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방 지지, 세계 인구 36%뿐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2. 17.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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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민주주의 지수 또 후퇴

세계 민주주의 상황이 지난 10여 년 새 가장 나쁜 수준이며 올해 각국에서 치렀거나 예정된 선거의 60%는 결함이 있는 불공정한 선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EIU가 15일 발표한 ‘2023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민주주의 지수는 5.23점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저점을 경신했다. 이전 최저치는 2021년의 5.28점이었다. 이 지수는 지난 2015년 최고점(5.55점) 이후 계속 하락세다. EIU 측은 “권위주의의 확산과 신종 코로나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아프리카 내전과 쿠데타 등의 영향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민의 자유가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IU는 매년 167국을 완전한 민주주의(8점 이상),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6점 이상), 혼합 체제(4점 이상), 권위주의 체제(4점 이하)로 분류하는데 지난해 전 세계 인구의 39.4%가 권위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22년(36.9%)보다 2.5%포인트 더 늘어났다. 완전한 민주주의에 사는 인구는 세계 인구의 7.8%에 그쳤다. EIU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만(36.4%)이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서방에 동조하는 입장의 국가에 살고 있다”며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63.6%는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중립적 입장에 속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상훈

노르웨이(9.81)가 최고점으로 14년째 1위를 지켰고 뉴질랜드·아이슬란드·스웨덴·핀란드·덴마크 순이었다. 최하위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0.26)으로, 2021년 이후 연속 세 번 꼴찌를 했다. 북한도 뒤에서 세 번째(165위)였다.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에 속하는 8.09점을 받으며 22위를 기록했지만, 아시아에서 대만(8.92점·10위), 일본(8.40점·16위)보다 낮았다. 미국은 7.85점(29위)으로 8년 연속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다. 러시아는 2.22점으로 144위, 러시아에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는 5.06점으로 91위였다. 우크라이나는 “허약했던 민주주의가 전쟁으로 더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가 전 세계 40여 국이 대선이나 총선 등을 치르는 전례 없는 ‘선거의 해’인 점과 관련해 EIU는 올해 치러졌거나 예정된 각국의 선거 중 공정 선거의 비율은 6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어느 정도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치른 주요국 선거 중에 투표 완료 후에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14일 치른 인도네시아 대선에서는 현 국방장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당선이 확실하지만,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아들을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세습 도구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 유혈 테러 속에 치른 파키스탄 총선에서는 출마가 금지된 임란 칸 전 총리 측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지만, 칸의 정적이자 군부 지원을 받는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에 나서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미 엘살바도르 대선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압승하면서 장기 집권 도구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6개월 이상 대통령으로 재임할 경우 연임을 금지한다”는 헌법 조항이 있음에도,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진 헌법재판소에서 유리한 유권해석을 이끌어내 출마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세네갈에선 임기 만료를 앞둔 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전격 연기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3일 마키 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25일로 예정됐던 대선을 전격 연기했다. 하지만 헌법위원회가 15일 대통령 조치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정국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러시아 대선도 주요 야당 후보가 잇따라 출마가 금지돼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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