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일 만에 '종이 호랑이'로 전락…무너진 韓 축구, 복원할 차기 사령탑은?
지난 1년간 허송세월을 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지휘 아래 한국 축구는 퇴보의 길을 걸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이끌던 지난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을 달성했다. 원정 대회 16강 진출은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이었다.
이후 한국 축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나폴리(이탈리아)에서 뛰던 김민재는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새 둥지를 텄고, '차세대 간판' 이강인은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프랑스 강호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월드컵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된 벤투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지 못해 새 사령탑을 선임해야 했다. 이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클린스만 감독이 등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실패한 지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인물이었다. 독일 축구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 미국 대표팀, 헤르타 베를린(독일) 등을 거쳤는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충격적인 기행으로 신뢰를 잃었다. 지난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을 맡았지만 단 10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바 있다. 당시 구단과 상의 없이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사퇴를 발표하는 등 만행을 일으켰다.
이런 지도자를 선임한 한국 축구의 행보는 불보듯 뻔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손흥민(토트넘), 이강인, 김민재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앞세워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준결승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아시아의 강호'에서 순식간에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한국 축구가 허무하게 낭비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주장' 손흥민은 어느덧 만 31세에 접어들어 3년 뒤 열릴 사우디 대회 출전이 불투명하다. 박지성과 기성용이 각각 만 29세, 30세에 대표팀을 은퇴한 것을 감안하면 마지막 아시안컵일 가능성이 높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부진에 따른 후폭풍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3월 부임 후 계약 기간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감독 선임이 발표된 지난해 2월 27일 이후 정확히 354일 만이다.
지난 15일 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전술 부재, 선수단 관리, 근무 태도 등을 이유로 정몽규 회장에게 경질을 건의했다. 그리고 다음날 정 회장은 협회 임원 회의 후 클린스만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협회는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선임하고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은 다음달 21일(홈)과 26일(원정)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연달아 치른다. 늦어도 3월 A매치 기간(18~26일) 전까지는 모든 작업이 마무리돼야 한다.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임시 감독 체제로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협회 내에서는 국내 지도자들이 임시로 대표팀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사령탑 후보로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축구 국가 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의 선임) 제1항에 따르면 각급 대표팀의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
제2항에 따르면 협회는 제1항의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
임시는 임시일 뿐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1년간 급격히 쇠퇴한 한국 축구를 복원하고 다시 '아시아의 강호'로 이끌 적임자를 물색해야 한다.
정 회장은 "아직 누구를 선임할지 논의하지 않았다. 전력강화위를 구성해 조속히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코칭 스태프 구성에 있어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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