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면 모든 것이 노래"...나발니의 `마지막 메시지` [SNS&]

김영욱 2024. 2. 1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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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와 아내 율리아. 로이터연합
나발니와 아내 율리아. 로이터연합
러시아 당국에 체포되는 나발니. 로이터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혀온 알렉세이 나발니가 감옥에서 사망했다고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이 16일(현지시간) 밝힌 가운데 세계 각국이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도 푸틴 책임론이 불거지며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 내 야권 인사들과 나발니 지지자들은 그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크렘린궁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추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당국 "산책 후 의식불명" vs 측근 "이틀 전에도 멀쩡" "죽었다가 아니라 죽였다일 것"

이날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나발니 측의 레오니트 솔로비요프 변호사는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이틀 전(14일) 나발니를 면회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고 주장했다.

나발니의 어머니인 류드밀라 이바노브나 나발나야도 지난 12일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아들이 건강하고 활기 있었다고 '노바야 가제타'에 말했다. 그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러시아 정권과 푸틴은 잔혹한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발니의 측근이자 나발니가 설립한 '나발니본부' 대표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게 사실이라면 '나발니가 죽었다'가 아니라 '푸틴이 그를 죽였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학자 예카테리나 슐만도 나발니가 그의 사망이 "살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면서 "사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고 발표했다.

◇푸틴을 두려워하지 않은 남자

이날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 감옥에서 47세 나이로 숨진 알렉세이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을 공개 비판해온 야권 지도자다. 푸틴 대통령의 5선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3월 15∼17일)를 한 달 앞두고 사망한 그는 1976년 모스크바 인근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했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러시아 국영기업의 비리를 비판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11년 설립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도 폭로했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위를 차지했고 2015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던 야권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가 괴한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더욱 많은 지지를 받게 됐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그 가족,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비롯한 측근들의 비리를 공개했다. 그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폭로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는 수만 명이 참여한 거리 시위를 촉발했다. 2020년 8월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

독일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은 후 2021년 1월 러시아로 귀국했으나 즉시 당국에 체포돼 수감됐다. 당시 전국적으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수천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가 구금됐다. 나발니는 결국 횡령, 극단주의 선동, 사기 등 혐의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에 있는 제6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추위 등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제3교도소로 이감됐다.

◇죽기 전 마지막 메시지의 수신자는 아내 "점점 더 사랑해"

나발니는 변호사 등 자신의 측근들을 통해 텔레그램 채널을 관리했는데 마지막 게시물은 사망 이틀 전인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세계 각국 언론은 나발니가 밸런타인데이에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아내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소개했다. 나발니는 14일 발렌타인데이 메시지에서 아내에게 "당신을 점점 더 사랑한다"며 마지막 사랑 고백을 했다. 그는 "당신과 함께 하면 모든 것이 노래와 같다. 우리 사이에는 도시들, 비행장의 이륙 불빛, 푸른 눈보라, 수천 킬로미터가 있다"면서 "하지만 나는 당신이 매 순간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당신을 점점 더 사랑한다"고 밝혔다.

율리아는 러시아 야당의 '영부인'으로 불려 왔다. 그녀는 1998년 여름 터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모스크바에서 온 변호사 나발니를 만났다. 두 사람은 2년 후 결혼해 딸 다리아(23)와 아들 자카르(15) 두 자녀를 낳았다. 경제학자로, 다양한 러시아 은행에서 일했던 율리아는 나발니와 결혼한 후 남편의 개인 비서이자 가정주부로 지냈다. 남편이 여러 차례 건강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곁을 지키며 충실하고 변함없는 지지자로 남아 있었다. 2020년, 남편이 독극물 중독으로 베를린 병원에서 사경을 헤맸을 때는 정기적으로 기자들에게 남편의 상태에 대해 브리핑하기도 했다. 당시 나발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내뱉은 첫 마디는 "율리아, 당신이 날 구해줬어"였다.

아래는 나발니의 주요 행적.

-1976년 6월 4일: 모스크바 서부에서 탄생

-1997년: 러시아 RUDN대학에서 법학 전공

-2004년: 모스크바에 만연한 과잉 개발에 반대하는 운동 결성

-2008년: 국영 기업의 부패를 고발해 이름 알림

-2011년 12월: 러시아의 광범위한 선거 조작에 대한 보도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다가 15일 구금

-2012년 3월: 크렘린의 핵심 측근들을 부패 혐의 고발

-2012년 7월: 러시아 수사위원회가 횡령 혐의로 기소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

-2013년 7월: 키로프 법원, 나발니에게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 내리고 징역 5년 선고. 나발니는 항소해 선거운동 이어감

-2013년 9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2위 차지

-2014년 2월: 가택 연금

-2014년 12월: 형제와 함께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

-2016년 2월: 유럽인권재판소, 러시아가 나발니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했다고 판결

-2016년 11월: 러시아 대법원, 나발니에 대한 선고 번복

-2016년 12월: 2018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 출마 발표

-2017년 4월: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음

-2017년 12월: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발니의 대선 출마 금지

-2020년 8월: 비행기에서 혼수상태에 빠짐. 소련 시대의 신경작용제에 중독 확인

-2021년 1월: 독일에서 5개월을 보낸 후 러시아로 돌아가 체포됨

-2021년 2월: 모스크바 법원, 나발니에 징역 2년 6개월 선고

-2021년 6월: 모스크바 법원, 나발니의 부패척결재단과 정치 네트워크 폐쇄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2년 3월: 횡령 및 법정모독 혐의로 추가로 9년형 선고

-2023년 8월: 러시아 법원, 나발니의 형량 19년 연장

-2023년 12월: 시베리아에서 가장 힘든 감옥 중 한 곳으로 이감

-2024년 2월 16일: 감옥에서 47세 나이에 숨짐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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