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진하고 달큰한 맛에 풍미 한가득… 진정한 밥도둑이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2001년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문 열어
2006년부터 간장게장 메뉴로 한자리
전복장·새우장도 단골들의 인기 메뉴
냄비에 바로 볶는 제육볶음 입맛 잡아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 일품인 동태탕도
간장게장에 대한 호의적인 생각이 들 때쯤 동네에 꽤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게장 정식을 시키고 기대에 부풀어 먹어본 한입은 포장해온 그 간장게장의 맛이 아니었다. 혀끝 넘어 올라오는 싸한 비린 맛이 민감한 내 입안을 자극해 몇 입 못 먹고 애꿎은 잡채만 포식했다. 다른 이들이 잘 먹는 거 보면 분명 맛집은 분명할 터인데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 돌아와 포장해왔던 게장집을 물으니 집에서 멀지 않았다. 주말에 바로 방문한 포천의 음식점 ’청진동 간장게장’은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여느 시골길에서 볼 수 있는 정감 가는 공간이었다. 간장게장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있자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모습에 놀랐다. 어머니의 가평집을 오가며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던 곳인데 여행객과 단골들로 가득차 가게에 앉아 알과 속이 꽉 찬 간장게장을 먹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식당에서 먹는 간장게장의 맛은 정말 별미였다. 정말 밥도둑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밥그릇이 순식간에 비어졌다. 따끈한 흰 쌀밥 위에 주황빛 선명한 게장을 비벼 먹으면 녹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채워지며 다시 흰 쌀밥에 손이 가게 만든다. 게딱지에 비벼 먹는 게장밥은 정말 뺏기기 싫은 욕심을 내고 싶은 맛이었다.
청진동 간장게장은 게장뿐 아이라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전복장이나 새우장 또한 별미로 단골들의 인기메뉴다. 해산물이 싫은 이는 제육볶음을 주문하면 된다. 냄비에 즉석에서 볶아 먹는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동태탕은 손님들이 추운 겨울 가장 선호하는 메뉴다.기본 반찬으로는 가자미 구이가 나오는데 단골손님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찬이기도 하다. 간장게장만큼 매력 있는 메뉴가 또 있는데 바로 전복장이다. 전복장의 부드럽고 깊은 맛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프랑스 요리를 하며 한식을 접목하는 것을 늘 주저하면서도 이 전복장만큼은 요리에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제육볶음은 해산물을 안 먹는 분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곳의 제육볶음은 테이블 버너 위에서 직접 볶아 먹는 방식으로 고기가 익어가는 풍미, 자글거리는 소리, 끝까지 뜨겁게 먹을 수 있는 매력까지 갖춰 내게는 100점짜리 제육볶음이었다.
◆게장의 역사
신선한 게를 간장에 담가 숙성해 만드는 게장은 각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특성 떄문인데 각 지역에서 잡히는 게들의 종류가 다양한지라 거기에 따라 맛도 방식도 다르게 발전해 왔다. 게장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단맛이나 매운맛을 조절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게장을 먹기 시작한 시기는 1600년대 이전으로 17세기에 쓰인 ‘산림경제’에 따르면 게장을 간장이 아닌 술 지게미로 절였는데 오늘날의 소금게장이라고 보면 된다.
간장게장을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일단 신선한 게를 깨끗이 손질해 소금에 절인 뒤 갖은 양념을 넣고 끓여 식힌 간장에 6시간 이상씩 절이고 다시 간장만 끓여 식혀 붇는 방식으로 만든다. 요즘에는 레몬이나 허브 등을 넣어 다양한 레시피들이 나오고 있다.
<재료>
전복 1마리, 전복 내장 10g, 마늘 3톨, 된장 10g, 쌀밥 150g, 휘핑크림 50㎖ , 치킨스톡 200㎖, 버터 1티스푼, 감태 약간, 파르메산 치즈 1티스푼, 올리브오일 약간
<만드는 법>
① 전복은 30초간 데쳐 준 후 버터에 구워준다. ②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 다진 전복 내장을 볶아준 후 향이 올라 오면 쌀밥과 된장을 넣어 준다. 쌀밥에 된장과 전복내장이 버무려지면 치킨스톡을 넣고 끓여준다. ③ 휘핑크림을 넣어 준 후 풍미를 더해주고 파르메산 치즈를 넣어 농도를 맞춰 준다. ④ 접시에 리소토를 담아 준 후 슬라이스한 전복을 올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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