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모시토라, 日의 트럼프 우려
일본에서 올해 유행하는 신(新)조어는 ‘모시토라’다. ‘혹시’라는 뜻의 일본어 ’모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토람프’를 합친 조어다. 최근 만난 일본의 한 대학교수는 “모시토라(혹시라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일본의 대미 외교나 아시아 안보 정책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벌써 트럼프 시대가 온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에 트럼프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실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하면 US스틸이 일본에 팔리는 걸 막겠다”고 말하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나도 매각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들었다.
모시토라라는 표현에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일본의 위기감이 담겨 있다. 트럼프를 뜻하는 ‘토라’는 ‘토라(虎·호랑이)’라는 같은 발음의 일본어를 연상시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주일 미군의 철수를 실제로 거론할 정치인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인 트럼프는 최근 “나토가 돈 안 내면 러시아 침공을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한국·일본 정부에 미군 분담금은 물론이고 통상·비자 등 온갖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자국 이익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지난달 일본 정치권에서 ‘넘버2′로 불리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려고 뉴욕에 간 건 ‘트럼프와 소통 라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측이 바쁜 일정을 이유로 거절해 만남은 불발로 끝났지만 아소 부총재는 “트럼프의 귀에 내가 만나려고 일본에서 일부러 왔었다는 말만 들어가도 괜찮다”고 말했다. 전직 총리인 아소 부총재에게 본인의 자존심보다 향후에 트럼프에게 일본 입장을 설명할 소통 통로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일본 언론이나 야당도 ‘줄 대려다 실패한 치욕 외교’와 같은 비판은 꺼내지도 않았다.
트럼프 리스크는 한국도 예외일 리 없지만, 전직 대통령·총리나 여당 실세 정치인이 ‘만남 불발’이란 치욕을 무릅쓰고 트럼프 진영에 다가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전·현직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트럼프 리스크’를 말하면서도 신경은 온통 4월 총선에 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만난 일본의 국회의원은 “만약 트럼프 2기가 온다면 일본엔 전과 다른 점이 2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골프장 벙커에서 발라당 넘어지면서도 트럼프에게 활짝 웃으며,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인 대목은 일·한 관계 개선 덕분에 이번엔 공동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각국을 일대일로 압박할 텐데 한일이 한 목소리를 내면 마냥 무시하진 못할 것이란 논리다. 맞는 말이다. 단지, 대(對)트럼프 외교에선 이미 일본에 주도권을 뺏긴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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