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널 키우면서 나도 자라난단다
나를 닮은 사랑에게
서은영 글·그림 | 좋은생각 | 192쪽 | 2만2000원
모든 부모는 한때 아이였다. 아이에게 엄마는 처음 만난 세상이지만, 실은 엄마도 엄마 노릇은 난생처음. 떨림, 낯섦, 뭉클함, 뿌듯함, 막막함…. 온갖 미묘한 감정의 물결 속에 아이를 만난 첫날, 책 속 엄마는 말한다. “아가야, 너였구나. 끊임없이 노크하며 내게 말을 걸어왔던 아가. 내게 와줘서 고마워. 낯선 세상에 불쑥 데려와 미안해. 잘 지내보자. 오늘은 이렇게 밤새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
아이는 말랑말랑 따뜻하지만 아슬아슬 위태롭다. 아이를 안으면 세상은 새로운 우주. 어느새 내가 중심이던 세상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엄마는 캄캄한 우주를 두둥실 떠다니다 아름다운 소행성을 발견한 최초의 우주인이 된 것만 같다.
엄마는 제 몸 젖는 것도 잊은 채 비 오는 날 우의 입은 아이 머리 위에 우산을 받쳐주고, 같은 책을 또 읽어달라 조르는 아이 곁에서 까무룩 잠이 든다. 처음 비틀비틀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뒤로 손을 뻗은 채 쫓아가고, 욕조에서 한참을 놀며 겨우 씻은 뒤 발가벗고 도망다니는 아이를 붙잡아 겨우겨우 옷을 입힌다. 아이스크림, 종이비행기, 블록 장난감, 초원, 호수, 눈밭, 바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의 순간들이 몽실몽실한 파스텔톤 그림체의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슬라이드 사진처럼 이어진다.
아이의 인생에도 언젠가 파도가 치고 비바람이 불 것이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엄마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집 안에서도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고, 가끔 힘들 땐 눈물도 찔끔 나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를 배우고, 행복의 무게를 깨달으며, 아이도 인생이라는 레이스를 제 힘껏 달려나갈 것이다.
실은 아이를 키우며 엄마도 함께 자란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마.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너무 신경쓰지마. 너는 너 자체로 아름다우니까.’ 아이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곱씹다, 엄마는 자신 안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던 작은 아이를 발견한다. 작가는 실제 딸을 키우며 이 책을 썼다. 엄마의 옛날 일기장을 읽는 듯 자꾸 웃음이 나고 가끔 눈물겹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 아빠, 나중에 커서 부모가 될 모든 아이를 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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