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라면 먹고싶다 했는데…푸틴 `정적` 나발니, 옥중서 의문사

김광태 2024. 2. 16. 23: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극물 테러도 견뎌‥서방, 일제히 러시아 비난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 감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47세 나이로 숨졌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이날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5선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3월 15∼17일)를 한 달 앞두고 사망한 나발니는 1976년 모스크바 인근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했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러시아 국영기업의 비리를 비판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나발니는 2011년 설립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도 폭로했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위를 차지했고 2015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던 야권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가 괴한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더욱 많은 지지를 받게 됐다.

2018년 대통령 선거에도 도전하려고 했지만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둘러싼 피선거권 자격 논란이 불거져 출마하지 못했다. AFP 통신은 나발니를 "푸틴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비판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그 가족,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비롯한 측근들의 비리를 공개했다. 나발니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폭로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는 수만 명이 참여한 거리 시위를 촉발했다.

2021년에는 러시아 겔렌지크에 대규모 휴양시설 '푸틴의 비밀 궁전'이 있다고 주장, 푸틴 대통령의 '눈엣가시'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 시설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나발니는 의문의 독극물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2020년 8월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검사 결과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이 검출돼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독일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은 나발니는 2021년 1월 러시아로 '대담하게' 귀국했으나 즉시 당국에 체포돼 수감됐다.

나발니가 체포되자 러시아에서는 전국적으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수천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가 구금됐다. "나는 두렵지 않으며 여러분도 두려워하지 말기를 요청한다"고 말한 나발니는 결국 횡령, 극단주의 선동, 사기 등 혐의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교도소에서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모스크바에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에 있는 제6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추위 등 혹독한 환경 때문에 '북극의 늑대'로 불리는 제3교도소로 이감됐다.

그는 지난달에는 수감 중인 감옥에서 한국기업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고 싶다며 식사 시간 제한 폐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나발니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

미국 정부는 나발니의 옥중 사망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끔찍한 비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이같이 말한 뒤 "크렘린궁의 반대파 탄압의 역사는 길고 추악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한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나발니의 사망 보도가 맞는다면 러시아의 나약함과 부패를 분명하게 보여줬을 뿐"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푸틴이 자국민의 반대 의견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없다"며 "독재에 용기 있게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깊은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며 "우리는 모든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