발, 이어폰, 추위를 막아줄 장갑과 모자 등 비교적 간단한 러닝 준비물. 이채윤

△1주 차

1월 1일 첫 달리기를 시작했다. 첫날 총 운동시간은 23분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했다. 낮은 강도와 높은 강도의 운동을 번갈아 하는 인터벌트레이닝으로, 처음 달릴 때보다 어렵지 않았다.

거친 숨을 훅훅 내뱉을 때쯤, 보이스 트레이닝 서비스가 “달리기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에게 지기 싫어 이를 악물고 달렸다.

△2주 차

작심삼일을 넘기고 반짝 찾아왔던 신년의 의욕이 사라지자, 운동에 고비가 찾아왔다. 2주 차는 달리기 시간이 좀 더 늘어난 탓인지, 뛰고 난 뒤 근육통이 있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를 시작했을까’ 생각하며 달리는 것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번엔 포기하기 싫었다.

▲ 2주 1회차의 달리기 기록 [런데이 앱 갈무리]

△3주 차

타성에 젖어 달리기를 쉬고 싶었지만 나가서 발을 굴렀다. 트레이닝 서비스는 “살은 감량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체중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는 일도 비슷했다. ‘달리기’는 빠른 속도를 내는 것보다 자신이 가장 잘 뛸 수 있는 페이스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많이 달리며 성장하는 게 중요했다. 그제야 달리기가 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4주 차

한파가 찾아와 최저기온이 -15도에 육박하던 밤, 눈이 채 녹지 않은 운동장에서 달렸다.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달리는 내내 얼굴이 따가웠다. 그런데 달리기가 처음으로 재밌었다. 상쾌함과 벅찬 기분이 찾아왔다. 코스를 완주했는데도 더 달리고 싶었다. 러너들은 달릴 때 고통을 잊고 행복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를 맛본다고 한다. 달리기로 인해 느꼈던 이유 모를 기쁨은 ‘러너스 하이’ 또는 ‘달리기의 참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춘천의 한 운동장을 기자가 빠르게 달리고 있는 모습. 이채윤

◇힘들지만 ‘달리는 매력’에 흠뻑 빠져

한 달간 달려보고 내린 총평은 ‘고진감래’다.

처음 달릴 때는 힘이 많이 들었고, 추운 날 밖에 나가는 게 내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달리기가 좋아졌다. 달릴 때면 밖에서 묻혀온 온갖 걱정들을 잊을 수 있었다. 달리기를 끝낸 뒤 느끼는 뿌듯함도 상당했다. 한 달 동안 꼬박 21㎞를 달렸다. 단 1분도 달리지 못했던 내가 한 달이 지나자 걸어서 30분 거리를 천천히 달려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의 평균 페이스도 8분 42초에서, 6분 39초로 빨라졌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뛸 수 있게 됐다. 체력도 키울 수 있었지만 ‘달리기’의 매력을 알 수 있게 됐다.

▲ 본격적인 달리기에 앞서 웜업을 위해 천천히 달리고 있다. 이채윤

◇활동적인 사람에겐 ‘추천’·관절 안 좋은 사람 ‘비추천’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시간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도 달리기는 좋은 운동이다. 달리기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증가에 도움을 줘 스트레스 해소를 이끈다.

성취를 지향한다면 자신만의 기록을 세울 수 있는 달리기가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무릎 등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겐 달리기가 신체에 피로감을 줄 수 있다. 부상 경험이 있다면 의사와의 상담 후 달리자. 아울러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다면 달리기 후 부상이 생길 수 있으니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1월에 세웠던 신년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설이 끝난 앞으로가 진짜 새해의 시작이다. 2024년은 여전히 많이 남았고 봄을 앞둔 2월은 운동을 시작하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다. 밀린 명절 음식과 떡국을 다 먹었다면 한번 달려보는 건 어떨까. 이번에 마음먹은 사흘이 쌓이면 작심한 달을 넘어 새롭게 얻게 될 일 년의 취미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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