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휴가’ 늘린다고 출산율 오를까…“애냐 일이냐” 고민 덜어줄 방법은 [초보엄마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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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사실을 듣고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화제가 됐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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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꺾이기 시작한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0.98명으로 1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정부는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차원이 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1.27명인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데도 작년 초 11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저출산 관련 기능을 통합해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3세 이하의 아이가 있는 직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성령(省令·각 부처 대신이 직권으로 내리는 명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한국도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을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교체하며 ‘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주 신임 부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부처별·정책별 저출산 정책들을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하고 성과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기관별 역할 조정과 업무 재편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저고위에 그런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 각 부처 파견 인력으로 운영되는 저고위는 사무국 자체 예산이 없고 각 부처에 사업을 지시할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상임위원에 위촉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교수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온다. “저출산 위기 대응 방안으로 한 달간의 아빠 출산휴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0일로 규정된 지금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최소 한 달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설명인데, 아빠 출산휴가를 늘린다고 출산율이 늘어날지는 좀 의문이다. 작년 11월 저고위가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허용하고, 공영 주차장에 우선 주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과 얼마나 차원이 다른 대책인지 궁금하다.
자녀를 출산하면 긴 휴가를 다녀오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게 하는 사회를 만들고 아빠 육아가 중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엄마가 주양육자고 아빠가 부양육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일하는 여성들이 2015년부터 ‘직장이냐 애냐’를 선택받고 있고,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일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합계출산율 추락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출산율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 나라들은 성 역할에 따라 나뉘는 출산휴가와 배우자 출산휴가를 육아휴직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최대 480일까지 사용할 수 있고, 부부 한쪽이 반드시 90일을 사용하도록 하는 ‘육아휴직 할당제’를 운영하고 있다. 남성에게도 평등하게 가사·육아를 분담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이 참에 우리나라도 남·녀로 나뉜 출산휴가 등 각종 정책을 아이 중심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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