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저, 우아하지만은 않아요”[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4. 2. 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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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애, 사진제공|(주)팔레트픽쳐스



배우 김희애가 우아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누가 믿을까. 단아함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지만, 그는 오히려 쑥쓰러워하며 손사래를 친다.

“저보고 단아한 한국 여성의 표상이라고들 하지만 전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실제론 지루하게 살고 있고, 그걸 좋아하기도 해요. 지루한 삶이지만 단순하게 살면서 머리가 가벼워지기도 하고요. 오히려 남들이 생각하는 우아한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예전 절 파격적으로 그려줬던 김수현 선생의 ‘내 남자의 여자’처럼요.”

김희애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판 최고 컨설턴트 ‘심여사’로 분한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촬영기와 영어 회화에 집중하는 평온한 일상, 배우로서 욕심 등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들려줬다.

영화 ‘데드맨’ 속 배우 김희애, 사진제공|(주)팔레트픽쳐스



■“‘데드맨’ 지지해준 봉준호 감독, 소년 같고 멋진 사람”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다.

“대본 자체를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바지사장’이란 소재를 처음 접했는데 흥미롭더라고요. 감독이 이 작품을 위해 ‘바지사장’에 대해 5년간 취재했고 생명의 위협도 받았다던데, 애를 많이 쓴 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나이 또래 남자도 해볼만한 캐릭터를 제게 줘서 출연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심여사’란 캐릭터가 멋있고 좋았거든요.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라 기대도 컸고요.”

촬영 현장은 기대했던 바대로 열정적이었다.

배우 김희애, 사진제공|(주)팔레트픽쳐스



“감독 자체가 잔꾀를 부리지 못하고 우직해요. 영화적으로 트릭을 한번 줘볼까란 생각도 할 법한데 전혀 계산없이 묵직하게 극을 이끌더라고요. 성실해서 존경스럽기까지 했어요.

하준원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공동작가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 홍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며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처럼 세계적인 감독이 우리 영화 홍보에 참여해줘서 정말 좋았고 영광이었어요. 도와주는 마음에 감동도 받았고요. 함께 저녁 식사도 했는데, 평상시 생각했던 이미지도 좋았지만 실제로 보니 ‘어떻게 저렇게 소탈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년 같고 멋진 사람이었어요.”

배우 김희애, 사진제공|(주)팔레트픽쳐스



■“온전히 ‘김희애’로 사는 삶,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텐데”

그의 일상은 그만의 루틴으로 돌아간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도 배우 아닌 자연인으로서 ‘김희애’ 삶에 작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영어로 말 좀 해보자 싶어 시작했어요. 그렇게 3년을 목표로 공부했는데도 아직까지 말 한 마디를 못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얻은 게 있죠. 아침에 일어나서 영어를 공부하는 습관이요. 그게 제게 작은 행복이거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뭔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어는 더이상 공부가 아니라 제가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는 게 재밌지 않아요?지금은 ‘매일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모르고 지나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라는 마음도 있어요. 목표치를 달성하면 소소한 통쾌함도 느끼고요. 그렇게 오래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는 게 창피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거잖아요?”

비슷한 루틴으론 ‘나를 위해 요리하기’도 있다고 했다.

“대단한 건 아니에요. 몸 관리 좀 한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기가 먹을 음식은 스스로 할 건데요. 저 역시 제 입맛과 몸에 맞는 음식들을 시간 크게 들이지 않고 준비하는 거에요. 그런 습관들로 이뤄진 단순한 삶이 절 바로잡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더라고요. 안 그러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힘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그 루틴을 이어가려고 하고 있어요.”

어릴 적 연예계에 데뷔해 여러 일들을 겪으며 찾게 된 자신만의 안정법이라고도 했다.

“20대엔 정말 좌충우돌 했어요. 배우의 삶을 정의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작은 행복감을 왜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후회도 되고요. 비교적 늦게 시작했는데, 요즘 젊은 배우들 보면 이미 자신만의 삶을 찾았더라고요. 어쩌면 저렇게 똑똑할까 감탄하기도 했고요. 난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다행인 거죠? 하하. 이렇게 하루하루 인간으로서 잘 살아내면 좋은 배우로서도 훌륭한 재료와 악기를 가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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