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금해나의 金빛 타이밍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킬러들의 쇼핑몰'로 제대로 물 만난 배우 금해나다.
'킬러들의 쇼핑몰'(각본 지호진·연출 이권)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이다.
설 연휴 직전 전 회차가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에 대해 금해나는 "확실히 명절 때 체감을 처음 했던 것 같다. SNS 팔로워는 늘었지만,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잘된다'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며 "근데 명절에 갔더니 저에게 전혀 관심 없던 친척 오빠가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 많은 분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금해나는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매체에 알려지지 않아서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한테도 연락이 왔다"며 "한편으론 나쁘게 살지 않았다고 안도감이 들었다. 앞으로도 연기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원래 체감을 아예 못하고 있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금해나가 맡은 소민혜는 정진만(이동욱)이 바빌론 용병으로 활동하던 시절 구조한 민간인이다. 이후 혼다(박정우)와 함께 생활하던 중 파신(김민)에게 교육을 받고 S급 킬러로 거듭나게 된다.
작품 참여 과정에 대해 금해나는 "독립 영화 위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심사를 하시다가 단편 영화를 보시곤 제 이미지와 맞을 것 같다고 오디션 제안을 주셨다"며 "사실 저는 제 피지컬과 외모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액션 연기를 해오고 있었다. 제가 독립 영화 작품 중에서도 액션 연기를 한 게 많다. 마음속으론 제가 나이가 좀 있고, 캐릭터를 다른 쪽으로 봐주시니까 포기를 해야 하나 싶었던 순간에 오디션 제안이 와서 '인생의 행운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민혜는 S급 킬러로, 일대 다수의 액션 장면을 여러 차례 소화해야 했다. 금해나는 "제가 출연했던 독립 작품 중에서도 일대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일대다로 싸우는 게 많았다. 그래서 '신난다'에 가까웠다. 화려한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까 일대일로 싸우는 사람이 너무 부럽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제 체력이 너무 부족했다. 체력이 부족해서 낙오하게 될까 봐 제일 두려웠다. 저에게 어떻게 온 기회이고, 얼마나 매력적인 기회인지 알기 때문에 제 체력 때문에 소화할 수 없다면 너무 후회될 것 같았다. 체력을 올리는 걸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다"며 "액션스쿨에 가는 날보다 혼자 체력을 올리려고 했던 루틴들이 있다. 사실 누가 시키는 게 아니면 동기부여하는 게 더 힘들지 않냐. 일부러 SNS에 인증하려고 스마트 워치를 찍어서 올리고, 목표를 세우면서 했다"고 이야기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속 소민혜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코 창고 액션신이다. 정지안과 소민혜를 잡으러 온 다수의 킬러들을 홀로 상대하는 S급 킬러 소민혜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에 대해 금해나는 "액션스쿨에 가면 기본 4시간 운동한다. 저는 액션 경험이 있는 편이라 2시간 정도는 기초체력 운동을 하고, 나머지 2시간 정도는 합을 맞췄던 것 같다"며 "무술 감독님이 안 계시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무조건 갔다. 무술팀 분들과 연구하면서 액션을 짜보기도 하고, 동료분들과 계속 같이 훈련하고 합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해나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지식이나 무술 지식에 대해선 감독님이 많지 않으시냐. 유연하신 편이라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제가 불편함을 느끼는 동작이 있다면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주셨다"며 "제가 현대 무용을 배웠었는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 민혜가 스파이니까 빠른 움직임이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캐릭터적으로 이 활극의 흥분 상태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대무용적으로 몸의 라인을 독특하게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구를 때 다리를 편다거나 하는 시도를 했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해나는 "연습할 때 맞췄던 게 드라마에 다 쓰이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도 많다. 좋았던 기술들이 많았다"며 "오히려 현장에서 짧은 시간 내에 짜고, 유연하게 잘 짰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액션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가진 금해나는 "저는 액션물이 아니더라도 연기를 할 때 배역을 구축하면서 행동적으로 많이 생각한다. 작가님이 써놓은 시나리오를 표현할 때 행동이 수반되면 캐릭터를 더 잘 나타내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행동에 관심이 많다"며 "그걸 극대화할 수 있는 게 액션이다. 그걸로 캐릭터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 사실 제가 겁이 많은 사람인데 액션 연기를 할 땐 안정적인 장치가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느끼다 보니 그 감흥이 좋더라. 액션을 하는 순간엔 시간이 분절되는 느낌이 들고, 제가 집중하는 게 느껴져서 그게 정말 신기하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행동 하나하나가 읽혀지고, 상대방의 호흡이 조금 더 세밀하게 느껴지는 게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S급 킬러 설정과 더불어 중국 출신인 소민혜 캐릭터의 특징 중 하나는 어눌한 한국어다. 이는 금해나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설정이다.
금해나는 "독립영화 때문에 중국어 연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엎어졌다. 조금 배우니까 흥미가 생겼는데 '킬러들의 쇼핑몰'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며 "다만 이게 그 사람들의 문화다 보니까 침해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연기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해나는 "중국어 선생님도 계셨고, 아는 친구들한테 과외를 받으면서 공부했다. 현장에서 가끔 선생님이 안 계실 때 애드리브를 써야 하면 유용하게 썼던 것 같다"며 "어눌한 발음은 오디션 때 다섯 장면이 있었는데 다 액션이고, 대사가 없었다. 이걸로 내 연기를 어떻게 보여주나 싶어서 여러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던 것 중 하나가 어눌한 버전이었다. 캐스팅되고 나서 감독님이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셔서 준비했다. 중국어 선생님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중국 배우들이 쓰는 발음 연습표를 주셔서 거기에 나온 언어체계를 통해 우리나라랑 다르게 쓰는 혀 위치나 못 고치는 발음들을 체크하면서 한국어 버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드러나는 소민혜의 전사는 짧다. 정진만이 용병 시절 구조한 중국인으로, 혼다에게 맡겨진다. 그러나 혼다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해체된 소총을 조립하는 모습으로 그의 과거사에 대한 궁금증을 안기기도 했다.
소민혜의 전사를 묻자 금해나는 "감독님과 많이 정하고 가진 않았다. 민혜는 아마 천부적인 능력보단 상황 안에서 학습해 온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며 "제가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는데 중국 국경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고, 총기 같은 걸 주워와서 불법 거래한다고 하더라. 그런 데서 흘린 무기들을 주워서 갖고 노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어쩌면 그런 험한 상황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민혜가 강한 것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또한 소민혜에게 숨을 불어넣어 준 정진만에 대해선 "제가 생이 끝나고 된다고 했을 시점에 '정진만'이라는 인물이 제 삶을 조금 더 연장시켜 줬다. 혼다가 죽고, 정진만이 죽었을지도 몰랐을 때 도망치지 않았냐. 삶의 의지도 없었는데 킬러 수업을 받게 해 주면서 제가 아니라, 진만 때문에 삶이 연장되는 게 있었던 것 같다"며 "거기서 내 삶의 어떤 부분은 진만의 것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지안이를 지키고 싶었고, 제 죽음은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근데 브라더(이태영)를 만나고 내가 지켜야 하는 존재들이, 동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니까 다른 목적이 생겼던 것 같다. 민혜는 확실히 액션 캐릭터지만, 드라마적으로도 강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금해나 표 소민혜의 완성엔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가장 많은 장면을 함께했던 정지안 역의 김혜준과 배정민 역의 박지빈에 대해 금해나는 "작품에서 보던 연예인들이라 그렇게 빨리 친해질 거라 생각 못했다. 근데 너무 수더분하게 말을 걸어주더라"며 "연기에 대한 고민들이 사실 비슷하기도 하고, 두 분이 저보다 훨씬 선배들이기 때문에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이 물어봤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금해나는 혼다 역의 박정우에 대해 "첫 리딩 때 저희가 모두 리딩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안 들리더라. 보니까 수어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 그게 너무 감동이었다"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도 되게 멋있다고 느꼈는데 매사에 진지하게 임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해나는 "유명해진다는 걸 체감하진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드라마에 제가 연기한 것들, 그리고 제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두려움이 있다"며 "아직 체감을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유명해진다는 건 연기를 하다 보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지향점이다. 제가 두렵다고 느끼는 건 '연기적으로 붕 뜨지 않을까'다. 제가 가고자 했던 방향들을 다 잃어버리고, 다른 방향으로 가버릴까 봐"라고 털어놨다.
금해나는 "요즘엔 제가 가끔 휩쓸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저는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원래 제가 해오던 일상생활들을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당장 그만둘 순 없다. 같이 활동하는 배우분들은 작품이 직업이 되는 사람들인데, 제 삶이 그걸 자꾸 따라가게 되면 제 삶이 균형을 잃으니까 아찔했던 적이 있다"며 "내가 해야 될 것들을 하고, 개발해야 할 것들을 개발하면서 놓치지 않아야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잠깐 붕 떠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중심을 잘 잡고 가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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