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다 생각했는데”…새벽 두시 오픈런, 내가 하고 있는 이유 [Books]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 / 애런 아후비아 지음 / 박슬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오픈런’ 일어나는 작동원리
신경과학·심리학으로 풀어
푸른빛 애플 로고가 박힌 텀블러를 ‘선착순 무료’로 받기 위한 열기는 한겨울의 강추위도 잊게 만들었다. 개점 시간은 아침 9시 30분. 그러나 애플 마니아들은 새벽 2시 무렵부터 긴 줄을 섰고, 영업 시작과 동시에 애플스토어로 달려가 ‘오픈런 득템’에 성공했다. ‘애플 하남 텀블러’를 포털 사이트에게 검색해보면 미개봉 상품 기준 현재 호가는 9만~13만원에 육박한다.
이런 풍경이 비단 애플 오픈런뿐일까. 허영이라 비웃고 무용하다 욕해도 누군가는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MD에 열광하고 KB국민카드 푸바오 에디션은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됐다. 이제 질문은 불가피하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것에 돈을 바치는 갈까?’
신간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은 마음을 훔치는 욕망의 작동원리를 신경과학과 심리학이란 두 개의 엔진을 가동해 밝혀내는 책이다.
애플의 오랜 팬들에게 초기 애플은 글로벌 대기업에 대항하는 작아도 총기 넘치는 다윗처럼 인식됐다. 아웃사이더 애플은 반(反)기업 브랜드였고, 훗날 혁명을 일으킬 스토리의 집약체였다. 시간이 흘러 애플이 어느덧 골리앗의 자리에 올랐지만 애플 제품에 부여된 신성성은 말끔히 씻기지 않았다. 소비의 세계에서 브랜드란 전통 종교의 원리를 투영한 신흥 종교로 바뀌었다. 소비는 하나의 제의처럼 인식되고 유명 브랜드를 소유했다는 사실은 만족감과 안정감을 준다.
이때 고급 브랜드는 진짜 종교처럼 ‘사랑’의 신경조직을 작동시킨다. 브랜드를 통해 애착의 감정을 제품에 섞으면 소비로 귀결됐다는 얘기다. 저자는 여기서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을 추적한다.
사람들은 늘 곁에 두는 사물로부터 얻는 감정적 위안을 얻는데, 이 역시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이 된다. 선택받은 소수만 접근 가능한 최상위 상품이든, 구매자의 손때가 오래 묻은 구형 제품이든 사람은 사물과 애착을 형성한다. 여기서 애착의 다른 말은 사물과의 사랑이다. 사랑이란 실용적 이익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뭔가를 소중히 여기는 행위다. 사물과의 사랑은 재구매로 이어지기에 경쟁 브랜드 구매는 ‘배신’이 된다. 애플에서 갤럭시로 쉽게 갈아타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곧 나”라는 인식도 소유물에 대한 사람의 집착을 형성한다. 인간의 정체성이란 다양한 타자와 다양한 사물과 맺은 관계의 총체로써 결론지어질 수 있는 자아상이다. 사랑하는 것은 자아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데 사물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나’라는 범주에는 ‘내가 사용하는 사물’까지 포함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중이다.
책은 결론에 이르러 인간이 느꼈던 사랑의 궤적을 재구성한다. 사랑은 자기애로 시작됐고 가족 구성원과 친구에게 확대됐으며 이제 세상의 더 큰 부분을 향해 뻗어간다. 이제 사랑의 대상은 브랜드이자 상품이다. “사랑과 욕망은 뇌 속의 룸메이트”라고 저자는 정의내린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불매, 죽을 때까지 안사먹는다”…이강인 모델 쓴 기업도 날벼락 - 매일경제
- [속보] 대한축구협회,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에게 경질 통보 - 매일경제
- “너도나도 다 입는 이 옷” 그런데 직원 1600명 자른다…도대체 무슨 일 있길래 - 매일경제
- ‘尹 축사’ KAIST 학위수여식 졸업생 끌려나가…대통령실 “법에 따른 조치” - 매일경제
- “이게 뭐야?”… 논문에 들어간 AI이미지에 과학계 ‘깜놀’ - 매일경제
- 삼성전자 어쩌나...7년 반만에 ‘이 기업’에 아시아 시총 추월당했다 - 매일경제
- 전세 보증사고 또 터졌다…새해 한 달 만에 3000억원 규모 - 매일경제
- 삼성·SK의 원픽…한국판 슈퍼乙 꿈꾸는 이 기업은? [위클리반도체] - 매일경제
- “많이 올랐는데 안 팔아?” “왜 팔아”…경고등에도 일학개미 버티는 까닭 - 매일경제
- “잘할 거니까, 저만 잘하면 돼요” 맞대결 앞둔 김하성과 이정후의 이구동성 [MK현장]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