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 클린스만 파국...그런데 차기 감독은 또 밀실 선임? [MK이슈]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4. 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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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무치(厚顔無恥).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단어다. 실패의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수습 없이 도주하듯 떠나 수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경질 직후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국가대표팀 감독 이력을 삭제하고, 축구협회와의 관계를 끊고, 가당치도 않은 자기변명의 작별 인사만 남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그 뜻을 알진 모르겠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에 대한민국축구협회와 실패한 지도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자성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1년도 채 안되는 기간 만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전임 지도자 최단 기간 경질이란 불명예를 경신했다. 그러고도 무려 1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과 함께, 월드컵에 꾸준히 나서는 성인 대표팀의 감독이란 이력을 모두 챙겼다. 그러고도 클린스만 전 감독은 대표팀 관리를 실패한 것은 물론 갈등을 수수방관, 한국 축구팬들에게 한국 축구 최고의 자산이자 자랑인 손흥민(32, 토트넘)과 이강인(23, PSG)이 충돌하고 반목했다는 믿을 수 없는 충격과 아픈 실망을 남겨줬다.

그런데 한국축구협회(KFA)가 또 이 같은 ‘감독 선임 실패 시스템’을 또 다시 반복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클린스만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다. 더해 클린스만의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 또한 명백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또 밀실 행정을 통한 차기 감독 선임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후안무치로 남게 된 클린스만 전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한국, 서울)=AFPBBNews=News1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축구회관에서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공식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은 이날 오전 대한축구협회 임원들의 최종 회의를 거쳐 결정됐고, 정몽규 KFA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직접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에서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또한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앞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며 경질 배경과 함께 감독 교체 사실을 알렸다.

앞서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꾸렸다는 평가 속에 64년만의 아시안컵 정상에 야심 차게 도전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갔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우려대로 전술, 선수단 관리, 동기 부여 등 모든 측면에서 무색무취의 낙제점 수준의 지도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결국 대회 기간 내내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됐던 국가들과 졸전을 펼친 끝에 준결승에선 요르단에 0-2로 스코어와 내용면에서 완패를 당하며 행보가 중단됐다.

더해 영국과 한국 언론을 통해 준결승 직전 ‘캡틴’ 손흥민에게 대표팀 ‘에이스’였던 이강인이 항명해 주먹다짐과 몸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경질이 최종 결정되면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부임 이후 344일만에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임 감독제 도입 이후, 임기 종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으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난 감독이란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문제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축협 임원진이 이번 사태를 단순히 클린스만 감독 개인의 문제나 선수단 화합이 이뤄지지 않은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감독 선임의 시스템을 비롯해 지도자와 함께 협회가 병행해야 할 선수단 선발 및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기에 다시 ‘클린스만 사태’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기자회견에서도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를 주도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책임을 회피하는 듯 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정몽규 회장 자신의 ‘자진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뜸 클린스만 전 감독과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의 ‘프로세스가 같았다’고 주장한 것에 그 현실 인식이 드러난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면서 “벤투 감독의 경우에도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거절해서 제3순위의 후보(벤투 감독)로 해서 결정을 했다”며 갑작스럽게 지난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밝혔다.

사진(한국, 서울)=AFPBBNews=News1
그러면서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 할 때도 61명에서 24명으로 좁혀지다가 최종적으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었다. 또 뮐러 위원장은 5명의 후보들을 인터뷰를 했었고 그리고 최종 1~2순위 2명에 대한 2차 면접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결정했다”며 프로세스에 문제가 없었고, 사실상 뮐러 위원장이 선임 과정 전반을 책임졌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했다.

정작 선임 당시부터 모든 전권을 주는 과정에서 의문이 많았던 뮐러 위원장의 선임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것부터 클린스만 선임의 의문을 밝히는 대신 책임 소재를 한국을 떠나면 그만일 전력강화위원장과 감독에게 미룬 모양새다. 어째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클린스만 감독이 1년 전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어떤 평가 기준에서 상대 우위의 경쟁력을 인정 받아 사령탑으로 최종 낙점됐는지를 설명하지 못한 정 회장이다.

행정상 최종실권자였던 뮐러 위원장과 최종결정권자였던 정 회장 사이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에 대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그 1년 사이 축협과 뮐러 위원장이 제 멋대로 굴었던 클린스만 감독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행정력으로 대표팀을 보조했는지도 결국 미스테리로 남게 됐다. 결과적으로 ‘외인’인 뮐러 위원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그 행간의 사정 또한 당분간 알려질 일이 없을 전망이다.

뮐러 강화위원장이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모양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실패로부터 배운 것이 있어야 하지만, 그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까닭에 다시 개혁도 요원한 축협의 분위기다. 사실상 ‘꼬리 자르기’로 전임 행정의 과오를 도려내면서 벌써 새 판 짜기에 들어간 축협과 정 회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 회장은 “축구 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년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꾸려가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했다”라며 “이에 앞서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 진행하겠다”라며 기자회견에서 표면적으로는 밝혔다.

물론 그 말대로 차기 감독 선임과 대표팀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전력강화위원회와 그 수장이 될 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이미 국내 베테랑 감독을 중심으로 한 차기 감독 내정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전력강화위원장 인선도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란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 분위기가 높아진 13일 이후부터 복수의 매체들은 축협이 홍명보 울산 HD 감독, 최용수 전 강원 FC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등 굵직한 이력의 국내 지도자들을 유력 차기 감독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들은 하나같이 ‘선수단 안정과 경쟁력 재고 등을 위한 국내 감독 선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내국인 감독 부임 가능성을 높이 점쳤다. 일부 매체에선 임시 감독의 형식을 들어, 대표팀의 빠른 수습과 갈등 봉합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형식상 절차를 무시한 결정 과정일 뿐 심각한 부진이나 예선 탈락 등의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임시 체제가 그대로 오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걸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은 16일 정 회장의 ‘차기 감독 관련’ 공식 기자회견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들이다.

사진(한국, 서울)=AFPBBNews=News1
사진(한국, 서울)=AFPBBNews=News1
‘차기 전력강화위원장과 감독 인선’에 대해 정 회장은 “전력강화위원장은 아직 새롭게 누구로 하게 될지 아직 논의를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이후 논의를 다시 해서 선임하겠다”면서 “차기 대표팀 감독에 대해선 아직 국적이나 그런 것들에 대해선 아직 상의가 된 바 없고,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계속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며 위원장과 감독 인선 모두 내정된 상황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국적’이란 표현을 강조해 내국인 감독과 외국인 감독이라는 이분법으로 차기 감독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이런 정 회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차기 감독이 현재 보도대로 국내 후보들로만 꾸려져 최종 결정된다면, 사실상 이미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과 동시에 밀실에서 ‘차기 감독 후보가 내정됐다’는 의혹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물론, 현재 대표팀이 국내파와 해외파 등으로 갈려 내홍을 겪고 있고 전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 이른바 ‘유럽파 특수’ 등의 갈등이 증폭됐던 것을 고려하면 선수단 관리와 유망 선수 발굴 등에 내국인 지도자들이 분명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맞다. 또한 해당 지도자들의 능력이나 인선의 타당성도 충분히 있다.

사진(한국, 서울)=AFPBBNews=News1
하지만 그런 논리만으로 현재 고위 임원들이 이미 누군가를 낙점했다는 식의 체계적이지 못하고, 투명한 시스템도 없는 과정에서 차기 감독을 결정할 사안 역시 아닌 것도 분명하다. 국내 지도자든, 국외 지도자든 할 것 없이 정 회장의 설명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본래 축협의 역할이고 현재 유일하게 지켜내야 할 의무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한국 축구의 부활을 이끌어야 할 남자 축구대표팀의 수장을 1년 전과 같이 ‘불통과 오류’라는 무능력한 인사 및 행정 시스템 속에 결정하게 된다면 파국은 또 벌어질 수 있다.

축협은 이 난리 속에 무언가를 배운 게 있기라도 할까.

많은 축구팬들, 나아가 국민들이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인선 과정부터 결과까지 축협의 모든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란 걸 제발 인지하길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 싶다.

서울(중구)=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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