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한국 축구 망친 진짜 원흉 '클린스만과 정몽규 회장'

권종오 기자 2024. 2.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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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빛나는 한국 축구가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2월 11일 카타르에서 끝난 아시안컵 축구 졸전에 이어 주장 손흥민과 9살이나 어린 이강인이 요르단과 준결승을 하루 앞두고 몸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민들은 극심한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습니다.
 

'5무 감독' 클린스만의 허무한 종말

클린스만 감독

먼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최강 멤버라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철저하게 추락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클린스만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당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끈 세계적 스트라이커입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황선홍-홍명보가 뛰던 한국을 상대로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골을 터뜨려 우리 축구팬들에게 낯익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그는 낙제점이었습니다. 이는 세계 축구 전문가의 거의 공통된 견해였습니다. 그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우려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1년 전 선임을 강행했고 이른바 '해줘 축구'의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그럼 클린스만 감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5일 장시간 논의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1. 아시안컵 경기 관련해서는 준결승에서 2번째 만나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2. 재임기간 선수 선발과 관련해 감독이 직접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3. 선수단 관리에 관련해서는 팀 분위기나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지도자로서 팀의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부족했다.

4. 국내 체류기간이 적은 근무 태도에 관련해서도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분석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1가지를 더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는 신의가 없는 사령탑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1년 전 취임할 때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보낼 것이다"고 했지만 이후 "여러분은 익숙해져야 한다. 대표팀 감독 생활이란 이렇다."는 강변으로 자신의 '재택근무'를 정당화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로서 이렇다 할 전술이 없었고 새 유망주를 발굴할 의지도 없었고, 내부 갈등을 해결할 능력도 없었고, 이른바 '재택근무'가 말해주듯 한국 축구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없었고, 자신의 말도 지키지 않는 등 '신의'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5가지'가 없는 '5무' 감독이었다는 혹평이 지배적입니다.
 

'5무 감독' 데려온 정몽규 회장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

'5무 감독'으로 끝난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오는데 앞장 선 사람이 바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입니다. 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임'해야 하지만, 클린스만을 뽑을 때는 강화위원회가 꾸려지기도 전에 정 회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전임 벤투 감독 시절 강화위원회가 규정에 의거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던 것과 달리, 클린스만 재임 시절에는 애초 선임 때부터 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강화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클린스만에 대한 관리와 견제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클린스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택근무'와 '외유'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몽규 회장은 원칙과 시스템을 무시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는 1년 전 비리 축구인을 사면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때도 대한축구협회 규정은 물론 대한체육회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회사의 아파트가 붕괴할 때도 원칙을 충실히 지키지 않은 것이 드러나 고개를 숙여야 했는데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도 결과적으로 마찬가지였던 셈입니다.
 

'한 지붕 3그룹' 클린스만호

1986년부터 94년까지 '한 지붕 세 가족'이란 일요 아침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1채의 단독 주택에 사는 각자 다른 3가족들이 서로 이해하면서 정을 나누는 스토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클린스만호는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습니다. 다 함께 똘똘 뭉쳐 '원팀'이 돼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였지만 나이별로 '3그룹'으로 나뉘어 이른바 '따로 국밥'이 돼버렸다는 게 축구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이번 아시안컵 훈련장에서 그룹을 지어 훈련할 때 선수들은 같은 무리끼리 어울렸습니다. 1992년생인 주장 손흥민을 필두로 이재성, 김진수 등 일명 '92파', 그리고 1996년생인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96파', 이강인을 비롯한 젊은 선수로 이뤄진 'MZ파' 는 주로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았습니다. 조별리그 1차전을 대비한 훈련 때부터 마지막 요르단전 훈련 때까지, 각 그룹의 면면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나이로만 분열된 게 아니라 해외파, 국내파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토너먼트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 한 해외파 공격수가 자신에게 강하게 몸싸움을 걸어오는 국내파 수비수에게 불만을 품고 공을 강하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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