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결이라는 말

2024. 2.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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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라는 말
문성해

결이라는 말은
살짝 묻어 있다는 말
덧칠되어 있다는 말
살결 밤결 물결은
살이 밤이 물이
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단 말
……바람결 잠결 꿈결이
모두모두 그러한 말
『입술을 건너간 이름』 (창비 2012)

종이는 저마다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이나 도화지는 물론 얇은 화장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에 맞지 않게 종이를 접으면 그 종이는 접히는 대신 갈라지거나 터지게 되고, 결에 맞지 않게 종이를 가르면 곧게 잘리는 대신 찢어지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도 종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의 마음으로 들이지 못하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낯선 이라고 해도 결과 결이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어느새 서로의 마음속으로 깊이깊이 걸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것들이 하나로 연결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한결같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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