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 가는 울퉁불퉁한 길…잡히지 않는 서비스 인플레 [뉴욕마감]
뉴욕증시가 이번주 마지막 개장일에 다시 물가 충격에 빠져 하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초 소비자물가(CPI) 충격을 받았다가 연이틀 반등세를 보이던 증시는 이날 금요일에 발표된 생산자물가(PPI)에 다시 전열이 흐트러지며 우왕좌왕한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145.13(0.37%) 내린 38,627.99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24.16포인트(0.48%) 하락한 5,005.57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130.52포인트(0.82%) 떨어져 지수는 15,775.65에 마감했다.
증시는 이번주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화요일에 1월 헤드라인 CPI가 전년비 3.1%, 근원 CPI가 3.9%로 집계되자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하루 하락세가 나타났다. 시장은 다음 이틀 동안 반등하면서 화요일의 충격을 소화했다. 물가 상승폭에 비해 지수 하락이 너무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하지만 금요일 도매물가 보고서는 연준이 금리인하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더했다. AXS인베스트먼트의 CEO(최고경영자) 그렉 바숙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더 많은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이제는 연준이 하반기까지 금리 인하를 연기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틱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올해 경제에는 약간의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고, 2%까지 가는 과정에서는 그 수치에 즉시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너무 앞서 나가면 안 된다"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비 0.5% 상승해 예상치 0.1%를 훨씬 웃돌았다. 지난달 소매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비 0.3%, 전년비 3.1% 상승하면서 예상치를 웃돌아 인플레이션 재발의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 소매물가의 선행지표인 도매물가마저 다시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우려는 더 커지게 됐다. 1분기에 물가가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고 다시 끈적한 상태로 높게 유지될 거란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월에 최종 수요 서비스 지수는 0.6%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 0.8% 상승 이후 가장 큰 증가폭다. 무역과 운송, 창고를 제외한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이 0.8% 상승하면서 주요 변인이 됐다. 운송 및 창고 서비스는 0.4% 감소했기 때문이다.
병원의 외래 진료 지수가 2.2% 증가한 게 주요 요인이었다. 또 기계 및 장비 도매, 포트폴리오 관리, 여행자 숙박 서비스와 법률 서비스 비용도 올랐다. 반면에 장거리 운송 차량의 가격은 1.0% 감소했고,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소모품 소매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도 하락했다.
단기물인 2년물 금리도 9bp 상승한 4.66%를 나타냈다. 2년물 금리도 장중에 4.718%까지 치솟았다가 장 마지막에 다소 진정기미를 보인 것이다. 장중 최고금리는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두 달 여만에 최고치였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미국 달러화 인덱스는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 통화 바스켓과 비교한 이 지수는 이번 주에 약 0.5% 상승했다.
물가 충격은 또다른 악재를 맞고 있다. 금요일 원유 선물은 중동의 긴장감이 다시 끓어오르면서 상승세로 이어졌다. 국제유가는 어느 덧 다시 80달러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3월물 선물 계약은 전거래일보다 1.29% 상승한 배럴당 79.0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0.53% 오른 배럴당 83.31달러를 기록해 80달러대 중반에 안착한 모습이다.
미국 원유는 이번 주에 약 3% 상승해 11월 6일 이후 최고치에 올라섰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번 주 1.5% 상승해 1월 26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가상승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한번 커지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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